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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 Apr 18. 2017

달러 쉐이브 클럽

질레트를 무너뜨리고 있는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

들어가며

질레트는 115년간 면도기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유지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질레트 이후 많은 브랜드들이 차용한 사업모델인 ‘갈아끼우는 날 모델’을 최초로 고안한 브랜드이며, 그 출발점이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Customer Oriented Brand이다. 이처럼 위대한 브랜드의 아성이 한 스타트업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바로 ‘달러 쉐이브클럽’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질레트가 115년 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와 ‘달러 쉐이브클럽’이 파고든 질레트의 약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질레트의 성공요인 : 끊임없는 재정의를 토대로 한 혁신

마케팅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재정의란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들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미충족 욕구’라고도 일컬어지며 고객의 입장에서 현상을 관찰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질레트는 ‘고객의 문제’, ‘수익모델’, ‘사용자’를 재정의하며 그 속에서 고객가치제안을 혁신해 왔다.


지금은 상상 하기 힘들지만 질레트가 탄생하기 전, 면도기 사용자들은 면도날이 무뎌지면 가죽 숫돌로 날을 갈아서 써야 했다. 따라서 면도날은 다시 갈아도 견딜 수 있을만큼 두꺼워야 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창업자 ‘킹 캠프 질레트’는 사용한 날을 버리고 새로운 날을끼우는 제품을 기획했다. 즉, 고객의 문제를 재정의하여 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쓰던 면도날을 갈아서 다시 쓰는 것’에서 ‘시간의 소요’, ‘휴대의어려움’, ‘사용의 불편함’ 등 다양한 문제를 발견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면도기 사용의 문제를 재정의한 킹 질레트는 브랜드가 돈을 벌어들이는 수익모델을 재정의한다. 그 유명한 ‘갈아끼우는 날 모델’이다. 당시 소비재는 하나의 완제품에 대한 거래만이 이루어졌다. 면도기를 값싸게 제공하고 면도날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 모델은 후에 ‘레이저 프린터와 잉크’, ‘휴대전화와 통신료’,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커피머신과 커피캡슐’, ‘정수기와 생수’ 등 다양한 ‘갈아 끼우는 모델’의시초가 된다.


그리고 질레트는 사용자를 재정의 해왔다. 면도기 사용자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여성용 면도기를 만들었다. 또한 민감한 피부의 사용자를 위한 저자극면도기를 만들었다. 즉,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재정의하면서 STP를 혁신한 제품을 만들어 왔다.



가치제안에 집중한 달러쉐이브클럽의 등장 : ‘편리함’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70%에 육박했다. 무너지지 않는 아성처럼 보였던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등장한달러쉐이브클럽에 의해 2016년 54%로 급감한다. 달러쉐이브클럽은 한 달에 한 번 면도날 4~5개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다. 가격은 최고 9달러(6중날 기준).


기술력을 강조하며 고가의 면도날을 만들어 온 질레트와 달리 달러쉐이브클럽은 고객가치에 집중한다. 바로‘편리함’이다. 첫 번째 편리함은 적당한 수준의 기술력에서 오는 ‘제품 선택의 편리함’이다. 질레트에 의해 촉진되 면도날 기술 경쟁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 ‘과연 어떠한 면도날을 써야 한다는 것인가?’. 고객이 브랜드에 갖는 질문은 브랜드에게 장점으로 돌아온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이지?’, ‘왜 이렇게 저렴할 수 있지?’, ‘사용함으로써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지?’와 같은 질문은 곧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거나 제품 선택과 사용에 혼란을 제공하는 질문은 독이다.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질레트의 수 많은 모델로 인하여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적합한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선택에 대한 불편함을 느낀다.이에 반해 달러쉐이브클럽은 ‘2중날’, ‘4중날’, ‘6중날’의 세 가지 라인만을 보유하고 있다. 라인의 단순화는 고객들의 고민을 줄여주고, 빠른 선택을 하게 해준다. 또한 적당한 수준의 기술력은 가격을 절감시켰다.


두 번째 편리함은 배송 서비스를 통한 ‘제품 전달의 편리함’이다. 많은 소비재가 그렇듯, 면도날 역시 구매를 위해 마트에 가야만 했다. 소비자의 시간이 비용으로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제품 선택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구매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나오며

질레트의 성공 요인은 문제를 재정의하고 혁신한 것이었다. ‘시간의 소요’, ‘휴대의 어려움’, ‘사용의 어려움’ 등 다양한 ‘불편함’을혁신한 전제에는 소비자 관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질레트가 강조하는 기술력은 소비자에게 과연 얼마나 의미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영위함에 있어 크게 ‘선택’하고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거 질레트는 ‘선택’에 집중된 혁신을 펼쳐왔다. 제품 사용상황의 문제를 발견하고 전에 없던 제품으로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선택을 제공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꿨던 질레트의 혁신은 공교롭게도 달러쉐이브클럽으로 이어졌다. 소비자 관점(문제해결, 편리함 제공)에서 공급자 관점(기술력강조)으로 변한 질레트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제품 선택의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다. 또한 달러쉐이브클럽은 구매에서도 편리함을 제공한다. ‘사용’ 경험에서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지 ‘사용’의 경험이 ‘기술력의 심취’로 이어진 공급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의 ‘사용’ 경험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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