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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9. 2020

[영화 리뷰] - <하이, 젝시>

독특한 설정의 작위적인 풀이

  <하이, 젝시>는 본국인 미국에서는 일찍이 개봉했고(작년 10월) 흥행과 평가 모두 좋지 않았지만 국내 개봉 소식이 들렸을 때 나름대로 기대하게 된 영화였다. 예고편을 봤을 때 독특한 설정이 주는 시원시원한 코미디를 기대하게 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인들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스마트폰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고 실제로도 이러한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 전체로 볼 때 모든 상황을 쉽게 쉽게 풀어내려 해 개연성이 떨어지고 깊이가 부족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영화의 장점은 앞서 상기한 대로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상황을 이용한 미국식 코미디이다. 특히 코미디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공지능 젝시는 우리에게 이미 시리, 빅스비 등으로 익히 알고 있는 음성인식 서비스의 딱딱한 말투를 이용하기에 더 특징이 확고하지 않나 싶다. 말한 대로의 명령을 수행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익숙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의 익숙함에 감정적이고 격한 상황을 부여해 반전을 주고 이 서비스들이 메시지, 지도, SNS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부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코미디들은 쉽게 몰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는 84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빈약함이 다수 드러난다. 영화의 메시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대사로 직접 언급하거나 노골적인 연출로 과하게 이야기를 하고(이미 영화가 보여주는 코미디 상황 자체가 메시지 자체를 담고 있음에도) 영화의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서도 쉽게 쉽게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의 핵심 플롯을 담당하는 케이트[알렉산드라 쉽 분]와의 로맨스도 첫 만남이나 최종적인 갈등 해결에 있어서도 특별한 서사 없이 단발적인 상황으로 무마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만남이나 데이트에 있어서도 상황과 동떨어진 화장실 유머로 점철되어 있다. 영화로서 하나의 이야기라는 흐름이 과하게 배제되어 있고 이와 동떨어진 코미디로만 채워진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아주 깊숙하게 침투한 스마트폰인 만큼 <하이, 젝시>의 기획 의도는 분명 좋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로 관객들에게의 접근이 매우 쉽고 스마트폰에 매몰되다시피 한 현대인들에게 한 발짝 물러나 현실을 보라 하는 착한 메시지로의 유도가 분명하고 친숙했기 때문이다. 그 구조가 한눈에 보이기에 이 영화의 작위적인 풀이법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온다. 영화의 가벼운 논리와 서사가 영화 전체를 가볍게 만들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그리 와닿지가 않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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