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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6. 2023

[영화 후기/리뷰/정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팬 서비스만으로도 즐거운 한상차림 뚝딱

감독 :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성공 사례가 하나 둘 늘어나고는 있지만 게임 원작 영화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입니다. 수많은 플레이 타임을 두 시간 내외의 러닝 타임으로 담아내기에는 그 용량이 턱 없이 부족한 편이며 연출이 다수 개입한다 한들 플레이어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기에 재미를 포용할 수 있는 정도가 다양한 게임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서사 매체인 영화는 그에 비해 포용의 정도가 좁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신선합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임 속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즐거웠던 게임 플레이의 경험을 압축해 스크린에 구현해 내기 때문입니다.



  [동키콩]의 주인공 캐릭터를 분리해 개발됐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러한 게임들의 장르와 게임 내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원작 IP가 갖는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영화 초반부에 작업 의뢰를 받고 현장으로 가는 장면은 [동키콩]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 최초 시리즈들의 2D 플랫폼 게임을 연상시키며, 버섯 왕국에 도착해 파이프라인을 이리저리 타고 다니는 모습은 원작 게임의 맵을 떠오르게 합니다. 마리오[크리스 프랫 분]가 피치 공주[안야 테일러-조이]에게 시험을 받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공간은 기상천외하고 엄청난 고난도의 맵 디자인을 유저들이 공유하는 [슈퍼 마리오 메이커즈]를 연상시키죠. 동키콩[세스 로건 분]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원류 격의 게임 [동키콩]이나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를 연상시킵니다. 중반부 카 체이싱은 단연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구현해낸 것이라 보이며 쿠파의 꼬리를 잡고 돌리는 동작이나 공중에서 엉덩이로 내리찍는 동작은 [마리오 64]의 액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외 종류별로 효과를 달리하는 버섯들, 음악의 활용, 전체 세계를 나타내는 지도나 공간의 디자인, 쿠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 등등등. 영화의 대부분의 요소들을 원작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차용합니다.



  한 시간 30분 정도 되는 짧은 러닝타임에 영화는 이야기를 간소화하고 이러한 게임 내의 요소들을 한가득 집어넣었는데요, 당연히 영화적인 완성도나 깊이감이 좋은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적으로도 그러한 요소를 다루는 데 크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의 목표는 오로지 게임 플레이의 영화적인 구현이었다고 보이는데요, 그러한 점에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방대한 원작 게임 IP를 집대성한 거대한 팬 서비스 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작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팬 서비스를 보는 것이 꽤나 즐겁습니다. 원작의 게임 플레이가 주는 쾌감을 잘 살려낸 것은 물론이고 그 재현의 정도가 상당히 좋기에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일종의 추억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죠.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아니라 개성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상황 연출(특히 코미디)을 중심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를 선택한 이유도 아마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원작에 대한 지식이나 애정이 없다면 가뜩이나 짧은 러닝 타임에서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완성도가 낮은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힘들 것이고, 넘치는 팬 서비스는 그저 빠르게 휙휙 지니가는, 과도하고 산만한 요소들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소뮈 말해 '그들만의 축제'인 셈인거죠. 원작에 대한 관심 정도에 따라 관람 경험이 크게 갈릴 것 같은 작품인데요, 원작 게임의 특징, 그리고 막대한 영향력을 믿고 의도한 일종의 자신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적어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도한 효과를 정확하게 구현해내고 있으니 참으로 정직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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