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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6. 2023

[영화 후기/리뷰/정보] <드림>

어느 순간부터 공허하게 느껴지는 패기


감독 : 이병헌



  어쩌다 보니 올해 스포츠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해당 작품들이 작년에 개봉한 외화(<더 퍼스트 슬램덩크>), 코로나로 제작이나 개봉이 밀린 작품들(<카운트>, <리바운드>)이 많아 의도한 유행이라 보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힘든 시기에 희망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장르의 장점이 어울리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드림>도 이러한 항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소재보다는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감독의 색채가 지워지는 아쉬움이 보인 작품입니다.



  경기 중 기행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은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분]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되고 이들의 이야기를 PD 소민[아이유 분]이 다큐멘터리로 찍어나간다는 내용을 다루는 <드림>의 평범한 스포츠 드라마의 서사 공식을 따라갑니다. 다만 <드림>은 이 공식을 이행하는 방식에서 차별점을 보여주는데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과장된 상황, 이로 인한 독특한 코미디가 영화 안을 빼곡히 수놓습니다. 특히 홈리스 월드컵 자체는 진짜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소민이라는 캐릭터와 티격태격하는 홍대가 재미있는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꽤나 진지한 드라마로 이야기가 풀어지는데요, 자연스럽게 이병헌 감독의 장점은 사라지기 시작하고 영화의 경쾌한 리듬은 상당 부분 죽은 채로 중후반부가 진행됩니다. 그렇다고 영화의 중후반부가 드라마로서 충분한 깊이감이나 설득력을 가지지도 못하기에, 오히려 영화의 후반부는 무색무취로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마가 되면서 일종의 변칙성 캐릭터였던 소민이 붕 뜨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이르러서 해당 캐릭터에 드는 인상은 초중반부를 위한 기능적인 캐릭터처럼 느껴지기까지 하기에 이러한 부분이 많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아래 문단은 후반부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영화가 선택한 소재이자 장르인 스포츠를 전달하는 방식이 많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후반부 경기 연출은 역동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단조롭다고 느꼈으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해설의 개입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 해설의 개입은 구구절절하다는 인상을 주며 스포츠에 대한 시청각적 구현에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열정에 경기장의 관중들이 환호한다'라는 후반부 내용은 그저 공허한 패기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해설자가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외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멘트를 치자마자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스탭이 이를 연호하고 이에 관중들이 동참하는 모습은 상당히 작위적이고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경기 연출이 감정을 자체적으로 끌어올리고 해설 등의 경기외적 요소가 그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드림>의 경우 경기외적 요소(해설)가 모든 역할을 다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나 서사 전달에서는 아쉬움을 보였어도 최소한 확실한 경기 연출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시청각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한 <카운트>, <리바운드>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드림>의 경기 연출은 상당히 아쉽게 다가옵니다.



  물론 <드림>은 전문 선수들의 경기가 아니라 축구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홈리스들의 경기라는 점, 상대와의 수준 차이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높은 퀄리티의 경기 연출은 할 수 없었으며 실제로 호응을 얻은 실화를 이행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의 경기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팀의 경기를 다룬 <카운트>나 <리바운드>, 원작부터 NBA 수준의 경기를 염두에 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셈이죠. 하지만 이를 영화로서, 시청각적인 표현으로서 관객을 설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영화의 소재로 선택한 이상 설득해 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예를 들고 싶은 작품이 <맨발의 꿈>입니다. 동티모르에서 축구화도 없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대회에 출전시킨 김신환 전 축구 선수의 실화를 다룬 <맨발의 꿈>은 10대 초반의 유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뤄, 역시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진 않지만(경기 중 몸개그 연출도 있고) 영화적인 표현으로서 영화가 의도한 효과를 잘 전달해 내고 있습니다.



  경기의 수준은 낮을지언정 표현의 수준은 낮아서는 안됩니다. 영화가 쌓아둔 이야기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이어줄 수 있는 표현으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드림>의 어색한 경기 연출과 그 위에 범벅으로 배치된 해설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표현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출전 자체를 일종의 도전처럼 그려냈던 영화의 태도를 고려해 보면 후반부 경기 장면이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합니다.





  이병헌 감독의 장점은 어떤 이야기를 구사하든 기저에 깔린 장르에 충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내기 대학생들의 호기만 가득한 삶을 다룬 <스물>, 마약반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한직업> 모두 코미디를 기본 베이스로 삼고 있는 작품들인데요, 두 작품 모두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특정한 감정을 유도하기보단 코미디로서의 본분을 끝까지 다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깊이감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형태의 작품들이지만, 최소한 영화적인 일관성과 장르적인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영화의 재미를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드림>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이병헌 감독의 특징이 많이 희석된 작품인데요, 마냥 가볍게만은 다룰 수 없는 실화 기반의 소재를 택한 것에서 이 영화의 노선이 이해가 되긴 합니다만 많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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