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대아들은 그를 세 번 찌르다>

첫 번째, 두 번째, 역전 변형된 착각의 삼고초려

by Roman

1. 첫 번째

2. 두 번째

3. 역전 변형된 착각의 삼고초려


22세의 겨울, 2월경의 군입대를 앞두고, 나의 마음은 싸늘하니 식어갔다. 하는 일들에는 열정이 시들고, 사랑도 자신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았고, 연애라곤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적적하고 외로운 삶에 회한이 느껴지는 때였다. 그리고 인생을 뒤덮었던 크고 작은 고난들과 더불어, 아, 이제 정말 재미없는 곳에 내팽게쳐지겠구나...... 그것이 생각의 전부였다.


생각해보자면, 그 시기의 남자는 아무런 소속이 없는 인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직, 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휴학 중이니 학생도 아니었다. 또한 다니던 교회에서도 신앙심이 없는 습관적인 예배 출석자인 상황이었다.



1. 첫 번째


일주일에 한 번씩 고속버스를 타고 안산의 친척집을 찾아갔다.


때마다 고속터미널 옆의 광장에서 1시간 정도 책을 보거나 오락실을 누비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내려가는 날의 일상이었다.


싸늘한 벤치에 앉아 문고판 "노자도덕경"을 30분쯤 읽었을 무렵, 져가는 석양을 등지고 검은 실루엣의 남자가 소리도 없이 앞으로 다가와 반갑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애 첫 번째로 도대아 아저씨가 다가왔던... 아니, 아저씨라기보다는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그러나 사회생활은 일찍 시작한 타입의 안경 끼고 귀염성이 좀 있어 보이는 타입의 검은 피부, 작은 키, 동그란 안경, 그리고 상당히 저렴해 보이는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도에 대해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그래 아마도 이런 느낌


그냥 지나쳤으면 좋았을 텐데도, 그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차를 타기까지는 약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고, 나는 그 인간이 혹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고 싶었다.


진지하면서도, 잡티가 없었다. 그 인간은 타인의 허위에는 속더라도, 자기 자신의 허위로 타인을 속이지는 못하는 타입의 남자였다. 곧,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가 진심으로 믿고 있는 말들이었다.


20분여를 이야기를 듣다가 이야기는 드디어 감동의 피니쉬를 달리고 있었다.
"2~3년 안에 모든 사람들이 죽게 될 것입니다."(1994년 11월)
"호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도를 닦는 겁니다."
"아..."


"우리 선인 님의 경우에는 아픈 사람도 바로 고칠 수가 있고, 축지법도 쓸 줄 아시며, 미래를 미리 보는 능력도 갖고 있는데, 나는 아직 도를 닦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능력은 없답니다."
"...(피식)..."


감동의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는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진심을 받아들여주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몹시 감동한 듯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니,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30분 내내. 감탄한 것은, 그가 도장에서 '선인'이라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 전부를 하나도 여과 없이 믿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란 인간이 아무리 조롱조로 이야기를 받아도, 도체 그것이 조롱조인지를 파악하질 못하였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터미널 주변을 반나절을 돌아다녔을 것 같은 그 남자에게 큰 뚜껑 라면을 사주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나와서 '도장'에서 기거하느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단지, 그의 마음이 '도'를 전파하는 기쁨에 겨워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모든 현실적인 두려움이 그의 마음 바깥으로 흘려 사라진 중요한 이유였다.


"... 혹시, 여자랑 자본 적이 있었나요?..." 그 남자는 지금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네에~" 그는 그런 대답마저도 신나 했다.
"어떻게요?" 그 순간 손을 마이크를 잡은 것처럼 내밀어서 인터뷰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그 마이크를 쥔 손을 쥐고서는, '하나 둘... 마이크 테스트, 아, 아....'하면서, 나의 눈을 카메라 인양 바라보았다.
"옛날에 회사 다닐 때 회식 마치고, XX촌에서요, 단 한번"
"어땠나요?"
나는 어느새 진지한 리포터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진짜로 TV에 출현하고 있는 것처럼 신나 했다.
"짜릿했었지요~~"
마이크를 쥔 것처럼, 내민 내 손이 그 남자에게는 정말로 마이크를 쥔 리포터의 손이 되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무 말이던 기쁨에 넘쳐서 다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다행히도 더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다가온 차 시간.

