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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29. 2015

<인터스텔라>-시차의 마력

다르게 흐르는 시간의 매력



인터스텔라 (2014)

오래전 본 영화임에도 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어제본양 기억들이 밀려든다.

Interstellar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또는 보는 중에 탄성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있고, 인생과 가족, 인류애라는 대상에 대해서 희미한 환상이나마 인간성의 일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매우 의미 심장한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는 영화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우주여행이 중요해? 딸과의 행복이 중요해? 이것도 아주 중요한 영화 속 질문이다.

나의 배우자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혹 피곤해서 잠들지 않을까 걱정까지 했었다. 하지만 영화 시작 후 1-20분 뒤에 너무 재미있다라는 탄성을 올리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영화다. 보기 전에 앞서서 먼저 판단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듯이 자연스레이 본다면 3시간 가까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들의 질주가 스피디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SF사상 최고의 우주씬이라 할만하다.
전혀 영화같지 않고 꼭 다큐멘터리 같았다.

초반부의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 인류의 식량 위기 사태. 무엇을 배웠든 뭘 하고 싶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부가 되는 것이 지상과제인 세계에서 먹고 사는 것 이외의 것들은 삶에서 추구해야 할 것의 바깥으로 모조리 밀려난다. 역사마저 이 강력한 식량 부족 사태에 떠밀려 왜곡되고, 인간이 달에 갔던 이야기는 그저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을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 한 사기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버젓이 아이들에게 주어진 이 세계는 사실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세계이다 (물론, 그 비슷한 일은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선생들은 인류가 달에 간적이 없다 말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광고용 영상을 보았을 때 이 앞 부분에 대한 내용들이 그냥 그 저 그런 휴머니즘을 그린 영화가 아닐까라는 선입견을 심어주었지만 이 초반부터 이미 나의 마음은 영화에 몰입하기 좋은 상태로 변화하고 있었다. 농촌 풍경으로 도배되고 집 한 채와 학교를 배경으로 오가는 약간은 답답한 느낌의 씬이 갑작스럽게 우주로 인류의 새로운 식민지를 발견하러 가는 국면으로 변화할 때, 잔잔한 느낌의 씬때문에 참고 있었던 새로운 영상에 대한 호기심이 급속도로 팽창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딸, 이 딸을 버려두고 인류를 위해 우주선을 타러 가야하는 주인공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바로 이곳이다.
식량부족으로 궁핍한 지구라도 가족이 함께 있다면 풍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연속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과도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신기원으로 선사하는 놀란 감독의 능력은 놀랍기 그지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비판 또는 비난은 전반부가 비효율적으로 길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길지 않았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에서 벌어지는 점진적인 영상 충격의 놀라움이 발휘하는 매력을 잘 설명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후반부의 다소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가 닿을 때 오는 충격도 엄청나게 줄어든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 맛이 있듯, 약간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살짜기 긴 이 전반부는 우리가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공감과 일체감을 낳아주었고, 동시에 앞으로 오는 경이로운 영상들에 대해서 해갈을 느끼듯이 경험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때문에 다소 뜸 들이듯이 길었던 전반부가 용서를 충분히 받고도 실상 모자람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뭐 하나 트집 잡고 싶은 평론가의 꿈을 꾸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도드라져 나온 타깃이다 (효율적이지 않다...... 라니, 우리가 영화를 보는 시간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주 여행같은 것은 이뤄진 적이 없었다고 가르치는 지구에 실은 나사 기지가 아직 숨어 있었다.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인지 내려가 탐색하는 장면 중 하나

놀란 감독의 전작인 인셉션과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가진 각각의 시공에 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꿈의 세계에서의 시간이 실제 현실의 시간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흐른 것과는 반대로 이 영화에서 우주에서의 1~2시간은 지구상의 수십 년과 같다는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이 교차되고 뒤에서 합치되는 순간. 우리는 인셉션에서 우리를 사로잡았던 다른 시공의 엄청난 시간의 속도의 차이라는 부분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사로잡았음을 뒤늦게나마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한 번 이러한 변주가 다시 반복되어도 즐거울 것 같다.

차원이 다른 공간 속으로 정체모를 힘에 이끌려 들어온 뒤 자신의 집의 서재와 연결되어 있는 공간에 다다른다.


가지말라는 딸을 뿌리치고 간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언젠가부터는 우주로부터의 연락마저도 끊긴다.

영화가 끝나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마저 짧게 느껴졌던 이 영화가 나에게 준 힘으로 또 하루의 근로의욕을 번다.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발휘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별들을 오가며 광대한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만난 딸은 이미 훨씬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되어 있다. 주인공은 그냥 중년의 남자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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