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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스테이트먼트
(Mission Statement)

‘돝 플러스’는 우리 동네 맛집이다. '돝'은 돼지의 고어 혹은 돼지의 방언이란다. 아내는 기력이 없을 때 고기를 먹으면 몸이 살아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종종 돝 플러스를 찾는다. 흑돼지로 이름난 제주도의 유명 고깃집도 여러 곳 가 보았지만 우리 부부는 이곳을 더 좋아한다.     


이 식당이 우리 부부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뭘까? 물론 고기 맛이 우선이다. 나와 아내는 주로 항정살을 주문하는데 다른 곳에 비해 고기에 붙어있는 기름이 적다. 양질의 고기를 고객들에게 내놓기 위해 미리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질기지 않고 적당한 육즙도 이곳 고기의 특징. 수저는 뜨거운 물과 함께 300cc 맥주잔에 담겨 나온다. 리필 코너에는 상추, 명이나물, 양파절임, 쌈장, 마늘, 김치 등이 있다. 특히 손바닥 크기의 상추가 잘 씻겨져 긴 통 안에 가지런히 서 있는 것을 보면 이 식당 주인이 작은 것에도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가 느껴진다. 손님이 많을 때도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고기를 잘라 불판 위에 가로 세로줄 맞춰 배치하고 뒤집는 손놀림의 숙련도는 직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 방법은 모두 똑같다.  

   

내가 고기 맛보다 놀란 것은 계산대 근처 벽에 붙여져 있는 '톹 플러스 근무자 7 계명'이다. 주인에게 이 글을 누가 썼느냐고 물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주인은 자신이 생각해서 적었다고 한다. 이 식당이 다른 곳에 비해 서비스가 좋고 일관성이 있는 것은 바로 벽에 붙여진 종이 한 장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7 계명 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복을 갖지 말아라. 변치 않는 80%의 서비스를 유지하라’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주인은 단골인 나에게도 고기를 구우면서 먼저 말을 거는 법이 거의 없다.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종업원들도 절제된 친절을 보여준다.      


내가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는 연구실 벽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붙어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연구실에 대학원생들이 7, 8명 정도 있었다. 그중 고참 박사과정 학생이 연구실 생활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A4용지 한 장에 적었다. 아마도 후배들이 제각기 행동하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아쉽게도 그 매뉴얼은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지만 그중 한 문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 교수님께 정중하게 인사드린다.' 이 문장이 종이에 적혀 있을 때의 결과는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놀라울 정도였다.     


조직이나 개인이 행동 지침이나 목표를 어딘가에 적어 놓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그것은 마치 내비게이션이 달린 차와 그렇지 않은 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1953년 MBA 졸업생을 대상으로 목표설정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졸업 당시 자신의 목표를 어딘가에 적은 사람들(3%)은 목표는 있었지만 적지 않았던 사람들(13%)과 목표가 없었던 사람들(84%)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보다 평균적으로 10배의 수입을 올렸다.      


조직과 개인의 목표 및 역할을 줄이고 줄여서 한 문장으로 만든 것을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라고 부른다. 두 달 전쯤 3명의 학생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개인의 미션 스테이트먼트에 관해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을 한 줄로 만들면 자신이 집중해야 할 것들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잠시 후에 한 학생이 자신이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머릿속으로 방금 만들었으니 들어봐 달라고 했다.     


그는 ‘돈이 있는 곳에 나를 던진다!’라고 했다.     


'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따르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니? 그에게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면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농담으로 그 말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돈을 번 후에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듯했다.      


아직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지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되도록 구체적이면서도 나를 설레게 만드는 짧은 한 문장이면 될 것 같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최고!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수정하면 그뿐이다.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남들에게 공개하면 성취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니 부끄럽지만 내가 7년 전에 만든 것을 적어본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말과 글로 나와 이웃의 영혼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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