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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까치 Oct 10. 2020

작은 혁명가

아버지는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 명성에 맞게 살았다. 없이 자랐고, 내내 일했다. 어릴 적에는 나름 수재 소리를 들었다. 국민학생 때 시험 석차 일 등도 했다. 학생은 오십 명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일 등이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명문 중학교에 갈 수도 있었다. 늘 그랬듯 돈이 문제였다.


고등학교는 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열일곱 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스물 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큰 아버지는 군대에 갔으니, 아버지가 가장이 되었다. 야구공 공장을 다니고, 인쇄소를 다니고, 양복 티켓을 팔며 간신히 먹고 살았다. 그 시절에는 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뻔하게 사는 게 싫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아버지는 되뇌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흐를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스물 아홉에 야간 대학에 입학했다. 그렇다고 인생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가려면 오히려 돈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낮에는 양복 티켓을 팔고, 저녁에는 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서른 셋, 청년 조규백은 드디어 학교를 졸업하고 모 기업에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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