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즐거워지는 마법
오늘은 아이 하원하고 보건소에 볼 일이 있어서 같이 갔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수지에게 오늘 엄마랑 택시 타고 보건소에 가자고 하니, 수지가 보건소는 뭔지 모르지만 택시 타고 간다는 말에 좋아했다. 엄마랑 어딘가로 같이 가는 게 그저 좋은 아이다.
“오늘은 놀이터 안 갈 거야~”라고 말하며 콩콩 뛰면서 좋아했다.
택시에 탄 수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택시 안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창문에 붙어있는 햇빛 가리개에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 표정을 따라 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님 자리 뒤에 붙어 있는 칸막이를 보고 “엄마 이것 봐. 여기 오지 마세요 해떠.” “엄마 여기 구멍이 이떠.” 하며 재잘거린다.
재잘거리는 수지의 귀여운 목소리가 노랫소리 같았다. 지루 할 틈 없이 아이와 이야기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보건소에 도착했다. 보건소는 경남서부청사 건물 안에 있어서 규모가 꽤 크다.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수지가 넓은 내부를 보고 감탄하며 “우와 이쁘다” 하며 좋아했다.
난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가 있어서 여기저기 물어 물어,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남편 신분증과 도장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난 그건 모르고 다른 필요서류만 챙겨 온 거라, 받으려고 했던 서류를 못 받게 되었다.
그래도 온라인 신청도 가능해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내일 서류받으러 오면 된다고 하셨다. 알겠다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기 전에 블로그로 대충 한번 훑어보고 왔더니, 남편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한 건 내가 놓친 것 같다. 제대로 잘 알아보지 않고 온 내 실수였다. 그래서 하려고 했던 일처리는 바로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지가 같이 있어서 일처리가 안된 허무함을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었다.
내 옆에서 그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수지 하원하고 보건소까지 데이트 왔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보건소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일이 다 끝나버려서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 볼일이 빨리 끝났네. 이제 집에 갈까?”라고 하니 수지는 안 가고 싶다고 했다. 하긴, 택시 타고 온 시간보다 여기 머무른 시간이 더 짧으니 아쉬울 만도 하다.
일단 로비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아서 과자를 먹게 했다. 과자를 먹던 수지는 건물 안에 있던 카페를 보고, 주스가 먹고 싶다고 했다. 과자를 먹고 목이 마른듯했다. 그래서 카페에 가서 딸기라떼를 하나 시켰다.
나도 한 모금 먹으려고 빨대를 하나 더 받았다. 내가 받은 빨대를 손에 들고 있으니, 수지가 “엄마 빨대도 여기(컵에) 넣어”라고 했다. 음료 하나에 우리는 빨대 두 개를 넣고 같이 나눠 먹었다. 수지 한 모금 먹고, 나 한 모금 먹으며 달콤한 딸기라떼를 먹었다. 별거 아닌데 이 순간이 참 행복했다.
어디서 뭘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같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와 있으며 실감한다. 아이와 있다 보면 그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아이와 같이 있는 순간이 정말 좋다.
만약 아이가 없이 나 혼자 보건소에 왔다면 ‘볼일이 있어 왔는데 일 처리 못하고 그냥 헛걸음했구나’ 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딱히 뭐 남는 것도 없이 그냥 서류 못 받고 돌아가는 하루의 조각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와 있다 보니 보건소 건물 안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음료를 마시며 웃게 된다. 아이와 데이트하는 사랑스러운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이 행복한 하루의 조각으로 남았다.
음료를 반쯤 마시고 나니 수지가 밖에 나가서 산책 한 바퀴 하고 싶다고 했다. 청사 앞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황사만 없었어도 마스크 벗고, 신나게 한 바퀴 돌았을 것 같은데 황사가 너무 심해서 오래 걸을 수는 없었다. 조금 걷다가 이제 집에 가기로 하고 다시 택시를 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수지는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 유치원에서 열심히 잘 보내고, 엄마 볼일 따라와서도 같이 잘 있어주고 기다려준 수지가 참 고마웠다. 고단해서 잠든 모습을 보니 고마움과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몽글몽글해진 나는 자는 아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냥 서류 발급하는 일만 하고 갈 뻔한 시간을, 수지가 같이 와준 덕분에 잠시나마 늦은 오후에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의 시간을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아이다.
집 앞에 도착해서, 비몽사몽인 수지를 깨워서 내렸다. 그리고 “수지야 오늘 엄마 따라와 줘서 고마워”라고 여러 번 말했다. 사랑고백하듯이.
내가 가는 길에 아이가 곁에 있어주는게
왠지 든든하고 행복하다.
어디를 가도 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