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해서 두서 없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난 3월 21일, 그리고 22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 날은 엔비디아의 GTC가 한참 진행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GTC 일정이 3월 18~21일까지의 일정이었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나오는 워딩들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AI 업계와 반도체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젠슨 황의 입이 열렸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advanced) 메모리 생산국입니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엄청난 성장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거예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2024 GTC 행사에서 이 외에도 젠슨 황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는데요. 그중 중요한 것은 현재 삼성의 HBM은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 AMD 퀄은 통과하여 HBM3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했죠.
젠슨 황은 GTC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HBM은 현재 탑재되고 있지 않다. 아직 검증 단계이다."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언론에서 H100의 리드 타임이 줄어든 것은 삼성 HBM이 공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루머를 양산하고 있었는데 터무니 없는 낭설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다만 앞서 인용해 드렸듯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에 합격하고 나면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삼성과 SK 하이닉스는 최정점에서 경쟁을 벌이며 엄청난 성장 사이클을 달성할 것입니다. 이렇게 젠슨황이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워딩을 내놓기 직전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한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젠슨 황이 승인했다는 친필 사인을 삼성의 HBM3E 전시품에 남긴 것이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드디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을 통과했다는 식의 자극적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간담회에서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오피셜은 삼성전자 HBM은 아직 엔비디아에 탑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젠슨 황의 말 한 마디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5%이상 가파른 상승을 보였습니다. 이제까지 삼성전자가 HBM3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엔비디아 퀄 테스트에서 번번히 낙방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삼성전자에 엔비디아가 묻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 기대감에 주가는 오랜만에 활짝 웃었죠.
하지만 저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이게 기뻐할 일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시가 총액 1위 회사입니다.
그런데 한 국가의 시가 총액 1위 회사가 미국 반도체 기업 CEO의 말 한 마디에 5%를 움직입니다...
얼마나 삼성전자의 위상이 떨어졌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요? 이건 좋아해야 할 일이 아니라 통탄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나 약해졌으면 외국 CEO 말 한마디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상 야릿한 현상이 계속되냐는 겁니다.
반대로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엔비디아에 대해 언급하면 엔비디아의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0.01%라도 오를까요? 이제 왜 이 일이 웃을 일이 아닌 것인지 체감이 되셨을 겁니다. 그만큼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의문이 가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손꼽히는 큰손 중 하나입니다.
물론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충분한 저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일례로 인텔 정도를 제외하면 설계 - 생산 - 위탁(파운드리) - 패키징, 검사 등을 한 회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은 삼성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왜 삼성은 엔비디아가 될 수 없을까요?
지난 주 삼성전자는 주총장에서 깜짝 놀랄 발표를 하나 했습니다. 바로 '마하 -1' 칩의 개발이었습니다.
이 칩의 주요 특징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 만으로도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서버용 GPU 가속기 H100 B100 등 엔비디아 제품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담보할 수 있는 것은 기존 레거시 메모리 기반 가속기라는 점에서 신뢰성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그 첫 번째이며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아닌 기존의 DDR 메모리를 사용함을 통하여 고성능 컴퓨팅 칩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력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 그 두 번째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칩을 토대로 엔비디아와 본격적인 경쟁구도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격과 전성비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2025년 양산 예정인 이 칩에는 든든한 우군도 존재합니다. 바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약 1조원 가량의 물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는 네이버라는 대형 클라우드 회사를 고객으로 갖고 출발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엔비디아의 강력한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혹은 삼성이 엔비디아가 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서버용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 - AMD - 인텔의 삼파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텔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속기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입니다. 이는 AMD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엔비디아는요? 2024년에는 AMD가 MI - 300을 내세워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라고 예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9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AI 가속기에서는 엔비디아를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현재 NPU 기반의 구글 TPU, 아마존의 그래비톤 등 빅테크들의 AI 가속기 독립을 상징하는 칩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이들은 점유율 집계 상에도 잡히지 않는 소수점 지분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AI 가속기는 완벽한 엔비디아 독점이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NIM 을 발표한 것인데요. 구형 GPU라도 엔비디아의 GPU로 구동되는 AI 데이터센터는 그 어느 회사의 것이든 상관 없이 현재 발전중인 LLM 모델을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원대한 꿈을 발표했습니다. 이로서 많은 유튜버들이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시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엔비디아가 NIM을 발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압도적인 AI 가속기 점유율로부터 나옵니다. 94%!
엔비디아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에 플랫폼기업으로서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압도적인 하드웨어 장악력으로부터 나오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은 공식입니다.
그런데 삼성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삼성이 하드웨어를 장악했을까요?
다른 것들은 차치하더라도 반도체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삼성이 완벽하게 장악한 하드웨어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레거시 메모리의 절대 강자라고 말하지만 D램 점유율 45%, 낸드플래시 점유율 30% 대 중반의 장악력을 가졌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삼성의 강점인 메모리는 HBM에서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레거시 메모리의 경우 철저하게 프로세서에 종속되어 움직이는 성향이 강한 반도체입니다. 즉 D램 하나만 가지고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D램도 무엇인가를 창출해낸다기 보다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에 특화된 쉬운 말로는 주변기기에 가까운 반도체라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중심이 될 수 없는 메모리 반도체가 강점인 삼성은 뭔가 주도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힘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 시장에서조차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D램의 90% 이상을 담당한다고 말한다면 이야기가 좀 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하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를 토대로 이젠 플랫폼화 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것이랑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로도 현재의 AI 가속기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장하는 새로운 AI 반도체를 만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랑 어떤 워딩이 더 파급력이 셀까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당연히 자체적인 추론 연산이 가능한 AI 가속기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워딩이 훨씬 더 센 파급력을 가지겠죠.
게다가 NIM 은 당장에라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왜냐 이미 깔려있는 인프라가 대부분 엔비디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삼성의 마하1은요? "칩을 개발하여 2025년에 양산할게요!" 이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고객사도 네이버가 전부죠.
게다가 이번 마하 1의 경우 발표 시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삼성이 가속기 분야에 뛰어든다는 것은 곧 엔비디아와 하청과 고객사 관계를 끝내고 경쟁관계로 돌입하겠다는 것인데 엔비디아의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연 고울까요?
게다가 지금은 삼성이 엔비디아에 GDDR 7을 납품 하네 마네 HBM 3E를 납품 하네 마네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우린 이제 엔비디아랑 경쟁할게요..."
하.... 아무리 주총에서 핀치에 몰렸다고는 하지만 경영진이 너무 섯부르게 질러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성급한지....
어쨌든 오늘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엔비디아 NIM 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장악해버린 하드웨어 인프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그들이 주도적으로 장악한 하드웨어 생태계가 없습니다.
연예인 집에서 볼 수 있었던 전동커튼 이제는 우리 집에도 가능
그러니 메모리 사상 최대 점유율을 달성하고, 매출을 흑자로 회복하는 데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죠.
게다가 주력사업 자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프로세서 중심이 아니라는 점도 약점입니다. 지원 반도체에 속하는 D램과 낸드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플랫폼화 하기가 애매합니다. 즉 있는 기술을 가지고 계속 기술 개발을 통해 고도화시켜나갈 수는 있지만 전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삼성이 엔비디아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과연 삼성이 엔비디아가 되어야 할까요?
마하 -1 이 아직 양산품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이 칩이 대박을 터뜨린다면?
그래서 가속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으로 작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죠. 그 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오늘은 삼성이 엔비디아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두서 없이 얘기해 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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