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블다운 영화를 보았다
감독 : 제임스 건
최근 마블의 행보는 썩 좋지 못했고 마블의 신작들에 예전과 같은 기대를 가지긴 어려워졌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 3>)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설령 전작들을 잘 이끌어온 제임스 건 감독과 캐스트들 모두 잘 유지된 채로 속편이 제작됐다곤 하지만 비슷한 조건에서 진행된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아쉬운 결과를 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오.갤 3>도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그 걱정은 기우였고 <가.오.갤 3>은 오랜만에 과거 마블 영화들이 주었던 재미와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가.오.갤 3>의 장점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본인들이 다뤄오던 테마 안에서 새로운 요소들을 잘 확장하고 닫았다는 점입니다. <가.오.갤 3>은 장르적으로 SF, 그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를 채택하고 있고 주제적으로는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으며 올드 팝송을 베이스로 코미디를 가미한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연출적인 차별성을 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가.오.갤 3>은 그 테마를 철저히 잘 지키고 있습니다. 악당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 분]와의 대결이 굵직한 서사로 등장하지만 영화의 세세한 드라마를 살펴보면 특히나 그것들이 잘 느껴집니다.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을 필두로 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맞붙게 되는 이유도 자신들의 가족인 로켓[브래들리 쿠퍼 분]을 구하기 위함이고 그 방식 역시 우주의 여러 공간을 탐험하는 활극의 형태로 구현되며 그 과정에서의 액션도 작품 세계 속 요소들을 적극 활용한 형태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테마를 지킨 상황에서 <가.오.갤 3>는 새로운 요소들을 몇몇 가미합니다.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로켓의 과거사를 다루는 서브플롯을 통해 영화는 PC적인 요소를 포함해 주제의식을 확장하는데요, 이 서브플롯 역시 가족주의로 포용되기에 일관성을 헤치지 않으며, 그 자체로 매우 뛰어나거나 참신하지는 않지만 인물들의 교감과 상실의 순간을 명확하게 표한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의도한 효과를 분명하게 전달해냅니다. 이 서브플롯에서 이어져 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행동과 그 동기가 확장한 주제의식을 잘 받아내고 있고요. 아담[윌 폴터 분]과 아이샤[엘리자베스 데비키 분]는 존재감이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적도 가족주의적인 큰 주제 안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습니다. 일부 액션 연출도 인상적인데요, 특히 가장 인상적으로 꼽고 싶은 복도에서의 액션은 로봇 암을 기반으로 한 듯한 화려한 움직임의 원 테이크로 담아내며 굉장히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냅니다. 장면 안에서 주고받는 액션과 리액션이 기존 <가.오.갤> 시리즈에서 익히 나온 액션들이며 캐릭터들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편 이를 색다르게 담아내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3편에 걸쳐 확장한 이야기들을 잘 마무리해 준 것 역시 인상적입니다. 특히나 세계관 확장을 위해 메인 플롯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요소들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가 몇몇 있었던 최근의 마블 작품들과 비교하면 자신들이 벌인 이야기를 확실하게 닫고 있는데요, 전작들에서 이어져온 요소들(가모라[조 샐다나 분]와의 관계를 비롯한 가디언즈 멤버들의 향후 행적)을 3편의 이야기 안에서 그 답을 잘 찾아냈습니다. 물론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이 됐고 한차례의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기에 브랜드 전체의 세계관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됐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전작들의 좋은 기억은 공유하면서도 한 편의 영화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우리가 기억하는 마블다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