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반대말
최근 크리에이터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창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나 콘텐츠 크리에이터 출신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크리에이터로서의 정체성"과 "사업가로서의 역할" 사이의 균형을 찾는 문제다.
강연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사업이 커지면 크리에이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이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이라는 본질적 활동보다 다른 일이 중요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런 일이 무엇일까? 크리에이터의 반대편에 있는 역할을 생각해보면 몇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 기획자, 매니저, 경영인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역할들이다.
크리에이터가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통념은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크리에이터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창작'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팔로워들이 특정 크리에이터를 따르는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과 콘텐츠 제작 능력이며, 이는 그들의 본질적 가치이자 정체성이다.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1인 크리에이터도 이미 '경영'을 하고 있다. 경영은 여러 단계에서 진행되는데 크리에이터의 가장 중요한 경영 활동은 마케팅이다. '팔리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고객에게 어필하고 그들의 반응을 추적한다. 그 외에도 협업, 예산 관리, 교육훈련 등에서 경영자적 마인드와 실행력을 발휘한다.
둘째,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성장했다 해도 경영 업무를 직접 할 필요는 없다.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은 이미 크리에이터가 경영 실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거나, 필요한 영역별로 전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1인 패션 브랜드는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생산과 물류는 전문 플랫폼으로 해결한다. 1인 화장품 기업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전념하고 제조와 유통은 위탁한다. 크리에이터 커머스도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하고 운영과 고객관리는 전문 에이전시에 맡긴다.
현대 비즈니스의 핵심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닌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다. 생산, 물류, 결제 등 기본적인 비즈니스 인프라는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필요한 영역은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외주로 처리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할 수 있다.
따라서 '크리에이터의 반대말'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현대적인 비즈니스 도구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진정한 크리에이터 창업은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비즈니스 환경이 제공하는 도구들로 자신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크리에이터 경영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