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안 성가 2개를 새로운 곡으로 연습하다
(그림 출처: 유니세프 코리아 후원자 합창단 단톡방 로고)
* 이번 주 요약
그레고리안 성가 2곡은 단순히 외울 곡이 아니라 구조를 읽고 리듬을 익혀야 하는 곡.
베이스 파트 대부분이 난이도에 당황, 박자 맞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음.
파트 음 따로 추출이 필요해서 ScanScore(유료) + MuseScore(무료) 조합으로 해결 시도.
“틀릴 때 틀려라”는 가장 현실적이었던 조언.
* 다음 주를 위한 숙제
베이스 음 반복 청취
박자와 쉼표 타이밍 구간 중심 연습
단톡방에 악보 추출법 공유 예정
연습 네 번째 주 전에 지휘자님이 단호하게, 단원 각자가 자신의 실력을 늘려서 공연일(연주일)이 잡히면 오디션을 봐서 파트별 공연자를 선정하겠다는 통보를 했을 때 리더십에 동감했었단 얘길 했다.
단톡방에 올라왔던 그레고리안 성가 2곡과 유튜브로 들은 합창은 경건하고 참으로 근사했지만, 막상 악보를 펴는 순간 나는 ‘높은 난이도’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몸이 굳었다. 박자, 음정, 라틴어,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었다. 지휘자님은 각국에선 초등학교 때도 부른다 했지만.
배우는 동안 외국어와 신학과 수학을 같이 배우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왠지 모를 쾌감(?)이 올라왔다.
특히 한 곡은 쉬워 보이면서도 박자만 정확히 맞춰 보자고 했는데도 꽤 고된 곡이었다. 음이 갑자기 튀거나 쉬는 타이밍이 불명확해서, 계속 눈으로 악보를 좇으면서도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지휘자님은 박자 안에서의 쉼표 타이밍을 강조하셨지만, 솔직히 말해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4/4박자와 4/2, 5/2 박자를 이해하고 이를 맞추는 강의를 고등학교를 떠난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듣게 되어 생소하게 마치 수학시간과 음악시간에 처음 참여한 학생인 것 같은 느낌으로 들었다.
“지금 단계는 그냥 음정 맞추는 게 아니라, 구조를 읽어야 할 때예요.”
듣고 보면 맞는 말이었지만, 베이스 파트 입장에선 일단 음 하나라도 정확히 내보는 게 급선무였다. 눈과 귀, 목소리를 동시에 쓰는 연습이 이렇게 어려웠나 싶었다. 혼자서 복습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실제론 파트 음을 뽑아놓지 않으면 연습조차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덜컥 두려움이 앞섰다.
옆에 앉은 "알잘딱깔센" 베이스 파트장님에게 '어려운 곡을 연습해서 경연곡을 쉽게 느끼게 하려는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강의 중에 지휘자님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만 불러서는 어디 가서 공연할 때 수준 있는 곡을 선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길 직설적으로 했다. 그러면서 이 두 노래를 살짝 불렀는데, 그렇게 들렸다.
이쯤에서 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연습 후에 챗GPT에게 문의해서 받은 답변에 따라, 악보 PDF에서 베이스 파트만 추출하려고 했고, 베이스 파트의 단톡방에도 방법을 공유했다.
나만 두려움에 빠진 것이 아니었는지 두 분이 이런 것을 찾아서 알려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줘서 흐뭇했다. 그런데 이건 챗GPT만 쓸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칭찬받아야 할 건 오픈 AI사 아닌가?
처음엔 “무료로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복잡했다. Audiveris, MuseScore 등 다양한 툴이 있었지만, 변환이 깨지거나 음이 누락되기도 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ScanScore의 유료 서비스(9달러/월)"로 PDF를 MusicXML 또는 MIDI 파일로 변환한 뒤, MuseScore 무료 앱에서 베이스 파트만 따로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이걸로 성부 음성(mp3)과 피아노 반주를 각각 만들 수 있어 연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도 몇 단계의 편집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는 답답함은 벗어날 수 있었다.
