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짓이겨짐>

입도식, 신비, 신비에 대한 해석

by Roman

1. 입도식

2. 신비

3. 신비에 대한 해석


1. 입도식


집으로 미정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어머니는

"그 여자 목소리 진짜 소름 끼치더구나, 아주, 그냥 마지막에 갖은 애교를 다 떨더구먼, 얘, 이 여자 뭐하는 여자니?"

라고 하면서 질려버리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처음으로 여자 전화가 왔으니, 그만큼의 역반응이 있으리라 생각을 했으나, 약간 불쾌하였다.
"무슨 상관이야, 교회 누나야 그냥. 말투는 성극에 많이 출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저 멀리에서 만나지 못해서 안달이 난 듯한 음색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였다.


아늑하면서도 낯선 곳이었다.


약 30여분 후, 압구정동의 한 곰탕집 앞에 서있게 되었다. 2층 주택을 개량하여 만든 식당, 그리고 그 2층 역시, 가정집을 개량한 '도장'이 있었다.
'태권도 도장을 다녔던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도장이란 곳에 와보는군.'

가정집의 거실을 이른바 '교화'장소로, 그리고 각각의 방을 수도를 하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50-70평 규모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어설피 잡혀온 사람들이 그곳의 '선인'이라는 머리가 희끗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그 공간에서는 조금 거대해 보였다.


비교적 단순한 사람들이 어떻게 끌려왔는가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었다.
"조상신들이 도인들을 이끌어, 복을 찾게 해 주고, 업을 풀고, 공덕을 쌓게 해주기 위해서 당신을 만나게 해주었다. 모든 조상신들이 당신이 잘 되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등등의 인간의 깊은 허영심을 건드리는 말들로 그들을 붕띄우는 것이다. 특히나 만사가 잘 안 풀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들이야말로, 모든 것을 합당하게 정리하도록 이끄는 말들이다.


'이렇게 안 풀린 것이 도를 닦아 풀리라고 그런 것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면, 그 상황에서 끌려오는 것은 간단해진다. 좀 더 확장하자면, 전도를 하는 사람이고, 이슬람을 전파하는 사람이고, 천주교를 믿으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의 본질은, 그 인간의 깊은 허영심을 끌어올려, 신이나 깨달음이라는 대상에 대한 내면적인 기대감과 마주하게 해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로또 당첨금은 너만을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 모든 종교의 전도활동의 본질이라면, 그 본질일 것이다.


오로지 나만이 선택 받았다라는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이 세일즈와 전도활동의 공통점일 수 있다.


좀 더 나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세일즈의 본질이기도 하고, 인간에게 작용하는 단체나 조직을 만들어가는 본질적인 유혹법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 허영심의 기반이 마냥 허위인가 아니면 실체에 가까운 그 무엇인가가 보다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그나마의 기준이 되는 것일 따름이다.


이 '도장'이 말하는 도교는 다신교 또는 셔먼을 도교라는 현대 사회에서도 은근한 매력과 나름의 합리적인 설명이 이루어진 철학을 은근슬쩍 가미한 우리나라의 또 다른 기복 신앙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허영심의 본질은 꿰뚫어지지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자기에게 부여한 주문에 걸려, 3번의 같은 상황을 의도적으로 하나의 필연 비슷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무의식이었고, 목적을 여자에게 둔 것이 분명함에도 사회도덕의 정의를 지키고 있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도교'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경험을 얻기 위해서 도장에 간 것이다라는 논리를 품고 있었다.


어떠했든, 나자신을 모종의 허위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바깥쪽으로는 그들의 허위에, 안 쪽으로는 자기 자신의 허위에. 그러나 그런 생각이야, 지금에 하는 것이고, 그때 나는 입도식을 하기 위해서 내야 한다는 성의조의 돈으로 3,000원을 내밀었고, 사업이 망해서 왔다는 한 40대의 아저씨는 십수만 원의 돈을 내밀었다. 그리고, 음식이 갖춰지는 동안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로 약간 들떠있었다. 그 아저씨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2. 신비


선인의 생김새는 마치 개구리와도 같았다. 튀어나온 두 눈에 큰 첫째 마디들을 가진 손가락들 양말 모양으로도 판별되는 커다란 발가락들 그리고 쫙 벌어진 입. 그는 그 입으로

"도를 닦거나 입도식을 치르게 되면, 그 방안에 기가 내려서 그 방안에 거하는 것들에 윤기와 독특한 맛을 주게 되며, 수돗물은 물로 그 결정이 변화하고, 방안에 조상신들이 가득히 들어차서 그 도를 닦기로 한 사람들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그는 배를 부풀어 올린 개구리같았다.

일단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행동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으므로, 행하는 것이 곧 도이다라는 그들의 계율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방안에는 진리를 깨달은 이로 표현되는 강증산의 그림이 음식을 잔뜩 차려놓은 상 위에 놓여 있었으며, 촛불이 밥상 뒤의 병풍 앞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눈을 감고 도인들이 외우는 108자의 주문을 들으면서 입도식이 시작되었다.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바하,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지기금지 원위대강 구천응원...'


주문을 외우거나 기도하거나 하는 형식은 달라도 이 의식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시간 정도의 수도 의식이 있은 뒤에 그를 포함한 3-4명의 사람들은 옷을 갈아입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로 열변을 토하는 도인들과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상식적으로 힘든 것들을 믿음으로서 좀 더 득도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돗물을 따라놓았던 주전자를 들어서 물을 따라 준 것을 마시는 순간, 그 물 맛이 수돗물 맛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그 수도를 하는 동안 그 주전자를 바꾸는 따위의 어설픈 짓거리들은 할 리가 없었다고 여겼는데... 그 물 맛은 분명히 수돗물 맛이 아닌 맛있는 냉수의 맛이었다. 그리고 수도 전에 비해서 보다 기름지고,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이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무언가 내부에서 바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주문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은 단지 108자에 한글을 달아 넣은 것들이었다. 한자로 그 음에 대한 뜻이 매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주문을 외우기 위한 편의적인 음들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이것을 외우는 것이 이러한 현상들을 일어나게 만드는가?



3. 신비에 대한 해석


이미, 나는 암시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수도를 마치고 나면 음식들이 변해있을 것이란 말과 수돗물 맛이 변해있을 것이란 말 같은 것을 듣지 않았다면, 그러한 일이 벌어질 이유조차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무슨 소리냐면, 만약, 허리가 굵어진 느낌이 들고 심폐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라는 말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최면을 위한 암시가 있었으므로 암시에 따른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인데, 그 암시들이 없었다면, 수돗물 맛이 당연히 수돗물 맛이었을 것이고, 음식은 사온 그대로의 맛에 불과하다고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최면술을 아는 것이었던가? 아니다. 그것은 선각과 후각이라는 들어온 대로의 계층 구분을 하는 도장의 구성에 의해서 먼저 온 사람들이 되풀이해서 뒤로 전달해온 내용이었으며, 그것이 일종의 '최면'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앞에 있거나, 어쩌면 아무도 없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최면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매스컴에 의한 최면과 더 많이


다시 말해서, 아무런 의도 없이도, 도장 내에서는 모종의 신비스러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암시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다른 종교 단체들 내부에서도 행하여지고 있는 일들일 것이다. 안수기도, 신앙 간증, 그리고 순복음 교회 같은데에서 매주 행해졌던 병을 치유하는 현상들은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

PlaceboEffect)라고 하는 성직자나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최면에 의한 효과일 수 있다.

이 기도가 실제 치유로 이어지려면 강력한 신뢰나 존경이 결합되어야 한다.


물론, 나는 그 당시에 일체 그런 것을 알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