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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리 Mar 06. 2024

필립파레노 voices 솔직 리뷰

친절한 미술관을 원합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봅니다. 전시에 대한 저의 아주 날 것의 느낌은 “불편하다”였어요. 전시 보는 내내 리움답지 않은 불친절함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뭐라는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작품들이야 뭐 동시대미술이니 그렇다 쳐도 미술관은 좀 더 풀어서 보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캡션을 찾기도 어려웠고, 오디오 가이드도, 도슨트도 없어요. 폰으로 큐알코드를 찍으면 설명문이 보이는데, 인파와 어둠을 헤치고 큐알코드를 찾기는 너무나 번거롭고 불필요하게 수고스럽습니다. 물론 그냥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꼼꼼히 다 알기를 원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더라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에 초대 받지 못한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그게 작가의 의도였나 봐요. 전시는 작품들끼리 대화이지 관람자와 작품이 대화하게끔 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느낀 불편함(큰 연회장에서 다들 나만 모르는 외국어로 떠뜨는 자리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는 소외감과 불쾌함)은 이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전시 제목은 “목소리들”인데 관람객 목소리는 별로 안 궁금한가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시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이것이 동시대미술이다!!!“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미술“이 더 이상 ”아름다운 손의 기술“이 아니라 ”스펙터클한 테크놀러지“임을요. (불호를 떠나 이것이 대세임은 맞는 것 같아요…)


파레노 전시 관람에 대한 저의 추천은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미래 세계’ 또는 ‘신기한 세상‘이라 여기시며 공간을 ’체험‘하시는 겁니다. 전시의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도록 설계된지라 정말 미래 세계 엿보기 같은 의미가 있고, 전시장 유리에 붙여진 색필름이나 풍선 물고기가 유영하는 작품 덕에 환상적인 느낌도 들거든요.


딱 하나만 알고 가셔야 한다면, 외부에 설치된 커다란 탑같은 작품(#막)의 역할입니다. 이것이 미술관 외부의 정보(온도 습도 등등)를 수집하여 미술관 내부의 작품에 영향을 미쳐요. 피아노가 저절로 움직이고, 스크린의 영상이 바뀌고요, 자이로드롭 같은 조명 타워도 켰다 꺼졌다 합니다. 이 작품이 전시장 여기저기서 들리는 “목소리들”(전시제목임)도 조절을 한대요. 일종의 컨트롤타워라고나 할까요?!


하나 더 알고 갈 여유가 있으시다면, “목소리들“입니다. (아무래도 전시 제목이니까요.) 전시장 곳곳에서 목소리들이 들리는데,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을 통해 바꾼 거라고 해요. 말하는 내용은 그/그녀가 새로운 인공지능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목소리 너무나 무섭습니다. 흡사 해리포터 디센터. => 저는 이것 때문에 전시 전체가 되게 디스토피아적으로 느껴지긴 했어요.)


여기까지만 알고 가셔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시를 보고 예술가는 어디까지 친절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많이 미술가 편에 서는 성향이라 그런지 파레노의 예술관은 그러려니 생각됩니다. 이런 작가도 있고, 저런 작가도 있는 것이 건강한 미술계라 믿고요. 모두가 예쁘고 직접적인 작품만 하면 재미 없잖아요. #파레노천재설 역시 인정합니다. ㅎㅎ


다만, 전술했다시피 미술관은 조금 더 관람자를 배려하면 좋겠어요. 아티스트토크나 큐레이터 토크를 다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전시를 보는 이유가 작품의 내용과 작가의 세계관을 좀 더 잘 알고 싶어서인 관람자들도 (꽤 많이) 있으니까요.


 그냥 넘기려다 혹여 파레노 전시를 추천했던지라… 길게 씁니다. 혹여라도 전시 보시고 “나는 역시 미술을 몰라”하는 맘일랑 갖지 마셔요. 작품만 보고 누가 알겠어요?! 다 모릅니다. 알기를 바랐다면 더 잘 알려줬어야죠. 그니까 작품 앞에서 주눅 들지 마시고 즐거운 “동시대미술 체험“ 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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