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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습>-예기치 않은 결석, 주어진 과제

한 주를 쉰 뒤에 다소 해이해진 것 같은 단원의 의지를 다잡는 리더

by Roman

원래 5월 3일 토요일로 정해졌던 세 번째 연습을 연휴라서 모두 한번 건너뛰고 11일 토요일 연습이 잡힌 것이라 진작부터 꼭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체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의욕을 다졌었다.


그런데, 4월 하순에 인천에 있는 초교눙구팀과 아들이 속한 초교농구팀이 한번 붙어서 가까스로 이긴 잔상이 내내 남아서 5월 11일 토요일에도 시합이 있다는 이야길 아내에게 듣고 잠시 얼어붙었었다.


아이의 경기를 연차도 내고 보러 가기도 하는 것이 현재 부모 된 이로서의 나와 아내가 육아 동반자로서의 당연히 같이 또는 나눠서 해왔던 일이었다. 지금은 아내가 쉬는 중이라 대부분 아내가 해왔다.


평일이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가야 하는 것이겠지만, 토요일 휴일에 "합창단"이란 일은 내가 집에 돈을 벌어오는 직업은 아니다. 공익을 위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강력한 우승후보와 경기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응원이 필요할 내 아이를 모른 체하고 합창 연습에 참여할 위인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역시나 자리를 비운 때에 통상 중요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고, 한 주 쉰 뒤에 이뤄진 연습이었으므로 당연히 고난도의 과제가 주어질 개연성이 있었는데, 역시나였다.


참여 못한 그날 각 파트의 인원의 배치도가 정해졌고, 호흡법 연습에 대한 호흡 자체와 청음, 발성 등에 대한 진보한 강의가 있었고, 자습 지시도 있었다. 참여율이 다소 저조했던 것인지 어조가 강했다.


전체 파트 단독방에 카톡으로 날아온 지휘자의 메시지는 아래와 같았다.


"연습량은 본인 자신이 제일 잘 아실 줄 압니다. 시간 때우기 식으로 연습에 참여하면, 결국,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흥미가 떨어지면 나오기가 싫어지고, 불출석에 따른 다른 파트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칩니다.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자리는 탈락한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자리임을 기억하고 적극적인 연습 부탁 드립니다."


'아차. 빠져서는 안 되는 날이긴 했구나......'


이어지는 메시지는 좀 더 절도가 있었다.


"연주 일정이 잡히면, 연주 전 본인파트 오디션 진행할 겁니다. 개인 실력유지 Keep 해주세요."


아들도 속해 있는 팀의 선수 인원이 충분치가 않아서 5학년인데도 주전 노릇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보단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이가 되려고 휴일에도 연습을 한다.


하루 피치 못하게 빠졌다면, 나 역시, 업무를 마치고선 틈틈이 코인 노래방이라도 찾아가서 연습을 하고 최소한 다른 합창단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경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리더란 모름지기 자신을 따르는 이에게 더 큰 목표를 제시하고 그곳을 향해 가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고 나아가게 할 수 있어야 그 자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지휘자는 리더다웠다.


이번에 제대로 된 국가 경영의 목표도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입지만을 위해 좌충우돌하고 유래없는 파행을 하며 유치원생보다도 유치한 막장을 펼친 정치 집단을 모두가 비웃고, 등을 돌렸다.


내가 국민의 한 명으로서 그들을 비웃고 조롱하고 비난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자리에서 적어도 그들보다는 절차와 공정성에 입각해서 타당한 행위를 소속된 집단에서 제대로 준수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어제 새벽의 난리판 이후에 벼락같이 스쳤다. 그런 이상한 집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소속에 맞는 자격을 갖추기를 정중하게 요청하고 그 자격을 검증하겠다는 좋은 리더를 만난 것에 감사한다. 이런 정치를 원한다.


다음 주는 만사 제쳐놓고 참여할 것이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더 가창 실력을 더 다듬겠다.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인 동시에 공정성에 근거한 절차의 타당성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아버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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