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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까치 Dec 19. 2017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당신에게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 소개

우리의 감정을 구분하는 단어들은 수없이 많지만, 감정이란 언어로써 다 담을 수 없는 아주 복잡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감정의 정체를 속속들이 알아야 합니다. 강신주 박사는 수많은 감정들에 대한 통찰을 기성 문학에서 찾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의 감정수업은 독자가 스스로의 감정을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책 쓴 사람


화려한 말빨의 강신주 철학박사

책좀 읽는다는 사람은 이제 강신주 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해졌습니다. 책도 많이 썼습니다. 저는 강신주 박사를 팟캐스트 '벙커1' 강의에서 처음 알게 됐었는데요. 듣자마자 혼이 쏙 빠졌습니다. 그는 그만큼 흡인력 있는 강연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보니 그의 자극적인 강연이 불편해지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벙커1'을 떠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지나치게 추앙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사람들의 문제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 그 때 저는 알았습니다. 강신주 박사는 자극적인 강연으로 팬도 많고 적도 많지만,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진심의 영원함이라는 허구


감정이 이리저리 요동치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요. 하루 종일 머릿속에 그 사람의 생각으로 가득차고, 방금 봤던 얼굴이 또 보고 싶고, 방금 들었던 목소리가 또 듣고 싶어집니다. 심박 수는 점점 빨라지고 그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사랑에 빠진 이는 감정을 어찌 주체할 줄을 모르고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씁니다. 김동률의 노래 ‘사랑한다는 말’의 가삿말처럼, 너무 흔해서 하기 싫지만 어찌 달리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에는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합니다. 누가 사랑하지 못 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유도 없이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진심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그 사랑이 진심일까요. 진심이란 영원의 뜻을 내포합니다. 누구도 내일이면 변할 마음을 진심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 거라고 아주 확신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 어떤 것이 영원할 수 있었는지요.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들 중 오래된 것은 한 평생 이끌고 살아온 몸뚱아리와 출생신고와 함께 적어 넣은 이름뿐입니다. 소중히 했던 물건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꼈던 사람들과의 인연도 어느샌가 끊어집니다. 심지어 사라졌다는 사실마저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태반이니 그 허무함은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진심은 말해 무엇하나요. 진심의 영원함을 굳게 믿고 있는 것은 그 자신뿐입니다. 한낱 실체도 없이 말에 얹혀 전해질 뿐인 간절하고 순수한 그 이름, 진심이라는 것의 휘발성을 보고 있노라면 민망함에 눈을 가리게 됩니다.
 
저는 진심을 믿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진심이란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진심을 호소하는 것에는 무언가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리는 이가 간절히 진심을 전하는 것은 돈이 필요해서고, 사랑에 빠진 이가 진심을 전하는 것은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진심의 영원성을 부정하는 증거가 됩니다. 단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진심이라면 그것을 얻고 나면 그 진심은 언제 존재한 적이나 있었냐는 듯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죽고 못 살던 커플이 견원지간이 되는 일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진심의 진심은 이렇다


그럼에도 감정은 계속된다


그런데 강신주 박사는 ‘감정은 지속적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오늘 기쁨을 주는 사람이 갑자기 슬픔을 주는 경우는 없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말했듯 서로 사랑하던 연인 관계가 원수가 되는 경우를 그렇게도 많이 봐왔는데 말이지요. 오히려 감정이란 지속적이기보다 변덕스럽다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리 쉽게 변해버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습니다. 여러 개의 감정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선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마치 색깔이 변하듯 말이지요. 어쩌면 강신주 박사는 이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요. 변화하는 감정선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온전한 자신의 감정으로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진심의 영원성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진심의 영원성이 아니라, 애초에 감정이란 변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이 강신주 박사가 ‘자신의 감정에 어울리는 현실을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감정을 방해하는 것들이 만연한 현실에서는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고백을 거절당할까봐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자신의 험담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싫다는 말을 못합니다. 그렇게 참고 만다고 해서 만사 오케이라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지요. 고백을 못해도 애는 계속 타고, 거절을 못하면 스트레스가 계속됩니다. 우리에게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강신주 박사의 말대로 ‘자신의 감정에 어울리는 현실’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거절 당해도 상관없다, 미움 받아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강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해 초연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남들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런 확신이 마음에 설 때 비로소 진심은 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지 말란 얘기다


감정의 색채를 믿고 따르라!


진심은 전해져야만 합니다. 진심은 그만의 아름다움을 가집니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담은 진심은 어김없이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비록 잠깐 머물렀을 뿐이라고 해도 진심은 그 때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를 가집니다. 땅에 깊이 눌러 앉아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입니다. 그리하여 사라진 후에도 땅에 깊은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깊은 웅덩이는 추억과 낭만이라는 잔잔한 이름으로 채워집니다.

바로 진심의 가치는 그곳에 있습니다. 진심은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간절해진 인간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진심은 영원할 수 없다 해도, 진심이 존재했었다는 그 흔적은 영원합니다. 그 흔적으로 바라볼 때,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진심은 어쩌면 비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인 것 아닐까요. 오만하게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떠들어대지만, 변했다는 사실마저 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심한 새벽에 이불을 차며 과거의 진심을 민망해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엇에 홀린 것처럼 진심을 전해야 합니다. 진심을 전하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숙명이니까요. 

진심은 전해질 때 비로소 진심이 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낭만과 추억을 남깁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진심이 있는지요. 이제 귀를 기울일 때가 됐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강신주 박사가 그 방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감정의 색채를 믿고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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