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모임에 간다는 것
창작 모임에 간다는 것
매주 한 번, 저녁 시간을 비워 만난 우리는 도착한 사람들끼리 먼저 요 며칠 이야기를 한다.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대충 때우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말하면 자연스럽게 이번 주 모임이 시작된다. 커리큘럼은 이미 여러 번 창작 모임을 진행해 온 현묵이가 짰다. 과제 - 라고 말하기에는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 작은 일 - 는 이런 식이다. 영화 보기, 책 읽기, 영상 보기. 그 주에 진행될 주제에 맞게 미리 하나씩 보고 와서 각자의 감상을 말하고, 준비된 활동을 진행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고, 나만의 공간에 대해서 말하기도 한다.
이어서 우리는 각자의 창작물을 보여준다. 해방촌의 사진, 처음 고민하는 세계관, 사자가 나오는 동화, 느린 노래 등을 한 사람씩 꺼낸다. 다른 사람들은 잘 듣고,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상세하게 말해준 후에 창작자는 어떤 의도로 이렇게 만들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어떤 날은 포스트잇에 각자의 느낌을 적어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면서 창작물을 발표했지만 매주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조금씩 더 자세히 창작물과 의도를 설명했다. 이렇게 매주 우리는 돌아가며 창작물과 함께 나를 드러낸다.
다른 이의 창작물에 대해 비판을 하지 말자는 단호한 규칙과 다르게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라고 누군가의 창작물을 재단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친구의 방식이 아니어서, 그 친구의 의도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우리는 여기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창작하기 위해 모였는데 나는 종종 그걸 잊는다. 훈수를 두지 말자, 너는 너의 이야기를 혼자서도 잘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돌아오며 미안함이 마음에 쌓인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위한 따뜻한 지지와 관심을 통해 매주 성장해간다. 다른 이의 시선으로 내 창작물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로 또다시 창작물을 만들어 오기도 한다. 서로의 창작물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좋은 코멘트를 통해 더 발전한 창작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글과 네 컷의 수다쟁이 역시 그렇게 조금씩 더 마음이 가득 담긴 창작물이 된다. 우리두레 모임이 몇 번 안 남은 날, 나는 다가올 마지막 밤이 아쉬워 메모를 남긴다.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면 우리의 시간은 휘발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