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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6. 2023

[영화 후기/리뷰/정보] <토리와 로키타>

어떻게든 한 줄기 희망을 찾던 다르덴이 던지는 일종의 경고장

감독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본 리뷰는 <토리와 로키타>의 결말을 비롯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사회적인 문제, 특히 소외된 인물들을 바라봐온 것은 오래전부터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었습니다. 영화 입봉 전,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기존 커리어와 그러한 다큐멘터리적 성향이 반영된 연출 스타일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특징인데요, 담담하게 인물들을 바라보던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그 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발견하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최근 작품들을 기준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소년 아메드>는 IS에 심취한 소년을 종교를 넘은 인간 대 인간의 논리로 설득해 내며, <언노운 걸>은 주인공의 죄책감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아냈습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주인공이 실질적으로 얻어낸 건 없지만 그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자전거 탄 소년>의 부모에게 버려진 한 아이가 굳건하게 성장해낼 것이라는 결말을 전해줍니다. 각기 IS, 소외 계층,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과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았습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이러한 결에서 벗어나 일종의 경고를 던지는 것과 같은 영화였습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밀입국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난민 소년 토리[파블로 실스 분]와 누나 로키타[음번두 조엘리 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돈이 급해 마약 판매에 가담하게 되고 그나마 있는 돈도 브로커들에게 갈취를 당하며 마약 브로커에게는 성적으로 착취당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돈이 급해지자 로키타는 마약을 재배하는 시설을 관리하게 되고 토리와 떨어지게 되며 폭력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됩니다. 밀입국이기에 당국에도 거짓된 진술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에 처하죠. 영화는 이러한 토리와 로키타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그 무게감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오프닝, 인터뷰에 응하는 로키타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하던 카메라는 이내 로키타가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자 그에 맞춰 주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로 카메라 역시 시선을 돌립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 같았던 인터뷰 진행자들은 도리어 로키타를 걱정하고 인터뷰를 미루자고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 영화는 로키타에게 지워진 무게감에 집중을 하고 있고 그 무게는 몇몇 악인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 전체에서 오는 것임을 드러내지 않나 싶습니다.

  기존의 다르덴 형제 영화들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다면 <토리와 로키타>는 그러한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들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분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다르덴 형제 영화들은 소외 계층 및 약자를 도와주는 인물들이 항상 함께 등장했습니다. <소년 아메드>는 IS에 빠진 소년을 계도하려는 선생이 있었고 <언노운 걸>은 주인공이 피해자의 정체를 밝혀내며 그 역할을 다했습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 속 주인공의 일부 동료들이 그러했고, <자전거 탄 소년>에서 우연히 주인공을 만난 미용실 주인이 그러했죠. <토리와 로키타> 역시 보육원 선생님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해주지만, 정작 등장하는 비중이나 영화에서의 역할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두 번째는 주인공을 죽였다는 점, 그리고 그 후 황급히 영화를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예시로 든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면서 주인공들이 변화해나갈 여지를 발견합니다. 비록 현실적인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면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을 바탕으로 현실을 살아나갈 것을 암시하고 영화를 마무리하죠. 하지만 <토리와 로키타>에서 로키타는 죽음을 맞이해 그러할 여지가 일채 없으며 로키타의 장례식에서 토리는 그 슬픔에 잠긴 채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영화의 마무리가 이루어지는 템포로 보아 영화적 완결성이 조금은 아쉽게도 다가오지만, 이러한 완결성을 포기하고서라도 다르덴 형제는 관객들이 이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길 바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희망을 찾던 최근의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과는 많이 다른 <토리와 로키타>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장과도 같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영화적인 완성도는 전작들보다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전 몇 작품의 성향에 비해 날카로워진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는데요, 사실주의적인 연출과 촬영이 주는 감독 특유의 성향은 유지하면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다르덴 형제의 차기작들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불러일으키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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