그래, 실감나는 연기였지


"이만, 나는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안되더라도, 다음에는 꼭 도장에 가보세요. 의통을 하던 도통을 하던, 가봐야죠."
"아저씨처럼, 같은 요일에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각에서 세 번째로 '도'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따라 한번 들려보겠습니다."
"꼭 가보세요."
그리고 나서 정확히 3개월 하고 두 주 뒤에 그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건 암시이자, 함정이자, 일종의 최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2. 두 번째


매주 내려갔으므로, 당연히 그다음의 그 요일의 그 시각쯤에 나는 그 벤치에 앉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있었다.


첫눈에 도대아일 거라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종류의 남자가 하나 앞을 지나쳐가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세련된 코르덴 양복에 깔끔한 앙골라 스웨터, 목 뒤까지 깔끔하게 내려온 머리카락, 예리한 눈동자, 고등학교 때의 그 깔끔한 수학 선생이 떠오르는 정결한 계산 반듯한 외모. 날렵한 몸매, 반짝이는 구두의 소유자였다.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이 드디어 의식을 잃어버리는 순간 속으로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다가오는 기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도에 대해 아세요?"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오기 전까지, 그가 설마 그 초식을 사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긴 칼을 앞에 대고 조심하다가, 이도류의 짧은 칼날에 심하게 찔린 기분이었다.

이렇게 꼿꼿한 사람이 도대아라니...

"음, 제가 전에 비슷한 말을 하는 분에게 같은 요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3번째로 만나는 같은 분이 있으면, 같이 도장에 가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이므로, 아직 그때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도류의 짧은 칼날이 뽑혀나가고, 그는 비틀거리며, 다음번의 사냥 물을 찾아 걸어가 버렸다. 만약, 이 말을 되풀이해서 이렇게 한번 더 써먹지 않았다면, 그 주문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 비극도......



3. 역전 변형된 착각의 삼고초려


그다음 주의 같은 요일, 그리고 같은 시각, 같은 벤치에서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여자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억양이 상당히 독특하였다, 한마디로 듣기 좋았다, 그러니까, 귀여웠던 것이다. 그 목소리는 지적인 음색이 담겨 있었고,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애교 떠는 뉘앙스가 묘하게 버무려져 있었다. 그리고 쳐다본 순간,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입술은 도톰한 분홍색이었으며, 스웨터는,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는 풍만한 가슴으로 부풀어 보였다. 코는 명민함을 대변하듯이 프라이드 높게 서 있었으니, 그토록 재미있게 읽고 있었던,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접어 뒤에 치우고. 최대한 반짝이는 눈동자로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홍색의 패딩 재킷과 약간 짧은 치마 아래로 추위 때문에 약간 떨고 있는 다리가 보였다.

이제는 떠올려지지 않는다. 이름도, 디테일한 윤곽도

"도에 대해서 아세요?"

"말씀해보세요."

"이렇게 흔쾌히 받아주는 분은 처음이에요."


그렇다, 이성이 마비될 수 있는 이성이 왔는데, 쉽게 안 받아줄 수가 있겠는가, 사회에서 이탈한 듯한 놈이 더더군다나. 그리고 그렇게 나는 그 비극의 구렁텅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도'에 관한 이야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해 방식이 섞여 들어 있었다. 최소한 객관성이라는 것이 어른거리고 있었고,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도장에서는 이렇게 말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 나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 들었다.


"이 세상은 종말까지 5경의 시대로 구분되어 있다고 도장에서는 말하고 있어요. 지금의 시대는 꽃 "화"의 시대로 이전의 철 "금" 문명의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기'나 '도'같은 정신문화를 찬란히 꽃 피우지 않으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죠." 이런 이야기조차 일리가 있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복잡한 사람은 '도'라는 것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지식을 통해 득도라는 개념에 접근하고자 하고, 앞 서의 단순한 사람은 분명히 신비주의에 호도되고 종말론을 거론하는 공포에 의해서 '도'라는 것을 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로구나.'