연습의 후반부에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다시 연습했다. 발성, 호흡, 그리고 정확한 박자. 우리가 익숙한 감정선으로 부르기보다는 마치 합창단원처럼 하나하나 조정해야 했다. 그런데, 앞서의 고난이도 곡을 배우고 나서인지, 몹시 쉽게 느껴지고 연습이 편했다.
지휘자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지금 틀리세요. 지금 틀려야 무대에서 안 틀립니다.”
그 말이 이날 연습의 핵심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은 시도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 합창이란, 결국 ‘맞추는 연습’보다 ‘버티는 연습’이 먼저라는 것도 이날 조금은 알게 되었다.
챗GPT와 공부하며 알게 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남긴다. 여러분이 직접 하려면 시행착오로 걸릴 시간을 단축해 드리는 것이므로 필요하다 싶은 분은 참고 바란다.
악보, 이제는 직접 듣고 연습하자
– ScanScore와 MuseScore 실전 가이드
합창 연습 시간, 악보는 있는데 음이 안 들린다? 그럴 땐 PDF 악보에서 내 파트만 뽑아 듣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문제는 그걸 하려면 꽤나 복잡한 ‘디지털 전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여기, 내가 실제로 써보며 정리한 두 가지 프로그램의 기능과 사용법, 가격 정보를 공유해 본다.
A. ScanScore – PDF 악보를 디지털로 바꾸는 첫 단계
1. 기능 요약
악보(PDF, 이미지 등)를 스캔하여 인식하고, MusicXML/MIDI로 변환
파트별 음 추출 가능
악보 편집 기능 포함 (리듬/박자 수정 가능)
인식률은 꽤 높지만, 손으로 살짝 다듬는 작업은 필요함
2. 가격
ScanScore Ensemble 요금제: USD9/월 (약 13,000원)
구독제이며, 월 단위 사용 가능 (구독 후 해지 가능)
체험판은 존재하나 저장/내보내기 기능이 제한됨
3. 실사용 팁
Choir/합창단용 악보처럼 성부가 여러 개인 경우, 파트를 분리해서 보기 쉽게 편집 가능
MusicXML 파일로 저장한 뒤 MuseScore로 가져가야 음성 추출이 가능함
4. 사용 과정 요약
① PDF 악보 불러오기
② 악보 자동 인식
③ 음표/리듬 오류 수정
④ MusicXML로 내보내기
B. MuseScore – 악보 음성 재생 및 파트별 추출
1. 기능 요약
MusicXML, MIDI 등으로 만든 디지털 악보를 불러와서 실제 음으로 들을 수 있음
각 성부를 따로 들을 수 있고, mp3로도 내보내기 가능
무료 / 오픈소스 프로그램
2. 가격
완전 무료 (단, MuseScore.com의 클라우드 기능 일부는 유료 구독 필요)
데스크톱 앱은 무료로 다운로드 및 사용 가능
3. 실사용 팁
불러온 악보에서 특정 성부(예: Bass)만 소리 나게 설정 가능
피아노 반주 포함 전체 합창 버전, 또는 내 파트만 따로 재생 가능
템포 조절, 반복 구간 설정도 가능해서 연습에 최적
C. ScanScore + MuseScore 활용 시나리오 예시 (Roman이 사용코자 하는 방식)
PDF로 받은 합창 악보를 ScanScore로 변환
베이스 파트만 분리하고 리듬 오류 체크
MusicXML로 내보내기(여기까지는 성공)
MuseScore로 열어서 베이스 파트만 들으며 연습(앞으로 해야 함, 악보 수정 필요)
필요시 피아노 반주 추가해서 mp3로 추출
이 모든 작업의 목적은 하나다. 합창 연습 시간에 ‘감’으로 불러야 하는 순간을 줄이는 것. 악보는 보고, 음은 듣고, 나중엔 외우고. PDF 악보를 받았다면, 이제는 직접 내 파트 음을 만들어 듣는 시대다.
처음엔 조금 번거로워도, 한 번만 해보면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베이스든, 알토든, 소프라노든—귀로 익힌 음정은 몸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