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상태를 딱 맞게 표현해 주는 단어로 이것만큼 적당한 것은 찾지 못했다. 4월에 갑작스럽게 새로운 부서로 옮기고 완전 생소한 것들을 접하면서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2011년부터 줄곧 한 회사를 다녔던 짬밥이 있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계속 버텨왔다. 하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부서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열정적이다. 저녁 7시, 8시도 개의치 않고 주말 출근도 잦다. '워라밸'이란 말이 생긴 지 오래되었지만 이곳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 힘들었던 경험은 입사 후 8개월 즈음 찾아왔었다. 그새 친해진 동기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 부서 개편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뭔가 모를 무기력증. 1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었다. 그 이후 회사에서 힘든 순간이 또 찾아오겠지만 그때만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즈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
퇴사를 해야 하나. 1년 동안 휴직을 할까.
13년 전과 다르게 나에게 좀 더 많은 선택지가 놓였지만 그 어떠한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숨과 함께 퇴근을 하면서 오랜만에 글을 써보자고 생각하며 지금 이렇게 '브런치'를 켰다. 13년 전, 나는 무기력증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것을 해보았고 그때 글쓰기에 취미를 갖고 블로그도 1년 이상 제대로 운영했었다. 한 단어/한 글자/한 문장/한문단을 완성해 가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어떨 땐 술술 써지다가도 한 단어 때문에 몇십 분을 고민한 적도 많다. 그러나 창작의 희열이란 것이 있고 그것은 나에게 특별했다. 별것 아니지만 글 한편 완성했을 때의 짜릿함. 내가 키운 아이를 세상에 선보이는 그 기분, 뭐 그런 거와 닮지 않았을까.
10시가 넘었다. 잠시 괜찮았던 기분이 내일이면 다시 원점이 될지 모른다. 벌써부터 내일 출근 생각에 우울하다. 하지만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버텨야 한다. 주말이 있고 연차도 있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컵 속의 물이 넘치기 전에 멈추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