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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01. 2020

<TENET>-미래 인류의 역습

지금까지의 인류가 망가뜨린 지구에 대한 후손의 앙갚음

스포일러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의 

미래에서 여기에  있습니다.


예상이 되었듯이 시공을 비틀어 꺾은

작품이 “메멘토”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 이어서 “TENET”으로 나왔다.


다른 영문 영화명은 다 국문 번역어로

작성하더라도 “테넷”만큼은 “TENET”으로

쓰는 이유는 현재에서 미래로 순행하는

시간과 현재에서 과거로 역행하는 시간

두 가지를 그렸음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제목이 바로 이 단어이기 때문이다.


순행과 역행을 오가는 배우들과
같은 시점을 가진 관객의 '이성'보다
'감성'과 '본능'에 호응하려고 한 것이다.


프레스티지 급의 판타지에 죠커급의 악당, 메멘토/인셉션/인터스텔라/덩케르크를 종합하는 시공 믹스의 종합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큰 의미 없는 설정상

오류 지적의 글이 “인셉션” 개봉 이후처럼

많이 만들어져 웹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동영상들로도 열정적으로 만들어서,


“이미 총알이 벽에 박혀 있는 것이 말 안 됨”

“건물 자체나 외벽 등 거대한 물질이 모두

인버전 될 수는 없음”

“역행으로 들어가는 경우 뒤에 들어간

사람이 먼저 나오고 앞에 들어간 사람이

뒤에 나와야 됨”

“역행 중에 움직일 때 발에 물이 올라와

묻는 것은 말이 안 됨”


등의 이야기를 열심히 올렸다.


영화사나 배급사 입장에선 매우

흥분되는 이야기인 동시에 기대하던

마케팅적으로 성공적인 반응일 수 있다.


특정 제품 옹호자와 반대자가 싸우면

옹호자 그룹이 기존보다 커지면서 제품이

더 잘 팔린다는 이론에 근거하자면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좀 지나친 바가 있어 보였다.


타임라인까지 잘 짜여져서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다.


약간의 스토리에 대한 예습 후에

한번 봤음에도 즐겁고도 신선한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런 정도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다

고려해서 완벽하게 오류 없이 만들면

정말 극이 재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화조차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극적

감동을 낳기 위해 각색되고 편집된다.


판타지조차 정밀한 사실과 고증의

완결판이 되어야 한다면, 필요한 것은

극적 구성을 최대한 배제한 다큐멘터리

뿐이다. "TENET" 정도의 디테일의 영화가

만들어질 영역은 현저히 적어진다.


이 설정 오류 지적의 글이 왜 의미가 없다고

보냐면, SF 극화가 아무리 정밀하게 설정대로

쓰였다고 해도, 그 SF라는 장르 자체가

현존하는 현실이나 과학적 발견을 그럴듯하게

접목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거대한

오류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읽거나 보기로 작정한

독자나 관객은 오류가 아니라 극화 속 현실이라고

믿어주기로 하고 만들어지는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극”이다.


다만 논리적인 완결성이나 앞 뒤가 잘 들어맞는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러웠는가 정도가 확인되고,

핵심적인 스토리와 주제, 인물의 행동의 일관성,

극적 감동이 접하는 이에게 잘 전달되었는가가

의미 있는 질문이고 비평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사서 듣고, 읽고, 보기로 한

비평가나, 독자, 관객이 설정의 오류를 지나치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 공격을 하고,

창작 자체를 제어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돌변하면, 역풍을 맞거나 또 다른 흥행 성공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도 한다.


지적이 올바른 것에서 지나친 것으로 넘어서는

시점은 “문화 창작자”에게 “공산품 가공”을 원하는

지점이다.


그 지점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역할 상의

약속을 넘어 서로의 역할을 침범하는

영역으로 들어서는 순간이기도 하다.


“창작자”가 그걸 왜 이해 못하냐고 “소비자”의

무지를 비난하는 시점 등이나 “소비자”가 내가

원하는 사실과 지식에 기반하지 않았으므로

“창작자”를 적극적으로 지구 상에서 말살하려고

여론 몰이를 하는 시점 등이 될 수 있다.


“TENET”제작사인 워너 브로스와 놀런 감독의

강점은 그런 현상이 벌어질 것을 예비하고

세심한 질의응답을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며, 영화 속에 끊임없이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 “무지가 우리의 무기다”라고

계속 반복했던 것이다. 물론, 명문화 된

정보는 모두 미래의 적에게 전달 되어서

역공을 받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관객에게 극 중의 허술한

구멍들을 이해해 달라는 외침으로도 들렸다.


순행과 역행을 오가는 배우들과

같은 시점을 가진 관객의 ’이성'보다

'감성'과 '본능'에 호응하려고 한 것이다.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의
수많은 글로 확산된 키워드 때문에
흥행에 탄력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곡성”도 불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논란을 낳았지만 그 때문에 마니아도

많이 생기고, 흥행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각 인물들의 상징성은 두고두고 이야기 된다. 아직도 웹상에는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의미 있는 복잡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는 여러 가지로 믹스된 호오를

낳고, 그 때문에 만들어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의 수많은 글로 확산된 키워드

때문에 흥행에 탄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우상”같은 작품은 이 같은 논란을

의도하고 적지 않은 애매모호함을

적극적인 설명 없이 뿌렸는데,

그것이 흥행이 저조해지는데 일조하는,

반대 현상이 보다 도드라졌었다.

