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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 Jul 03. 2019

MUJI의 식(食), 'MUJI Diner'

무지가 판매하는 일상, 일상의 食

#들어가며

상해 여행 중 무지 다이너를 아주 우연하게 발견했다. 농어찜 요리를 먹으러 가는길에 무지 다이너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고 전 세계에 두 곳 밖에 없다는 사실을(상해와 심천) 알게 되어 흥미가 생겼다. 무지 호텔도 심천에서 오픈을 하더니 무지 다이너 역시 중국에서 처음으로 오픈을 했다. 그만큼 무지에게 중국은 특별한 의미임을 나타낸다. 여튼 두 곳밖에 없는 무지 다이너를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무지다움

무지 다이너와 무지의 식(食)을 이야기 하기 전, 무지라는 브랜드와 그들의 사업 영역부터. 그래야 그들이 왜 식 영역으로 진출하는지 알 수 있을테니.


무지 혹은 무인양품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 브랜드 네임의 의미는 '도장은 없지만(특정 브랜드는 아니지만) 좋은 제품이다'라는 뜻이다. 제조와 유통의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고 유행과 시대를 타지 않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곘다는 그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지키기 위해 디테일한 가이드와 메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MUJI의 로고


그런 무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는 다름아닌 그들의 컨셉 표현문이다.

"이것이 좋다가 아닌 이래서 좋다"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


합리성, 단순성, 본질에 대한 집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지 매장의 SKU 개수만 놓고 본다면 무지는 매우 어지럽고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옷을 팔고 가구도 팔고 소품도 팔고 심지어 라면까지. 하지만 결코 잡다하지 않다. 그들만의 철학과 컨셉이 제품에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느낄 수 있듯 그들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삶이다. 그리고 일상이다. 일상을 분류하는 기준은 많다. 가령 시간. 시간에 따라 업무와 학업을 하는 시간, 퇴근과 하교 후의 여가 시간. 또 다른 기준은 공간. 집, 대중교통, 회사 등등. 하지만 일상을 분류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생활 영역이다. 바로 의식주. 일상의 의식주는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티셔츠나 청바지처럼 늘 입는 일상의 衣, 집에서 먹는 밥과 반찬 같은 일상의 食, 집을 포함해서 매일 사용하는 소품들, 침구와 욕실 용품과 같은 住. 일상이 붙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드는가. 특별하지 않다. 소박하고 단순하다.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친근하다.

무지가 그렇다. 일상의 의식주를 지향하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다. 매일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매하고 늘 사용하는 물건들, 그리고 그 옷과 물건을 담는 수납장을 판매한다. 무지가 판매하는 대상은 우리의 일상이다. 물론 그들만의 철학을 담은 제품과 디자인으로.

단순하고 소박함을 담은 일상의 의식주. 그것이 무지가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고 지향점이자 사업 영역이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무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食이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 매장에 가면 의(衣)와 주(住)의 제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집도 팔고 호텔도 운영을 하는데 먹을건 부족하다. 온라인몰 역시 마찬가지다. 의류와 생활잡화 위주다. 식품 영역은 과자/음료/소스로 한정적이다.


무지의 공식 온라인몰



#무지_다이너


무지 다이너의 입구


무지 다이너는 레스토랑이다. 다만 그냥 레스토랑이 아닌 무지다움을 탑재한 레스토랑이다. 따라서 메뉴들은 모두 일상의 식을 판다. 먼저 메뉴를 살펴보자. 그린 파파야 샐러드, 바질페스토 파스타, 미소를 두른 가지볶음, 쌀밥, 두부미소장국 등. 그 외에도 아래 사진과 홈페이지(https://www.muji.com/en/diner/)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일상에서 조금은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다. 또한 동서양 구분이 없다.

무지가 제안하는 의(衣)와 주(住)처럼 무지의 식(食) 역시 거창하지 않다. 소박한 일상의 모습이다. 그들이 파는 간결한 디자인의 옷, 일상의 식기와 소품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무지 다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다음은 공간. 메뉴의 특징이 일상의 식이라면 공간의 특징은 연결이다.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무지 매장 중 무지 다이너는 3층에 위치한다. 무지 다이너를 중심으로 한 쪽에서는 가공 식품을 판매한다. 가공식품 옆으로는 다이닝 물품을 판매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식문화와 관련된 도서를 판매한다. 밥을 먹은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내가 먹었던 음식이 담긴 그릇과 조리 기구를 살펴본다. 그리고 필요한 가공 식품을 사고 원한다면 음식과 관련된 도서를 살펴보고 구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공식품, 다이닝 물품과 도서로 구성된 각각의 존은 별도의 공간이 아니다. 무지 다이너와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다. 공간에 연결성이 있다. 즉 무지 다이너는 일상의 식을 연결하는 매개채이다.

자연스럽게 업셀링 되는 제품들. 일본의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츠타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츠타야는 도서를 시작으로 각종 라이프 스타일로 뻗어나간다면, 무지는 먼저 그들의 식(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 후 그들이 생각 하는 식 문화 구성 요소(도서, 식기, 가공 식품 등)를 연결시켜준다.


공간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지가 지향하는 식문화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바로 메뉴 부분에서 언급한 '일상의 식'이다. 특별하거나 비싸거나 하지 않은, 집에서도 먹는 그래서 더 가까운, 무지다이너는 그런 식문화를 지향한다고 느껴졌다. 만약 메뉴로만 보여주었다면 그들의 지향점은 잘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저 그런 특별한 점 없는 식당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간을 연결시키니 무지만의 식 문화로 표현되었다.



#다시 라이프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조금은 비틀어 해석하면 특정 카테고리에 전문성이 없고 특출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패션 브랜드만큼 옷에 전문적이지 않고 하우징 브랜드만큼 주거 공간에 전문적이지 않다. 무지 다이너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출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이 그렇다. 라이프 스타일은 삶의 방식이지 않나. 그리고 특별하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은게 우리의 삶이고 일상이다. 소박하고 단순하며 그래서 더 편안하다. 무지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서 '이것으로 충분한' 그들의 존재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무지의 색이며 무지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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