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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27. 2017

잔인한 그 이름 '베르사유 궁전'

Day 7-2, Paris, Franc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Les Miserables ost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中     



비록 세계사와는 거리가 먼 이과 출신이지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왕이 있다. 태양왕이라 불렸던 '루이 14세.' 그리고 그의 이름을 걸고 창조된 궁전.


이곳은 베르사유 궁전이다.

꽤나 익숙하다.

뭐, 유년시절의 기억에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도 있었기 때문에.



Chateau de Versailles



아름답고,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이것이 처음 느낌이다. 궁전이다. 그렇다. 이곳은 왕이 살았던 곳이다. 대리석과 붉은 커튼, 그리고 금장의 계속된 향연.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개선장군의 모습을 똑 닮았다. 흰옷에 빨간 망토, 그리고 금색 장신구들로 치장된 그 전쟁영웅들. 정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 그림을 떠올려도 괜찮을 것이다. 동양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곱고 점잖은 느낌의 정적인 아름다움과는 반대로, 표출하는 동적인 아름다움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친구의 모습이 눈을 교차한다.





색으로 번진 기억이 현실의 실재함으로 고리가 되어 얽히자 더욱 버겁다. 인간을 통치하고 억압했던 과거 권력의 힘이, 반발심을 짓누르듯 도처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곳의 복도를 걷는 것은 양쪽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거친 인상의 사내와 앉아있는 것과 비슷했다. 그 분위기에 짓눌려, 굳게 다문 입과 함께 절로 시선을 피하게 된다.


있는 척 보이려 안달이 난 냥 온갖 화려한 것들로 덧바르고 덧바른 공간들은,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작은 구멍마저 막아버렸다. 인상이 찡그려진다. 지독한 향이다. 분명 고급스럽고 비싼 향인데 너무 진하다 못해 역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런 느낌이다. 베르사유 궁전은.


이와 맞교환한 것이 한 국가의 재정 파탄이라니. 그 붉은 벽의 근처에선 분노가 서린 피비린내가 났다.


내부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묘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그 무표정의 얼굴들이 감상을 위한 것인지, 생각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만큼은 확실히 겉돌고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더 이상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만들어낸 괴물과 같은 공간이다. 허영과 사치의 끝. 잘못된 욕망이 낳은 구린내가 진동을 하는 곳. 이쯤 하면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계속해서 눈을 긁어대듯 이어지는 궁의 낱낱이 이젠 진저리가 난다. 또, 왜 이렇게 휘황찬란한 이 복도는 끝도 없이 긴 것인지.


그렇게 채울 수 있던 것이 없었던 걸까. 그리고 가책도 없었을까. 언젠간 이것이 그들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추하게 일그러진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아름다움과 잔인함. 이 양극단의 불협화음 속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기적인 안도감이자, 지금의 시대로 이끌어냈던 시발점이 된 반면교사에 천행을 느끼기도 하는 그런 생각들이었다.





역사가 남긴 붉은 장미와도 같은 상처는 과거의 악행을 단절시키는 동시에 현세의 정신을 단결시켰다. 경계를 배웠다. 남을 짓밟고 올라간 행복은 언젠간 짓이겨진 밑의 사람들로 인해 중심을 잃고 무너지고 말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꼭대기에 있을수록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를 위해 나를 견제하는 삶.

이렇게 날이 갈수록 추구해야 할 것을 새기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새기며 살게 된다.     


다수의 행복을 박살 내고 개인의 행복을 좇기 위해 세워진 곳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유명 관광지가 되어 다수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 되었다.


그래 넌 죄가 없다.

앞으로는 평생을 그렇게 행복만을 주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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