천우희는 곡성과 우상 양쪽에서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무력한 토속신적 존재로, 한쪽에선 현존하는 복수자로.

“우상”의 흥행 실패는 작품의 문제 자체보다

흥행과 연관된 마케팅에 대한 철저한 방비책

부족과 이에 연결된 감독의 소극적인 대응이었다.

내 영역에 발 들여 놓을 생각을 하지 말라였거나

그대로의 논란의 증폭을 기대했던 듯하다.


상상력이 전달하는 경각심을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치열한 설정 오류 잡아내기 연구와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세세히 살피는 과정에서

글 쓰는 이들이나 반응을 만드는 이들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영화의

내용이 일반적인 관객의 입장에선 아래와

같이 감 잡혔다.


1.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방향으로 인간과

물질이 이동하는 인버전 기술은 미래에

개발된 것으로 이 물질을 현생 인류에게

보내온 것은 극의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미래 후손이다. 그 미래 후손의 기술력이

무엇인지는 사실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단지 규칙과 모든 설정은 그들로부터 주어졌다.

인버전 동안 불에 태워진다면 저체온 증으로 죽을 수 있다.

2. 인버전 물질을 과거로 광범위하게 보내오고,

알고리즘 9가지를 모아 현생 인류 모두를

과거로 역행하도록 만들어 거의 말살코자

하는 미래 후손의 목적은, 지금까지의 인류가

망친 지구, 지구 온난화의 진행으로 황폐화

되고 사막화된 자신의 삶에 대한 복수이자,

과격하게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다.

순행 공격팀인 레드팀과 역행 공격팀인 블루팀이 합작하여 건물을 부수는 명 장면, 이조차도 따지면 오류가 나온 장면이다.

3. 과녁에 맞아 있는 총알을 당겨서 총으로

가져오거나 떨어져 있는 총알을 위로 끌어올려

잡는 인버전은 그것을 행하는 인물의 의식과

본능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순행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이 이미 벌어진 상황을 복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인물의 자유 의지가

이미 순행된 상황을 바꾸는데, 일부 영향을 미친다.

도식도는 이와 같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의지가 인버전 과정에서 변수를 만들어 낸다.

4.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 주인공은

결과적으로 “닐”의 이미 예정되고 벌어졌고

막을 수 없는 자유의지의 행동에 따라 행해진

대신 총탄을 맞는 희생에 의해 살아남았고,

그런 희생에 의해서 지켜져야만 할 정도의

주인공은 현생 인류를 위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이라는 것이 미래로 가서나

현실, 과거에 가서나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뭄바이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닐은 주인공의 취향을 익히 잘 알고 있다.

5. 주인공은 첫 장면인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테러리스트 난입 씬에서 목숨을 위협받으며

조직의 정보를 내놓도록 고문당하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본능보다 올바름과 의지에

의한 변화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주 이성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초반 장면에서 오페라 하우스의 폭발 이후 러시아인들에게 잡혀간 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하며, 최종 테스트에 합격하여 살아남아 TENET의 일원이 된다.

6. 후생 인류가 현생 인류를 말살시키고자 한

그 이유인 지구온난화 현상은 지구의 현실로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인 것이 영화의 결말이지만

이 영화가 주고자 한 희망의 메시지는 그런 의지를

지닌 자가 인류를 살아남아 있게끔 하는 중요한

인물이며, 관객들이 그러한 사람이라면, 시간을

역행해서 과거를 바꾸는 일 같은 초현실적인

일을 해서라도, 극단적인 인류의 절멸을 피하고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란 내용 같다.

인류의 영웅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의 영웅은 닐이다.

7. 극화를 재미있게, 영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주안점이었겠지만,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메시지는 우리가 지금의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방치한다면, 우리의 후손에게만 그 악영향이

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우리에게로

그 악영향의 여파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상상력이 전달하는 경각심을 전달한 것이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후 연구 과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지구온난화를 인류가 초래했다는 것에 97%가 동의했다.

1~30대의 관객에겐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이 영화에는 주인공과 “닐”간의 끈끈한 브로맨스

외에 다른 로맨스나 본능에 의해서 판단력을

잃는 인물의 행동은 “사토르=세이터”를 제외하곤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거대한 악당은

그도 아니고, 심지어 인류의 미래 후손도 아니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없이 인류 문명을 쌓아온

현생 인류 그 자체다.

문제는 일반인은 과학자들 중 55% 정도만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어림짐작한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이 내용이 나와야할 사회적 이유가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친환경을 부르짖는

수많은 영화 중에 또 다른 영역을 제시한

작품이어야만 했을 텐데, 코로나 판데믹은

이 영화의 확산력을 여실히 떨어뜨렸고

드물게도 수주 이상 극장가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흥행성은 기대에 아직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논란도 설정의 오류에 대한

치열한 공박 수준에 멈춰 있다.


좀 더 숲을 보는 입장으로 포커스를

줌 아웃해서 쳐다본다면 이 영화는

생각보다 쉽고, 감동적이며 즐겁고

유효한 메시지를 가진 위대한 영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이 보기에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흥미진진했다면

1~30대의 관객에겐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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