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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pr 28. 2024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던 놀이동산

아이와 함께 마산로봇랜드

이번 주말에 아이와 마산로봇랜드에 다녀왔다. 몇 개월 전부터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수지는 로봇랜드 입구를 보자마자 신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거대한 로봇이 반겨주는 로봇랜드 입구를 보면 ‘새롭고 신기한 세상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어른이 된 지금도, 놀이동산에 가면 어릴 때처럼 왠지 설레는 느낌이 드는 건 여전하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5살 수지는 놀이동산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을까. 그리고 놀이동산으로 들어가는 순간 밖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이 현실감 없이 다가온다. 들어가는 순간 ‘와, 다른 세상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다.  




놀이동산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타고 싶은 걸 타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키즈카페나 놀이터를 가면 아이들은 자기가 놀고 싶은 곳에 가서 마음껏 타면 된다. 그런데 놀이기구는 내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특히 주말에 가니, 사람들이 많아서 15분 이상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오래 기다리면 30분도 넘게 기다려야 했다.


4월 말이라서 아직 여름은 아닌데도, 이 날 낮엔 한여름처럼 햇빛이 뜨거웠다. 대기줄에 파라솔이 있긴 했지만 뜨거운 태양빛을 다 막아줄 순 없었다. 그리고 대기줄에 앉을 곳도 없고 서서 기다려야 하다 보니, 수지가 힘들까 봐 남편이 아이를 안고 있기도 하고,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자기 허벅지 위에 아이를 앉혀 놓기도 했다. 참 다정하고 따뜻한 아빠다.


더위와 맞서 싸우며 기다리다가, 결국 남편은 햇빛을 가릴 우산을 차에 가서 가져왔다. 그리고 놀이동산에 있는 내내 나와 수지의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다정하고 따뜻한 남편이 있어서 참 든든하고 행복하다.

사랑하는 남편과 수지




이런 아빠의 정성을 알아서인지, 수지는 기다리는 동안 더워서 얼굴이 빨개져도 짜증 한번 안 내고 잘 있어 주었다. 손에는 생수 한통을 들고 수시로 물을 들이키며 나름대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애써 기다린 후에 놀이기구를 타면 세상 환한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수지의 웃음은 기다리며 쌓인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아이가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놀이동산의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고,
다른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었다.


환하게 웃는 수지에게만 하이라이트 조명이 비취는 것 같았다. 기구를 타는 짧은 시간 동안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 공간을 다 채웠다.


어느새 이만큼 자라서 혼자 놀이기구도 신나게 즐길 줄 아는 건지. 참 많이 컸구나 하는 걸 실감하며 뭉클하기도 하고 기특했다. 점점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고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는 아이를 보면 감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 좀 더 천천히 가게끔 붙잡아 두고 싶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운 지금 이 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싶다.


로봇랜드에서 거의 4시간을 있었다. 수지는 나오기 직전까지도 에너지를 발산하며 씩씩하게 뛰어다니며 놀았다. 에너자이저 수지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놀이동산에서 발산하고, 우리 부부도 모든 힘을 다 쏟았다.


에너지를 들인 만큼 즐거움의 에너지가
새로 쌓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즐거워하는 아이 곁에서
우리도 참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일몰도 봤다. 커다란 태양이 진한 노란빛이 되어 그 주변에 노을을 만들며 산 뒤로 넘어가기 직전의 풍경을 봤다. 정말 너무 오랜만에 보는 일몰에 감동받아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수지도 같이 일몰을 봤다. 수지 인생에서는 아마 처음 보는 일몰이었을 것이다. 태양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 가득 안고 집으로 오는 길에 본 그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 식구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일몰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리 세 식구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톤 앤 아이의 ‘dance monkey’ 노래를 수지가 따라 불렀다. 노래 리듬과 가사가 재밌는지 수지가 재밌어하며 계속 따라 불렀고, 수지의 노래가 계속 듣고 싶어서 남편은 ‘dance monkey’ 노래를 계속 틀었다.


씨스타 19의 ’ma boy’ 노래가 나올 때 나와 남편이 따라 부르니, 수지도 덩달아 같이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수지가 “세 개 다 노래 부르네 히히” 하며 웃었다. (세 개 -> 세명) 우리 세 식구의 노랫소리와 함께 행복이 타고 흘러들어왔다.


오늘 하루 빈틈없이 꽉 차게 행복했다. 아이가 웃던 순간들, 남편의 다정한 순간들, 생각지 못한 하늘이 준 일몰 선물에 황홀했던 순간들, 우리 세 식구 같이 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던 순간들, 모든 순간이 다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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