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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 Oct 05. 2017

만나박스와 팜잇 그리고 만나CEA

 1차 산업, 그 중에서도 농업은 인류가 현재와 같은 문명을 이루고 살 수 있던 근간이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필수 활동인 먹는 행위의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가 향유하는 가공식품이든 외식이든 그 시작은 농업에 있다. 조금의 비약일 수 있겠지만 농업 없이 먹거리는 보장 받을 수 없다. 선진국들이 농업 강국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1차산업과 농업 분야는 혁신과 발전 더디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에 대한 열거는 뒤로하고, 현재 그리고 먼 미래의 우리 앞에는 농업의 고령화, 농업 생산물의 가공식품화 능력과 노하우 부재, 식량원자재 수급의 부재 등 농업과 관련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작지만 큰 움직임을 실행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만나CEA’라는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들이 시작한 이 스타트업은 농업에 대한 혁신을 통해 현재 200억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어떤 인터뷰를 통해 만나CEA 전태병 대표는 “농업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고, 인류를 이롭게 할 것이다." 라고 말한 콘텐츠를 본 기억이 있다. 농업 분야가 인류에게 필수적임을 알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준 인터뷰였다. (같은 맥락에서 ‘하림’이라는 브랜드의 향방도 지켜볼 가치가 있다.)

이제 건강한 먹거리, 선진 농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브랜드인 만나CEA와 그들의 서비스 브랜드인 만나박스, 팜잇에 대해 살펴보자.


1. 만나 CEA

 

먼저 브랜드의 많은 의미를 집약시킨 브랜드 네임을 살펴보자. 만나CEA는 ‘만나’와 ‘환경제어농업(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의 조합어이다. 만나는 ‘하늘에서 내려준 음식’이라는 뜻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단어이다. 즉 ‘기술을 통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 먹거리를 창출하고 농업을 혁신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들의 핵심 기술, 즉 핵심 경쟁력 중 가장 주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아쿠아포닉스(친환경 수경재배)와 스마트팜.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삼아 재배하는 친환경 수경재배 방식이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바이오 필터를 거쳐서 액상비료가 된다. 액상비료는 식물에게 전달되고 식물이 물을 정화시켜 다시 물고기를 키우는 데에 사용된다. 따라서 생산/공급  측면에서는 고전적인 농업 대비 물의 양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으며 노동력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는 농약이 필요 없으므로 친환경 작물을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증발로 인해 감소된 물의 보충 작업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물을 갈아준 적이 없다고 한다.) 

기술기반의 농업 스타트업 답게 그들은 농장을 운영하는 모든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제어되는 스마트팜이다. 광원과 온도와 습도 조절 등 식물 재배에 필요한 모든 처리는 블루투스와 머신러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노동집약적인 농업을 명확한 목적, 방향성 그리고 기술의 결합을 통해 탈노동화시킨 농장을 탄생시켰다. 


2. 만나박스


만나박스는 농장에서 재배된 채소를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 브랜드이다. 요즘 많이들 이용하고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차용했다.  

식품, 채소, 샐러드를 주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유통, 물류에 역점을 둔다. 만나박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생산 -> 유통 -> 소비자 경험’의 일원화다. 즉 생산시설인 농장을 기반으로 먹거리의 본질인 ‘먹거리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를 B2C 소비재 판매로 연결시킨 것이다.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본원적 경쟁력을 통해 밸류체인을 확장해나간다는 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 중에서도 생산이 유통과 엔드 유저에게 다가가는 전방통합이다.)

비스니스와 브랜드 모두 소비자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 핵심이다. 따라서 본질과 원천에 대한 깊지 않은 고민은 공허하다. 소비자 먹거리의 중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은 ‘어디에서 왔으며, 왜 좋은가? 나아가 왜 구매해야 하는가’이다. 먹거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국내의 많은 푸드테크들이 운용하는 ‘생산자/생산지와 소비자 연결’, ‘간편성’을 지향하는 방식보다 강력한 가치제안이자 Key Buying Factor이지 않을까 한다.(물론 많은 푸드테크들이 생산자와 먹거리의 품질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안다. 단지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차이는 소비자에게 크게 다가온다.)




3. 팜잇

팜잇은 만나CEA의 보급형 스마트팜 농장 브랜드이다. 동시에 주주참여형 공유농장 브랜드이다.

보도 자료를 확인해 보면 “팜잇을 통해 기술 없이도 누구나 적은 자본으로 공유농장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농업인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일반인들은 농업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6년 팜잇 2호 농장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 5억을 목표로 모집했는데, 당초 목표액을 초과한 7억을 달성하여 성공적으로 농장을 건립했다고 한다.


팜잇의 한 수는 고객참여를 통해서 생산량, 다양화, 신뢰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모델링이라는 점이다. 브랜드는 가치 지향적, 소비자 지향적이어야 하지만 수익 없이 브랜드는 존립할 수 없다.만나CEA에게 있어 노하우와 장비 판매 등 B2B 매출뿐만 아니라 소비재를 통한 B2C 매출확보가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나박스 및 다양한 판매경로를 확장해 나감에 있어 필요한 것은 생산물의 규모화와 다양화이다. 그리고 그 원천인 스마트 농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주참여형 공유 농장이라는 한 수를 두었다. 소비자 참여형이므로 자연스레 작물에 대한 신뢰성은 제고시킬 수 있다. O2O를 달성시키기 위해 농장을 플랫폼화 시킨 사례다. 따라서 공급과 수요에서의 미충족욕구를 모두 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4. 시사점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 아닌 그 영역과 방법에서는 브랜드로써, 비즈니스로써 해결점 그리고 지향점이 묻어난다.

만나CEA 공식 홈페이지 브랜드 스토리 탭을 살펴 보면 그들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어들이 나온다. ‘빛, 물, 씨앗, 미생물, 물고기’. 즉 ‘빛 + 물 + 물고기 → 미생물 → 씨앗’이라는 큰 과정에서 기술을 접목시켜 노동에 큰 걸림돌이었던 노동, 시간, 초기비용의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종합하자면, 만나CEA는 기술을 통해 1차산업의 약점인 노동, 자본, 자원 집약적 형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또한 만나박스를 통해 먹거리의 본질인 생산(농장)을 기반으로 식품 비즈니스, 식품 브랜드로서 소비자에게 제안해야만 하는 속성인 안전과 신뢰를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팜잇은 고객 참여를 통해 O2O 비즈니스와 플랫폼 비즈니스를 결합시켰고 생산의 규모화, 다양화, 소비자 신뢰성을 강화시켰다.

현재 만나박스는 기술력과 팜잇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았다. 또한 식품 브랜드가 반드시 갖춰야 할 신뢰, 안전이라는 속성을 확보했다. 따라서 만나박스 브랜드의 비즈니스 강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기술 토대릐 생산 강점과 브랜드 기반을 통해 뻗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기대된다. 소비자들이 식품을 먹는 다양한 상황, 그리고 만나의 생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 등 소비자 단의 다양한 상황과 현상을 고려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다양한 확장에 앞서 한 번 더 브랜드의(기업이든 서비스든) 아이덴티티를 점검하고 간다면 전에 없던,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대하던 농업 기반의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응원하는 비즈니스와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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