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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나보다 잘할 수 없는 것

뉴스와 유튜브에 연일 ChatGPT라는 챗봇에 대한 글과 영상이 올라온다. 구글을 대체할 것이라도 하고 글도 써 준다고 한다. 대체 뭐길래 그러지? 호기심에 계정을 만들어서 한글로 간단한 질문을 해 보았다.


"오늘 날씨를 알려줘! “

"죄송합니다. 저는 언어 모델이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서 오늘 날씨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 내 아이폰도 쉽게 답하는 것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녀석이 답을 못한다고? 실망이 되었지만 다른 것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는 이메일을 써줘!" 

"저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서 안타깝게도 친구와의 만남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게 뭐야? 너무 썰렁하지 않은가? 더 길게 써 달라고 했더니 5줄로 써주긴 했지만 문장이 어색해 보이고 글을 쓰는 속도도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다. 사용자가 많아서? 한글이 서툴러서? 같은 내용을 영어로 물어보았다. 한글로 명령을 했을 때는 한 줄로 답을 써 주더니 영어로 하니까 8줄로 답을 주었고 글을 쓰는 속도도 5배는 빠르게 느껴졌다. 문장도 완벽하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다른 것들도 시도해 보았다.


"아내가 깜짝 놀랄 만한 생일선물 아이디어를 5가지 알려줘"


리조트 여행, 보석, 가족 친구들과의 깜짝 파티 등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것들을 말해주고 한 마디 덧붙인다. 돈 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한다. AI가 여자 마음을 글로 배운 싱글 남성인가 보다. 내가 잘 아는 중견기업을 생각하면서 '환율, 가스가격 인상 등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2023년 신년사를 A4 용지 두 장으로 적어줘'라고 했더니 거침없이 글을 써 준다. '더 재미있게', '더 길게'라고 차례로 입력하면 명령에 따라 글을 쓴다. ‘유명인사의 말투를 따라 글을 써줘’라고 해도 된다. 도날드 트럼프 스타일의 신년사를 써 달라고 했더니 쉽고, 강한 문장들이 반복해서 나왔다. 이것은 현재의 구글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ChatGPT는 2022년 11월 20일에 공개되었고 2015년에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OpenAI라는 기업에서 만들어졌다. 1월 4일 자 뉴욕 타임즈에 의하면 뉴욕시 교육부(Dapartment of Education)에서는 학교에서 ChatGPT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할 때 자신의 힘으로 하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기야 간단한 키워드들과 주제를 주면 3초 만에 완벽한 글을 써 주니 학생으로서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오히려 도움을 얻는 것은 올바른 태도일 수 있다. 지금은 상황은 계산기를 학생들이 처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계산능력이 떨어질 것만을 우려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1월 12일 뉴욕 타임즈에는 ChatGPT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구로 이용해서 학생들을 교육하라는 칼럼이 실렸다.


AI가 글을 쓰고, 사람이 쓴 글을 수정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 인간은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바로 이것을 ChatGPT에게 물어 보았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5개를 알려줘'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답을 해 주었다.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직(Healthcare professionals), 예술가, 작가와 같은 창의적 일(Artists and Creatives), 개인적 멘토쉽을 제공하는 교육직(Educators), 사회사업 종사직(Social workers), 인적자원 전문직(Human Resources professionals)”


단순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는 직업이 아니라 인간과의 교감이 필요한 일들을 답으로 제시했다. 이것들을 보고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ChatGPT는 자신과 친구들(예: 다른 AI챗봇)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느꼈다. 2022년 8월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는 AI로 제작한 작품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위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텍스트로 된 설명문을 입력하면 몇 초만에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AI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해서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능력 5가지만 알려줘!"

“공감력, 창의력, 판단력, 기획력, 관리능력”


공감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500개 이상의 기업에서는 이미 AI면접으로 신입사원들의 1차 채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AI의 판단력은 통계적으로 볼 때 사람보다 정확하다고 그 기업들은 말한다. 그뿐 아니라 중국의 넷드래곤웹소프트(NetDragon Websoft)는 '탕 유(Tang Yu)라는 이름의 AI챗봇을 CEO로 지난 8월 26일 자로 임명했다. 이쯤 되면 기획력, 관리능력도 인간이 AI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기 어렵지 않을까?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ChatGPT를 경험해 보고 AI가 나보다 잘할 수 없는 것들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AI는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AI시대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이 AI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면 그 말이 괜한 우려가 아님을 느낀다. 강의 시간에 질문하는 학생,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남이 올린 글에 먼저 댓글을 달기 주저한다. AI처럼 말이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만으로 AI를 이길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AI는 충분한 공감을 해 주지 못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능력을 ChatGPT에게 말해 달라고 했을 때 첫 번째로 답해 준이 바로 공감력이다. 상대와 대화할 때 그 대화내용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 몸짓, 말의 속도, 단어선택 등으로 상대를 공감하고 위로, 격려의 말을 해 주는 것 그리고 분위기에 맞춰 빵 터지는 농담은 앞으로 오랫동안 사람이 더 잘할 것이다.


AI는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산책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AI는 사람과 같은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은 뭐든지 막힘없이 답해주는 컴퓨터만으로 살 수 없다. 때로는 서로 마주하며 맥주 한 잔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내가 힘들 때 어깨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사람, 같이 걸으며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ChatGPT가 우리 일상을 파고들면서 우려의 소리들이 들린다. ‘사람들이 하던 직업들이 사라지면 어쩌지? 학생들이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뭐든지 AI로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등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AI처럼 생각하고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컴퓨터의 편리함에 젖어 들어 사람의 맛을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간다. 6개월 전쯤 30대 후반의 동료교수로 부터 들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저는 컴퓨터 하고 지내는 것이 여자 친구하고 지내는 것 보다 훨씬 재밌어서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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