물론, 이건 내가 나중에나 하게 된 생각이다. 그의 눈과 머리카락과 볼과 목, 귀, 목소리, 숨결을 뇌 깊숙이 각인시키느라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데, 무슨 자기 객관의 생각이 있었겠는가?


이른바 국내 K 대학교의 원예 학과를 졸업했다고 말하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를테면 말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고, 교감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가는 체온이 있었고, 바라보는 눈을 쳐다보다 보니 볼이 약간 홍조를 띠게 되었다.


"정말로 사람을 살리는 것도 득도하면 알게 되는 것인가요?"
"강증산 선생이 지은 책에 그 내용이 다 나와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중이지요, 이 책을 '전경'이라 부릅니다."


"그 책은 이른바 이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요?"
"후천개벽의 시대가 다가와 이제까지의 하늘이 닫히고 다른 하늘이 열린다고 해요. 시대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간다고요. 이전까지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하고 뒤에 그 성패를 신이 결정했다면, 후천개벽 이후에는 신이 모든 것을 다하고 사람이 그 성패를 결정한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의통한 사람들과 도통한 사람들을 제하고는 모두 죽어버린다고 하죠. 의통을 하는 사람들은 제주도에 세워진 27층 건물의 의대에서 수도를 하여, 그때 죽어 있는 사람들을 만지기만 하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요." 하면서, 그는 내 팔뚝을 쥐었다. 그 순간 후끈하게 온 몸으로 열기가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공포에 감염되는 것은 결국에 모두 똑같은 것이로구나' 이것 또한 나중에 하게 된 생각이다.


그 당시에 나는 근 반년 동안 이성과 이렇게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없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가 살아오면서 얻은 지식을 동원하여, '도'를 닦는 것에 대한 나름의 의미부여를 성실히 해온 상황임을 느꼈다. 그 성실함은 적어도 그가 도대아라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기에 긍정적인 인상으로 이어졌다.


"오늘 도장에 데려가기로 한 사람이 있나요?" 석양이 져가고 있었고 차가 떠날 시간은 다가왔다.
"아니요, 아무도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처음이에요."
"이제 나는 차를 타러 가야만 합니다."


"아니, 차를 타러 가는 것보다 지금 도장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일 수도 있어요."
애가 타는 표정, 나 자신도 모르게 그녀 마음의 간절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차값이야 얼마든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고 느꼈다. 왜냐면, 그에게 그리움이 남아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이 시간쯤이면, 야구로 쳤을 때 사람들을 만나 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몇 회 정도일까요?"
"아마도, 9회 말 정도"


"점수는 올렸나요?"
"빵점이에요."


갑자기 나는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그의 목에 걸쳐주었다. 그의 눈망울이 놀람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동시에 볼 위로 떠오른 빨간 기운을 놓칠 수가 없었다.


"9회 말 투런 홈런을 치게 해줄게요. 미정 씨를 만나기 전에 앞 서 두 사람이 내게 도를 알리려고 했을 때, 같은 요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로 '도'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따라 도장에 가겠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미정 씨는 바로 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말이 그에게 감동으로 다가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추위, 외면, 그리고 멸시의 고통을 당하다가, 드디어 따뜻한 응대를 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이니까. 동시에 그 말을 하는 내 볼은 빨개져 있었다.
"목도리는 다시 만날 때 돌려받겠습니다."
필연성을 부여한다, 서둘러 사라진다, 그리움을 남긴다...... , 전부 다 소설을 보며 떠올린 망상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베워서 남 주랴라는 속담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멋지게 돌아가기 전, 가방에서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어서, 연락 가능한 번호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마음으로 고속버스를 탔다.
"근데, 9살 많은 여자라......"


도대아들이 삼고초려를 하고 드디어 피라미 한 마리를 고래로부터 내려온 '짝퉁 도교'의 흐름이라는 물속에 던져 넣었다. 그와 동시에 어떤 보이지 않는 흐름에 의해 뭔가로부터 선택을 받은 게 아닐까라는 착각의 늪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갔다. 그리고서 비극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날아 들어왔고, 두번째는 기척도 못느끼게 들이 닥쳤고, 세번째는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셋은 그렇게 한번씩 제대로 나를 찔렀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