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사계, 사람의 사계
제주에 살다 보면, 이 섬은 계절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뀐다.
정확히 말하면, 계절에 따라 다른 종류의 사람이 이 섬에 들어왔다가, 또 빠져나간다.
거기에 익숙해지는 데는 몇 년이 걸렸다.
봄엔 귀촌자가 몰려온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이 동네엔 갑자기 ‘새 얼굴’이 많아진다.
동네 밴드에 가입하고, 카페에서 사람 붙잡고 말을 건다.
공통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다.
“서울이 너무 힘들어서요.”
“회사 그만두고 좀 쉬려고 내려왔어요.”
“아이랑 자연에서 살아보고 싶어서요.”
그 말 들으면 나는 속으로 약간 웃게 된다.
아, 또 시작이구나. 봄 시즌.
처음엔 나도 그랬다.
제주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다.
덜 복잡하고, 사람은 순하고, 물가는 싸고, 자연은 그냥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안다.
이 섬은 생각보다 불친절하고, 느리고, 불편하다.
집 구하기 어렵고, 행정 처리는 느려터졌고, 날씨는 예측이 안 되고, 겨울은 습하고 춥기까지 하다.
그래도 봄엔 늘 ‘희망’이 가득하다.
남의 실패담에도, 자기 계획은 다를 거라고 믿는 사람들.
그 순진한 눈빛을 보면 나도 괜히 마음이 풀린다.
“그래. 한 번 살아보자.”
그 용기가, 봄의 제주의 공기랑 참 잘 어울린다.
여름엔 관광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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