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반, 홀연히 떠났다 조용히 돌아왔다.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이용해 영국에서 머물렀던 일년 반.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일들을 겪으며 천천히 스며드는 여행인 듯 삶인 일상의 기록을 담습니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모 반듯한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면 듣기 싫어도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듣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나는 뭐하고 살고 있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 거지.
한국에 돌아와 나는 다시금 9 to 6 직장인 모드로 돌아왔다.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전시와 뮤지컬을 보고, 또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녔다. 달달이 따박따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의 안정감을 등에 업고 한 달에 한 번의 야근도 없이 여유로운 일개미가 되었다.
그런데.
왜.
<여유>라는 공간에서 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왜.
2013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훌쩍 떠났다. 나와는 썩 친한 사이가 아닌 누군가의 눈에는 회사 참 잘 다니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테니 “아니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둬?”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적잖이 받아야만했다. 일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보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일년이 채 안된 시기에 나는 또 다시 한국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영국이었다.
“한국이 싫어?”
“연고도 없는 영국은 또 갑자기 왜?”
"왜 하필 영국인데?”
“영국에 취직은 된 거니?”
“갔다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거 아니야?”
아무런 대꾸도 하기 싫었다. 다시금 똑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더욱 대꾸하기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삶을 함께 고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어떤 누군가가 있다면. 그런 이들과의 대화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일년 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나의 영국 이야기를 이어가려고한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주류가 아닌 기타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의 두 번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