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려 해도 도망가기 바쁘던 달콩이가 요즘은 먼저 쪼르르 다가와 내 양반다리 사이에 똬리를 튼다. 그 평온한 얼굴을 보고 숨소리를 듣고 보드라운 털을 만지다 보면 슬슬 다리가 저릿해진다.
무더운 여름 동안 침대도 거의 거들떠보지 않던 달콩이가, 찬바람 솔솔 불기 시작하니 침대로 올라와 푸근한 이불 위에서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올해 부쩍 다리가 안 좋아진 달콩이가 높은 침대에 들락날락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남편은 휴일 동안 뚝딱뚝딱 침대를 개조했다. 침대가 낮아진 걸 보자마자 달콩이는 폴짝 뛰어올랐다. 우리 셋은 널찍한 침대에 누워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렇게 또 인간 위주의 세상에 사느라 고생하는 달콩이의 눈높이에 우리를 조금 맞추어 본다. 여기저기 자재를 다 빼버리고 허전해진 침대 프레임 대신, 우리 셋이 내뿜는 따스한 공기가 침대를 꽉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