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운 Nov 06. 2017

테이크아웃컵의 여정 03

선별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도착하는 곳

선별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행선지


이 곳을 방문하기 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방문하기 어려울거라던 공장장님의 말씀 처럼, 아니 생각했던것보다 더 허락받기 어려웠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물어보고 대답을 준다고 하여 기다리면 아무런 연락이 없기를 반복하다보니 차라리 다른 선별장을 다시 가보는게 낫겠다 싶었다.

성북구, 의정부 등 여러 선별시설과 그 곳을 담당하는 구청 담당자분께 연락드려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내가 쓰고 버린 테이크아웃컵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게 왜 이렇게 힘들어야하지?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소비할 때는 갖가지 정보를 주지만 그 이후의 정보는 알려주지도, 알아내기도 너무 어렵다.  모든 관심은 물건을 살 때에만 집중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여기저기 연락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와중에 드디어 약속이 잡혔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재활용업체라고 들었다.

이 곳은 페트와 계란판류(시트류) 2가지를 취급하는데, 우리가 추적하는 테이크아웃컵은 계란판류에 속한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수거된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과정을 보게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와 재활용 되는 과정 

선별장에서 압축된 재활용품이 들어오면 여러 과정을 거쳐 색을 구분하고, 뚜껑, 라벨 등을 제거 한 후 파쇄한다. 작게 잘라진 조각들을 세척하고 건조해서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어 큰 마대에 담아 최종 납품하게된다.

이 곳의 과정은 전체적으로 색을 분류하는게 가장 중요해보였다. 색을 인지해서 분류해내는 기계로 몇 번의 단계를 거쳐 투명(A+, A (투명이어도 겉면에 인쇄있는것 등) , 갈색(맥주), 초록(사이다), 스카이, 잡색으로 분류하는데 컵지는 투명이어도 상품성이 가장 낮은 '잡색'으로 분류된다. 

광학 기계를 거친후에도 수선별하는 라인이 따로 있었는데, 이 곳에선 잘 못 섞인 색 또는 투명에 섞인 컵지 등을 골라내고 있었다.  색이 등급을 결정하고 그게 곧 상품(플레이크)의 가격이 되므로, A+ 에 다른게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가령 A+급에 컵지가 섞이면 클레임 대상이라고 한다.

엄청난 양의 압축된 시트류 (계란판류, 딸기팩, 컵지 등의 페트) 

여러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색이 분류된 PET

마지막에 다시 수선별 과정을 거친다

잘게 플레이크로 만든 후 세척

납품 전 마대에 담긴 플레이크. 색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정리하자면, 이 곳은 플라스틱 중 PET를 재활용하는 곳으로 음료 페트와 시트류를 취급하지만

대부분 음료 페트(생수병, 각종 음료, 맥주, 사이다 등)이고, 그에 비하면 시트류는 아주 적다.

그 중 '컵지'는 투명이어도 '잡색'으로 분류되거나 애물단지 취급 받으며 골라내진다는 것.


설명을 듣긴 했지만 이해되지 않는것들, 전반적으로 궁금한것들을 물어보았다.


/ 컵지중에  인쇄없는 투명이면 잡색이 아닌 A로 갈 수 있는것 아닌가요?

- 그렇지 않다. 컵지는 애초에 페트병과 물성이 다르다.  플레이크로 화이바(섬유)를 만드는데 컵지가 섞이면 절사 되기 때문에 클레임 대상이다. (섬유화 작업 시 화이바가 길게 나와야하는데 컵지가 섞이면 섬유가 끊겨 단섬유가 되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컵지는 골라내거나 일부 믹스(잡색)에 섞인다.


/ 그 많은 것들이 걸러내야할 대상이라니요?

페트에 비하면 작은 비율이다. 생수, 사이다, 콜라, 막걸리, 등의 음료. 그 비율에 비하면 컵지는 작은 비율이다.


/ 이 곳에 들어오는 플라스틱 양이 궁금한데요, 하루에 얼마나 처리하나요?

- 하루에 260톤, 한 달에 6,000톤, 1년에 72,000톤을 처리하고있다.

  대한민국이 1년에 22만톤을 처리하는데, 우리가 35%를 하고있는 셈이다.


/ 직원 수는 얼마나 되나요?

 180명 정도, 주간/야간이 있고 야간은 10시 부터 7시다. 거의 24시간 돌아가는 셈.

 매일 들어오는 양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쌓이게된다.


/ 이 곳의 수익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플레이크 판매 수익 외 보조금 등이 있나요?

- 플레이크를 판매한 수익에 생산업체의 분담금이 있다. 판매만 하는걸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제도를 법으로 해서 보조를 해주고있다. 재활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 제조 단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컵 위에 테두리 있는 알루미늄, 그런건 재활용하기 나쁘다. 

삼다수 같은 경우도 물이 보기 좋도록 페트가 하늘색을 띄게 만든다.

마케터들은 판매증진을 위해 그렇게 하는데, 그런 페트는 스카이로 따로 분류해야하고 재활용하기 안좋다.

라벨도 본드로 쭉 다 붙이는것 말고 한번에 떼기 좋은 방식이 좋으며, 페트 자체에 인쇄하지 않는게 좋다.

막걸리도 알루미늄 뚜껑으로 되어있는데 그런게 있으면 사람들이 다 골라내야한다.


/ 디자이너, 마케터 등 제작하는 사람들이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은것 같은데 소비자, 버리는 입장에서 신경써야할건 뭐가 있을까요?

> 음료 남는거 없이 버리면 좋겠다. 음료가 남고 찌꺼기가 있으면 압축하면서 터진다. 

그러면 냄새나고 작업이 힘들어진다.



분명히 선별장에서 모아진 덩어리들을 보았고 그 덩어리들이 이 곳에 온다고 하여 어렵게 왔는데, 이 곳에서는 골라내어 버려진다고 하니 이게 어떻게 된걸까. 컵지가 애물단지인 이유는 이해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이 납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선별장에선 일부이긴 하지만 왜 선별했을까. 

놓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이게 정답인지 뒤숭숭하긴 하지만 '믹스'플레이크에도 섞인다고 하니 많은 양은 아니어도 믹스 플레이크를 공급받는 업체에 가보면 재활용 되는것을 볼 수 있겠지..

다음 여정을 위해 믹스 플레이크를 공급받는 업체의 연락처를 받아두었다.

궁금한게 해결될까 싶어 두근거리며 왔던 길과는 달리,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 찜찜한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테이크아웃컵의 여정 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