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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 Dec 05. 2022

길 잃은 코짱이

아파트 문은 다 똑같아!


코짱이 어릴 적, 아파트에서 살 때 이야기다.


코짱이는 아파트에서 자랐다. 그래서 항상 18평 좁은 공간에서 우리와 같이 생활했다.

햇살 좋은 날이면 베란다 창문에서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만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집에만 박혀있는 코짱이가 불쌍해서 장난감을 하나하나 사줬지만, 어느 순간부터 흥미를 잃은 장난감만 계속 쌓여갔다.


아파트의 여름은 에어컨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덥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멀리서도 바다가 훤히 보이는 11층에  살았다.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현관문만 열어도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래서 방충망만 닫아 놓아도 시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코짱이가 갑갑했던 모양인지, 방충망 앞에서 부스럭거리더니 머리로 방충망을 뚫고 탈출한 것이었다.

방충망 아래 귀퉁이는 개구멍처럼 뚫려있고, 휑하니 바람만 들어왔다.

코짱이가 스스로 방충망을 뚫고 나갈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 동안 아파트 전체를 샅샅이 뒤지며 코짱이를 찾으러 다녔다.

해가 떨어지고 열대야 더위에 지쳐갈 때쯤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다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몇 호인지 들어보니 바로 윗집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민폐인지...


곧바로 윗집으로 달려가 보니 그 집도 우리 집과 똑같은 현관문과 똑같은 방충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코짱이가 우리 집으로 착각하고 남의 집 방충망을 뚫고 들어간 모양이다.


윗집 주인 분께서는 고양이가 방충망까지 뚫고 집에 들어와 있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어서, 코짱이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고 말씀하셨다.

죄지은 사람마냥 거듭 사죄를 하고 훼손된 방충망은 수리해주겠다고 말씀드린 뒤 코짱이를 데리고 내려왔다. 사고 친 코짱이에게 화는 났지만 코짱이를 찾은 안도감으로 마음을 추스렸다.

그렇게 코짱이에게 캣타워를 안겨주었다.


아이가 사고 치면 부모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ps: 코짱아 집 나가면 우주미아된다.







방황하는 코짱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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