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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Sep 04. 2023

무인 셀프 사진관 열풍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 시대, 사진은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다. 더 이상 여행이나 누군가의 기념일 때만 찍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굳이 무거운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꽤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기본 세팅으로 막 찍어도 감성적으로 사진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최근 S23 울트라 모델에 100배 줌 기능을 탑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31일, 올해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 '슈퍼 블루문'에는 100배로 찍은 달 사진들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일까. 몇 년 전부터 무인 셀프 사진관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 번화가 중심으로 살펴보면 주택가 건물 1층에 즐비한 부동산 못지않은 개수이다. 놀라운 건 그렇게도 많은 셀프 사진관에 모두 사람이 꽉꽉 들어차 있는 점이다. ‘장사가 되긴 하는지’란 걱정은 기우였던 걸까. ‘ㅇㅇ네컷’과 같은 것이 처음 생기기 시작했을 땐 단지 복고 열풍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나 ‘밤과 음악사이(밤사)’ 같은 감성주점도 그렇고 TV에도 가끔 옛날 가수들이 오랜만에 나와서 근황을 이야기하고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앨범도 내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떠보는 경우는 너무도 흔한 일이다. 무인 셀프 사진관 역시 그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90년대에 불었던 ‘스티커 사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인 셀프 사진관의 인기는 생각보다 지속되는 것 같다. 오히려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단지 다양한 소품 비치에만 그치지 않고 사진 배경지에 인기 있는 캐릭터나 가수들을 넣는다거나 화려한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배경지를 아예 투명하게 바꿔서 관심을 끌기도 한다. 투명배경지를 하늘에 비추어 태양과 함께 보이게 사진을 찍으면 기존의 것과 뭔가 다름이 확실히 느껴진다.


요즘의 무인 셀프 사진관의 인기는 ‘사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변치 않는 감성과 함께 SNS 열풍이 이어지면서 만난 절묘한 흐름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으로 그렇게 많이 사진을 찍는데 정작 실제로 손에 쥐는 경우는 드물다. 예전 필름 카메라처럼 모든 사진을 인화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고 사진들을 소비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도 앨범이 아닌 SNS를 통해 공유하다 보니 출력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 시대에 무인 셀프 사진관이라니… 뭔가 역행하는 것 같지만 이 역시 그곳에 가서 찍었다는 행위 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요즘의 무인 셀프 사진관은 디지털 파일로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심지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과정들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서 제공해 주는 곳도 있다. 더구나 예전 스티커 사진이 유행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얼굴 보정 기능도 훨씬 업그레이드되어 사진에서만큼은 더 예쁘고 멋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열망도 만족시켜 주고 있다. 더군다나 전문가가 찍어주는 사진처럼 비싸지도 않다. 결론적으로 쉽게 '멋진 나'를 기록할 수 있고 그것을 SNS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무인 셀프 사진관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다만, 유행은 언젠가 끝나게 마련이다. SNS의 열풍이 지속되는 한 '멋진 네컷' 사진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생긴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있다. 혹시나 SNS 열풍이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다. '대만카스테라', '핫도그', '흑당밀크티' 등 우리는 한때 우후죽순 생겼다가 없어진 것들을 많이 보았다. 무인셀프사진관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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