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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 Aug 18. 2019

유사성(POP)과 차별성(POD)

차별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제품과 브랜드의 컨셉, 나아가 사업을 기획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게 많다. 타겟은 누구인지, 시장성은 어떠한지, 현재의 내/외부 자원으로 적합한지 등. 다양한 항목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항목은 '차별화'이다. 어떻게 얼마나 무엇으로 차별화할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브랜드와 비즈니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차별화가 너무 강조되다 보니 오히려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차별화에 매몰되고 차별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례가 있었다. 글을 쓰며 생각난 사례는 녹용 건강커피, 아이스치킨, 투명콜라 등. 물론 이외에도 많겠지만.

새로운 컨셉을 담은 신제품은 시장에 안착할 확률이 매우 낮다. 게다가 기획과 전략에 정답은 없고 시대에 따라 맥락이 변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마켓 센싱은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은가. 가끔은 지나친 경우가 많다.


매우 다르고 튄다. 하지만 조용히, 빠르게 없어졌다.


차별화의 목적은 '우리 브랜드(비즈니스)만의 효용/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컨셉화시키고 현실화시키기 위한 방법이고 조건이다. 차별화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저 튀기만 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익숙한 낯섦'이 중요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낯설다는 것은 새롭고 신선해서 소비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컨셉 개발 시, 맹목적인 차별화를 지양하고 익숙하지만 낯선 컨셉을 개발하기 위해 활용가능한 개념이 POP(유사성/익숙함)과 POD(차별성/낯섦)이다.



1. POP(Point Of Parity - 유사성)

POP는 카테고리 차원과 속성 차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카테고리 차원

먼저 카테고리 차원에서 POP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가령 탄산커피(철저히 예시이다). 그 개념이 '커피맛 탄산음료'라면 탄산음료 카테고리이다. 반면 '탄산이 들어간 커피음료'라면 커피음료 카테고리이다. 탄산음료 카테고리인지 커피음료 카테고리인지에 따라 제품의 역할이 다르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탄산음료는 갈증해소의 역할이고 커피는 휴식하면서 혹은 일하면서 여유있게 마시는 역할을 수행한다. 

컴퓨터의 하드처럼 사람의 머릿 속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다(bin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분류한 후 저장한다. 만약 분류되지 않아서 저장 공간에 담겨지지 않는 개념은 저절로 기각된다. 비즈니스에서 소비자 인식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고 어떤 카테고리인지 분류가 되지 않는다면 기억의 방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컨셉 개발 시 POP를 고려함에 있어서 첫 번째는 카테고리(제품 범주)를 결정하는 것이다.


#속성(인식) 차원

카테고리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카테고리의 전형적/공통적 속성(인식)을 고려해야 한다. 카테고리에 따라 수행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연상하는 인식 역시 다르다. 가령 탄산음료 카테고리라면 칼로리, 당도, 탄산의 강도 등이 연상된다. 반면 커피음료 카테고리라면 원두의 산지, 커피의 풍미, 커피를 만드는 공법 등이 연상된다. 이처럼 어떤 카테고리에 닻을 내리느냐의 문제는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연상하는 카테고리 인식이 무엇이냐와 연결된다. 즉,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다'의 다른 의미는 소비자에게 인식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POP는 소비자들이 제품/브랜드/사업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작점 역할을 수행한다. 

속성(인식) 차원에서 바라보는 POP 역시 머리 속 기억의 방과 관련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비자의 머리 속에 기억의 방이 있다는 말은 방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산음료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는 인식과 커피음료에 갖는 인식은 다르다. 그리고 각 카테고리에 대한 인식은 카테고리 내부 브랜드들에서 연상되는 전형적이고 공통적인 속성을 의미한다.

탄산이 들어간 커피(좌)와 커피맛 탄산음료(우) / (출처 : 네이버 포스트 '리틀스타')

케빈 레인 켈러에 의하면 브랜드는 '강하고 우호적이며 독특해야'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엄밀히 말하면 연상차원에서). 세 가지 조건 중 우호성은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연상했을 때 긍정적인 연상들이 많아야 함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연상이라는 지점은 POP 개념과 연결된다. 

카테고리의 공통적이고 전형적인 속성(인식)이 부족하다면 있어야 할게 없다는 것이다. 가령 후라이드 치킨의 POP는 씹을때 입과 귀로 느껴지는 바삭함이다. 새로 생긴 치킨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바삭하지 않다면... 우리가 그 치킨 브랜드에 느끼는 감정은 긍정적이지도 우호적이지도 않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즉, POP를 갖춘다고 우호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POP가 없다면 비우호적인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의사항 : 컨셉과의 적합성

하지만 POP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POP는 전형적이고 공통적 인식이기 때문에, POP만 많다면 뻔하고 지루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POP는 컨셉 개발 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Key Buying Factor나 핵심적인 인식이 아니다. 부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카테고리가 정해진다면 해당 카테고리의 가장 전형적인 속성은 무엇인지 쭉 나열하고 우리 컨셉에 가장 적합한 속성들만 연결시켜야 한다. 즉, 많고 많은 POP 중에서 어떤 POP를 컨셉에 결부시킬지 정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컨셉 개발 시 POP는 '카테고리'와 '전형적이고 공통적이고 필수적인 인식'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고 어떤 카테고리인지 알아야 기억의 방에 집어 넣을 수 있다. 또한 카테고리 별 전형적/공통적/필수적 인식를 갖춰야만 그 카테고리의 제품으로서 기각당하지 않고 자리잡을 수 있다. 



