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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Sep 20. 2015

폭염 속 깜짝 소소시장

아쉬움이 커야 다음이 더 기대되는 법


아쉬움이 커야 다음이 더 기대되는 법


  소소시장에서 메일이 왔다. 소소시장은 한여름인 7월과 8월에는 따로 마켓을 열지 않는데, 이번 여름에는 깜짝 소소시장을 준비하고 있어 참가하고 싶은 셀러들은 의사를 밝혀달라고 했다. 나는 물론 정말 좋았다. 소소시장은 나의 첫 플리마켓이었고,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크리에이터라는 목걸이를 걸고 사람들에게 그림책과 캘리그라피 엽서를 팔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소시장만의 분위기는 참 좋으니까, 당장 답을 보냈다. 정말 좋다고, 벌써 기대가 된다고.


  이번 깜짝 소소시장은 세종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 '소나기 : Mers Breaker'의 일부였다. 메르스로 인해 침체되어 있는 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세종예술시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서울시 예술단의 다채로운 공연, 서울시립교향악단 퀸텟의 로비 콘서트,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미술관 콘서트 등 아주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소소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항상 열리는 세종예술회관 뒤쪽이 아니라 세종예술회관 바로 앞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해가 그대로 내리 쬐는 날이라 더울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세종예술회관의 드넓은 그림자가 우리 위로 든든히 지켜주고 있어도 햇빛을 막지 못했다. 그래도 준비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더위를 잊게 만들어주었고 플리마켓을 다니며 얼굴을 익혀왔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땀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꼭 사고 싶었던 독립출판물도 개시하기 전에 사들고 와 열심히 읽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가져오신 새로운 제품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는 즐거움도 누렸다. 염리동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독립출판물 전시회에  <스물여섯, 너에게> 그림책 세 권을 함께 전시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도 얻었다.


  그럼에도 나는 더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점점 지쳐가고, 변덕스러운 날씨는 곧 태풍을 불러온다는 것을 단단히 알리고 싶은 듯 거센 바람을 몰고 왔다. 여러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바람에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고, 거치대도 바람에 흔들리며 쓰러지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급히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림책과 엽서들을 급히 거두어 가방에 넣기 바빴다. 그렇게 태풍이 시작되었고 이틀간 예정되어 있던 소소는 그날 하루로 마무리되었다. 날씨 때문에 아쉬움이 큰 하루였지만, 그래서 다음이 더 기대되는 법이니 너무 마음 쓰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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