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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잉크 Apr 11. 2022

왜 영주에게 연민을 느낄까

[서평]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약스포주의. 다만 이 글로 인해 이 소설에 대한 당신의 관심은 곱절로 커질 것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퇴근길 지하철이 4호선 성신여대입구 역을 지나칠 즈음이었다. 여유롭던 열차 객실 한쪽 자리에 앉은 나는 이어폰을 통해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오디오북을 듣고 있었고, 두 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습관처럼 상품들을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눈물이라니? 아무리 감수성 풍부한 나잇대(?)를 감안해도 이해되지 않는 신체적 현상에 당혹스러워 스마트폰에 고정된 눈을 거두었다. 하지만 감정은 더욱 요동쳤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영주의 과거가 점점 머릿속으로 흘러 또렷이 영상으로 출력됐다. 영주를 찾아온 전남편의 친구. 그로 인해 하나 둘 알게된 영주의 개인사들. 급기야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혹여나 누가볼까 열차문이 열리기 무섭게 내달려 인파 속에 몸을 숨겼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떠난 이기적인 여자에게 연민이라니...
모두가 등을 돌리고 자기 자신에게 조차 가해자라고 말한 여자에게 왜?

냉혈안 같던 창인이 그녀를 인정하고 사과해서? 아니면 묵묵히 내색하지 않고 한결같이 바라봐 주는 승우 때문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멈춤없이 흘러나오던 오디오북의 스톱 버튼을 눌렀다. 상처가 있는 것은  초반에 암시했기에 영주의 과거는 놀랍지 않았다. 평소 신념 같았다면 비판했을 인물을 두둔하고 오히려 응원하고 있는 내 자신이 놀라웠다. 머리보다 마음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이라면 그것이 지나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번아웃에 빠진 영주의 '이기'는 자신만의 이익을 꾀한 마음이 아니라 물에 빠진 이가 살기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는 것을... 무엇보다 우리가 영주를 타인의 입장에서 탓하지 않고 영주의 편에 서서 보게되는 것은 그녀의 선택 보다는 그녀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투영된 캐릭터여서가 아닐까? 민준, 정서, 민철, 승우...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그랬다. 그리고 이들은 정거장 같은 휴(休)남동 서점을 거치며 삶의 휴식을 얻고 있었다. 이 평범한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이유 역시 쉼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휴식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 아닐까.



오디오북의 재발견


두 번째 읽게 된 오디오북, 아니 정확하게는 끝까지 읽은 오디오북의 숫자이다. 그동안 다양한 서적을 오디오북을 통해 읽기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아무래도 활자를 눈으로 읽어오던 오랜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듯 귀를 통해 읽는 것은 오랜 잔상을 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미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AI가 읽어주는 책은 한 챕터도 넘기기 어려웠다. 


유명인이 읽어준다는 책도 두 어번 시도하다 재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처음으로 오디오북을 통해 완독한 책이었다. 인사이트를 담은 서적 보다 소설은 라디오극을 듣듯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선택한 소설이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였다. 이 소설을 읽는다 하니 광팬이라며 누군가 흥분했지만 그땐 호응하기 어려웠다. 생각보다 잔잔했고, 인물에 대한 세심한 묘사나 선이 굵은 캐릭터도 없었다. 주위에서 볼법한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서인지 사건들도 소소하고 평범했다. 


하지만 인내하고 끝까지 읽어낸다면 당신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긴장감 없이도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위로를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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