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끝나자 전시회도 끝났다
6월이 끝나자 전시회도 끝났다
갑자기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전시회 지킴이는 해보지도 못하고 전시회가 끝났다. 그리고 프로젝트 전시회는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전시회를 둘러보며 그림도 보고, 그림책도 보는 더운 여름날에 함께했다. 전시를 기획하신 분과 함께 전시회를 했던 사람들 모두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일 때문인 걸 어쩔 수 없었지'라고 괜히 하기 싫은 일에 핑계를 대며 미루기에는 그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전시회에 놓았던 그림책과 엽서들을 모두 가지고 돌아오는 건 7월의 첫 날이었는데, 그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부지런히 걸어 전시장에 도착했다. 이미 거의 모든 작품은 회수되었고 내 그림책들은 예쁘게 한데 모여 있었는데 큰 백팩에 겨우 욱여넣어 가방이 금세 무거워졌다. 그리고 프로젝트 전시를 기획하신 보람님께서 1층에 커피좀비에 꼭 들러 인사를 나눴으면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나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커피좀비 사장님께서 내 그림책도 사주시고, 엽서도 사주셨다고 하셔서 인사도 드릴 겸 과일이 잔뜩 들어간 음료를 주문하며 말을 건넸다. 전시회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인데 책 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감사하다고,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떨려, 아주 빠르게 말했다. 커피좀비 사장님은 이야기를 듣고 웃어주시며 아이와 같이 책을 보려 샀다고 하셨다.
그리고 메뉴판을 가리키며 명함이 예뻐 메뉴판에 꽂아놨다고 하셨는데, 그제야 나는 내 명함들이 한 줄로 줄줄 꽂혀있는 걸 보았다. 내 명함이 이렇게 꽂힐지 몰랐다고 대화를 한참 이어가다가 독립출판물 이야기도 하고, 나중에 또 책을 쓰면 한 권 선물해드리러 오겠다고 호언장담도 했다. 영화 세 얼간이의 대사가 맘에 드신다며 사간 캘리 엽서도 메뉴판에 붙어있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려달라 하셔서 나는 주저하다 한 장 그려드렸는데 다행스럽게도 마음에 들어하신 것 같다.
카페를 나오기 전에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재미가 없다고 불평도 살짝 늘어놓았더니 사장님은 내게 무엇이 하고 싶냐고 물으셨다. 내가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자 아주 크게 웃으셨는데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의 기분을 꼼꼼히 남겼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겠지?' 지금도 나에게 누가 묻는다면 똑같이 대답하고 싶다.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