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까치 Jan 14. 2018

지나간 날을 너무 후회해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 증상
    - 늘 후회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해요.
    -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처방 책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후회 속에서 죽어간다는 것


삼년 전, 둘째 이모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암 말기 판정을 받으신 지 두 달여 만의 이별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임종 전날에 이모께서는 어머니께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답니다. 어머니는 큰 이모와 무려 18살 나이 차가 나는 6남매 중 막둥이였습니다. 둘째 이모는 막내인 어머니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 상대가 언니였어도 미안하셨을 것이고, 동생이었어도 미안하셨을 것이고, 자식이었어도 미안하셨을 겁니다. 죽음이란 문턱 앞에서는 많은 것들이 후회되고 모든 것이 미안할테니 말입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저자인 ‘미치 앨봄’이 그의 스승 ‘모리 슈워츠’ 교수가 루게릭 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죽음, 인생, 사랑 등에 대해 그와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문 앞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리’ 교수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의 말보다 절절히 가슴에 새겨집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삶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고, 분명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그는 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미치 앨봄

과연 가장 비참한 죽음이란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아직 죽음에는 그 근처에도 이른 적 없으니 그저 막연한 상상이지만, 생각해보건대 아마 후회 가득한 죽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이 인생의 끝에서 하게 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만회할 수 있다면


완벽하리만큼 훌륭했던 인생에도 분명히 나름의 후회는 남겠지요. 세상에 어느 누가 일부러 후회를 사는 짓을 할까요. 다들 모르는 사이에 후회는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후회는 어쩌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인생에도 후회는 남고, 시원찮은 인생에도 후회는 남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훌륭함을 결정하는차이점은 적어도 후회는 아닙니다. 바로 '만회'가 그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후회는 만회를 위한 우리의 자각입니다. 나의 결정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게 하고 그것을 바로 잡으라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후회로만 남겨 놓는다면 인생은 점점 후회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만회해야 합니다. 오해를 풀고, 잘못된 행동에 사과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자존심을 세우느라, 욕심을 채우느라, 나태함을 정당화하느라 그렇게 하지 못하지요.

저는 그럴 때면 이미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해 봅니다. 정말로 시간이 거꾸로 흘러와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유치해서 웃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공부 정말 열심히 했을텐데.'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결정은 하지 않는건데.' 

그런데 지금 당신이 했던 그 생각처럼 30년 후의 당신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면 어떨까요. 30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으로 돌아와 만회의 기회를 얻은 겁니다. 지금 그렇게 허송세월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번뜩 들지 않나요?

모리 슈워츠 교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인생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성취감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지요. 만약 삶에서 의미를 찾았더라면 그렇게 뒤를 돌아 보는 게 아니라, 앞만 보고 살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뒤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만 보고 사는 것입니다. 후회가 된다면 뒤를 보고 안타까워할일이 아니라, 앞을 보고 만회하고자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죽음에게 관용이란 없으니


후회만 남는 삶은 타성에 젖었을 때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지요. 모리 슈워츠 교수의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그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고민들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삶을 관조하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라는 겁니다. 

죽음이란 우리 곁에 늘 함께 있는 것이라지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존재입니다. 그렇게 고민해 본 적도 없고, 사실 고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알아온 사람들, 가진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두려운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장 내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재수 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세상을 떠난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죽음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오로지 실수를 만회하는 것, 그것만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이 낮은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