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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Apr 06. 2018

「2030체육비전」 문제사업 짚어보기

# 초등학교 가상스현실 스포츠실 보급 추진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새 시대를 열어갈 체육정책 뭡니꽈?”


이번 2030스포츠비전이 던진 질문이고 이에 대한 답은 “가상현실 스포츠(VR)”로 대표되는 “ICT스포츠”이다. 지적할 사업은 “초등학교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 추진”이다. 사실 문체부는 이 사업을 스포츠비전2030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 3월 26일 전격 발표했었다. 이 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체부, 전국 178개 초등학교에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전국 178개 초등학교에 6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보급할 것을 공표했다.


가상현실 스포츠실 기술개발에 소요된 정확한 금액을 찾진 않았지만 가상현실 스포츠실 개발이 포함된 문체부 사업명은 ‘청소년 스포츠 통합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으로 15년부터 18년 이렇게 3년간 60억으로 책정됐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짚어볼 차례.

가상현실 스포츠실의 교육적 효과와 이에 들어가는 예산의 적정함을 제기해본다. 근데 가상스포츠 현황을 먼저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다. 그래서 미리 결론부터 적어 본다.



① 가상현실 스포츠실 이용 만족도 보다 교육적 효과가 중요하다.

이미 기술개발과 시범운영을 마치긴 했지만 가상현실 스포츠실이 과연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교육적 효과와 가상현실 스포츠 지도법 연구가 부재한 상황이다. 관련 보도에선 가상현실 스포츠실 교육적 효과 대신 학생들의 만족도와 운동량만 언급됐다. 교육적 효과 자리에 서비스 만족도가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전국 178개 초등학교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을 성급한 정책으로 평가한다. 연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16년에 국내최초로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시범운영한 서울시 옥수초등학교의 시범운영 사례집이라도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교육적 효과와 지도법 연구를 운운한 건 정말 궁금해서 그렇다. 이 시설이 학교당 한 개 있는 건데, 학년별, 학급별 운영이 잘 될지, 그리고 장비 안전성은 어떤지, 지도 시 유의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무지무지 궁금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가상현실 스포츠실 체육활동은 공으로 표적을 맞추는(교육용어로는 ‘표적도전기반’)형태로 국한된 상태인데 추후 교육내용이 다양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② 가상현실 스포츠실 예산의 적정함

178개 초등학교에 64억 원의 예산이면, 한 학교당 가상현실 스포츠실 설치비용이 약 3천 6백만 원 정도가 되는 셈. 이게 맞는지 좀 더 찾아보니까 2017년 4월 13일에 문화체육관광부 알림창에 올려진 『체육 취약계층의 체육 활동 증진을 위한 초등학교 대상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 공고문에 해당 정보가 있었으니, 바야흐로 가상스포츠실 지원금 규모는 한 학교 당 체육기금 3천6백만 원, 지자체 3천 6백만 원으로 해서 총 7천2백만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황은 어떤지 나라장터 사이트에 들어가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입력해보니 2017~2018년 기간을 기준으로 6개 학교가 검색됐다. 학교와 가상현실 스포츠실 공사금액을 올리자면 아래와 같다.  


익산가온초등학교 71,892,830원 / 삼성초등학교 72,000,000원
군서초등학교 72,000,000원 / 방학초등학교 72,000,000원
동계초등학교 72,000,000원 / 용천초등학교 71,104,000원


비교도 할 겸 비슷한 금액의 체육시설을 찾아봤다. 초등학교 232평 규모의 풋살장 공사비용도 7천2백만 원이었다. 앞서 교육적 효과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가상현실 스포츠실에서 가능한 체육교과 과정 활동영역은 도전형의 표적 맞추기가 유일한데 지금의 장비가 나중에 스포츠활동의 핵심인 게임형 활동으로 호환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ICT기술은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현재 장비가 못해도 2~3년 정도는 기술을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장과 오류도 별로 없어야 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낭비성 사업으로 전락할 뿐이니 제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말길.


(차리리 이 돈으로 남는 교실 몇 개 터서 매트나 유리 쫙 깔아서 무도실 만드는 게....아니면 스포츠강사를 더 고용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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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사업 정책과정※

일단 아주 단순하게 살펴본 가상현실 스포츠 현황부터 시작하자.  가상현실 스포츠 기술은 현장에서 인기가 좋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2017년 프로미식축구 리그 6개 팀이 가상현실 훈련을 도입했다. 시장성도 장밋빛으로 펄럭인다. 2016년 문체부가 발간한 「가상현실콘텐츠산업육성 방향 보고서」에서 전망한 전 세계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 규모는 16년 38억 원에서 20년 1,400억 달러이다 .


그럼 이제 가상현실 스포츠실이 학교체육 주요정책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으로 넘어가서, 본래 가상현실 스포츠 정책은 스포츠산업 영역에 속했다. 가상현실이 문체부 정책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2013년이다. 2013년 발표된 「스포츠비전2018」에서 가상현실 스포츠는 추진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전략3. 경제를 살리는 스포츠”에서 ‘실감형 가상스포츠콘텐츠 개발지원’으로 공표한 것이다.


문체부는 국내 가상스포츠 시장을 13년 기준 1조 3천억인 가상스포츠 시장을 17년에 5조원으로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잡았고 이를 위해 ‘14년 스포츠 시뮬레이터 개발’을 하여 ‘17년도 체육시설 내 체험아케이드 설치’를 세부전략으로 세웠다. 이후 문체부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산업 기술 기반 조성사업”이란 사업명으로 스포츠ICT 정책을 전개했다. 여기서 스포츠 가상현실 기술개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맡았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 스포츠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2016년 가상현실 스포츠실의 실태가 전격 공개됐다. 2016년 6월 서울시 옥수초등학교에 시범운영용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개관했고 이날 언론에서 대대적 보도 한 바 있다.


2017년 가상현실 스포츠실 지원 사업 (10개 학교 36억 지원)이 실시됐고, 2018년 3월, 문체부는 가상현실 스포츠실 보급을 학교체육의 주요정책으로 채택한 『2030체육비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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