2. POD(Point Of Difference - 차별성)

POD(차별성)은 그 컨셉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속성이다. 경쟁 브랜드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나에게는 있는, 그런 속성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테고리에서 나와 너를 가르는 핵심적인 속성이다. 또한 소비자가 나를 선택하게 하는 Key Buying Factor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야하고 매력적인 속성이어야 한다.  POD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내용만 간단하게 적어보았다. 


#POP 강화 ≠ POD

첫번째는 POD에 대한 오해다. 가장 큰 착각은 POP의 강화를 POD로 오해하는 것이다. 남들이 하고 있는 걸 더 잘하면 그게 차별화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영역은 가격이다.


대형 마트든 동네 마트든 마트라면 쉽게 볼수 있는 단어가 있다. 파격 세일(혹은 유사 단어 집합들). 예전부터 지금까지 마트와 관련된 콘텐츠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가격이었다. 그리고 그걸 차별화로 포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되는 가격 전쟁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마트의 동의어는 할인점이다. 맥락과 의미를 부여한 조작적 정의로 할인점은 '할인하는 대형 슈퍼마켓'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low price를 강조하는 것은 어느 할인점이든 모두 보유할 수 있는 POP(유사성)이다. 따라서 가격 할인은 POP의 속성을 수직적으로 강화시킨 사례이다.

POP를 강조하고 강화시킨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카테고리의 모든 브랜드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POP는 경쟁 브랜드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전형적이고 공통적인 속성이다. 그런데 POP를 강화시키는 수직적 차별화(엄밀히 말하면 강화)가 경쟁적으로 진행된다면 부정적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하향 평준화된 가격, 상향 평준화된(가격 대비) 품질 등은 카테고리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지속될 수 있다면 매우 좋겠으나 일시적인 경우 소비자들은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브랜드들은 높아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출혈을 떠안게 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POD의 가장 대표적인 조건은 고유한 속성, 흥미로우며 매력적인 속성이다. 그런데 수직적 강화는 내가 하면 남들도 할 수 있는 그런 속성들이므로 고유하지도 않고 흥미롭지도 않으며 매력적이지 않다. 


#유의사항 : POP와의 공존 가능성

두 번째는 POD 개발 시 유의해야할 점이다. POD는 필수적인 POP와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건강함'이라는 POD를 강조하는 '건강한 라면' 컨셉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드는 연상이 무엇인가. 다수가 '건강해서 도움이 되겠구나'와 유사한 연상이 된다면 컨셉 테스트는 통과다. 하지만 '맛이 없을 것 같다'와 유사한 연상이 떠오른다면 컨셉 테스트는 통과할 수 없으며 '건강함'은 라면 카테고리에 적합하지 않은 POD인 것이다. 라면 카테고리의 핵심적인 POP는 '라면 특유의 맛'과 '간편한 한끼'이다. 모두 건강과 관련된 연상과 거리가 멀다. 앞서 언급한 '건강한 커피', '아이스 치킨' 모두 같은 맥락이다.

(참고로 '해로운 것을 덜어냈다'의 관점과 '건강하다'의 관점은 손실을 강조하냐 혹은 이익을 강조하냐의 관점으로 매우 다르다. 언젠가 정리해보겠다.)

따라서 개발된 POD가 자칫 카테고리의 필수적인 POP 속성에 부정적인 연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POP/POD 관점에서 좋은 컨셉은 카테고리의 다양한 POP 중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POP만을 유지시키고 불필요한 POP는 제거해야 한다. 또한 흥미롭고 매력적인 POD를 개발해야 한다.


#영원한 차별화는 없다

끝으로 POD는 언제든 POP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원한 1등이 없듯 영원할 수 있는 차별화는 없다. 언젠가는 당연한 것이 된다. 샛별 배송은 마켓컬리만의 POD였다. 하지만 소비자 혜택이 매우 크다는 점이 인지되자 대형 유통에서도 이름을 달리한 샛별 배송이 시작되고 있다. 카테고리 선점, 물류와 데이터의 결합 등 샛별 배송을 둘러싸고 고려해야 할 이슈들은 차치하고, POP/POD 관점에서 '오늘 주문하면 내일 아침에 오는 새벽 배송'은 더이상 마켓컬리만의 POD가 아니라 유통업계의 POP로 변하고 있다.

영원한 POD는 없다. 오늘의 POD가 내일의 POP가 될 수 있다. 그래서 POD는 끝없이 개발해나가야 한다.





※ 위 글에는 아래 저서의 내용을 참고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끌리는 컨셉 만들기', 김근배

- '디스 이즈 브랜딩', 김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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