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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6. 2023

[영화 후기/리뷰/정보] <무명>

보는 맛은 참 기가 막힌데

감독 : 정이

  <무명>은 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항일 결사와 일본 조직의 첩보전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비선형적 서사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첩보전이라는 특성상 영화 내에서 제시되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서로를 쫓고 쫓다는 긴장감이 주가 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그 정보들을 창의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서사 구조를 채택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결말에 가면 초반부에 제시된 장면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됐는지 알 수 있고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쾌감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러한 장면들이 주는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장면들, 그러니까 시간 순서로 정리했을 때 후반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주로 이미지를 중심으로 제시됩니다. 대사가 적거나 중심 서사와는 관련 없는 대사들이 나오고,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죠. 그렇다 보니 영화 초중반은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줍니다. 가뜩이나 영화의 서사가 치고 나아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도 있어 이러한 영화 초중반의 인상은 영화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방해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첩보 장르로서 당시의 정세에 맞춰 인물들의 입지나 이해관계 등등 다양한 정보가 나오는데 영화는 이를 확실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잘 살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영화 후반에 이르러 정보를 정리하고 결말을 짓는 방식이 나쁜 의미로 정직한 편이라 장르적인 재미도 덜한 편입니다. 오히려 프로파간다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고요.

  하지만 마냥 단점만 있는 영화는 아닌데요, 영화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40년대 상하이의 여러 가지 모습을 구현해 내는데요, 백열등을 베이스로 황색 바탕의 공간들(상하이의 거리, 일본군 관저 등등)이 주는 과거의 느낌들도 상당히 잘 살아있는가 하면 창백한 톤의 낮은 색온도의 공간들(호텔방, 야외 공간 등)이 주는 장르적인 표현도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양조위와 왕이보, 두 주연 배우들과도 상당히 잘 어울려서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감흥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특히 양조위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뛰어난 연기력이 맞물려 발휘하는 시너지는 그 자체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이러한 존재감 속에 자신만의 영역을 잘 지켜내고 있는 왕이보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정리하자면 각기 영역에서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였고 그것을 종합해서 바라봤을 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영화의 고점이 분명하고 상당히 뛰어나기에 영화의 단점이 개선되었다면 정말 뛰어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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