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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 Mar 04. 2019

(+) 센느강

파리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

서울에 살았을 때 자주 갔던 곳 중 하나는 반포대교였다.

저녁시간에 운영되는 달빛무지개분수를 보면서 친구들과 치맥을 먹었던 추억이 지금도 종종 생각나곤 한다.


서울의 한강처럼 도시를 관통하는 강이 있어서였을까,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파리를 관통하는 센느강이다. 언젠가 주중 늦은 오후 무렵에 강가를 걸었을 때에는 강둑에 걸터앉아 맥주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강가 매점에는 많은 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잠시 살았던 북유럽 국가에서는 주중에 술을 먹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 파리의 이런 모습이 내게는 정겨웠다. 

사진 1: 센느강 근처 매점


그럼에도 센느강과 한강의 강폭은 큰 차이가 있다. 센느강의 평균 강폭은 약 135m에 불과한 반면 한강의 강폭은 약 750m이나 된다. 강폭이 크고 작음으로 인해 센느강과 한강의 경치나 강가 문화가 다르다. 


차이점 1: 어디에 앉을 수 있는가

먼저 센느강의 제방은 좁은 반면 한강의 제방은 넓다. 그러다보니 센느강에는 상당히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제방 크기가 다름으로 인해 센느강과 한강에 놀러온 사람들이 앉는 위치가 달라진다. 


사진 2: 센느 강가 사람들 (왼쪽), 사진 3: 한강 근처 사람들 (오른쪽)


사진 2를 보듯이 센느강에서는 사람들이 강가 바로 옆에 걸터앉을 수 있다. 누군가는 무섭다고 하지만 앞에 다른 사람들이 경치를 가로막지 않아 각자가 강의 모습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한편 사진 3의 한강 모습을 보면 제방이 넓음으로 인해 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풀밭에 앉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강을 바라보면 강을 보기에 앞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다. 좋게 보자면, 한강에서는 공원과 강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차이점 2: 강 건너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사진 4: 센느 강 건너편 모습 (왼쪽), 사진 5: 한강 건너편 모습 (오른쪽)

또 다른 차이점은 강 건너 경치이다. 센느강의 작은 강폭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면 한강의 큰 강폭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센느강 근처에는 주로 역사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이 건물들의 조명도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라 은은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한강의 경우 주로 아파트나 현대적인 건물이 주를 이룬다. 물론 센느강도 파리 내 동쪽과 서쪽 양 극단으로 가면 현대적인 건축물들을 일부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강의 경우 강 근처에 전통적인 건물을 찾기 어렵다. 사실 한강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 도시의 강가를 보면 휘황찬란한 현대 건축물로 가득한게 일반적이다. 


차이점 3: 강을 잇는 다리

마지막으로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사진 6: 센느 강 다리 (왼쪽), 사진 7: 한강 다리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이 센느강에는 37개의 다리가 있고, 한강에는 31개의 다리가 있다. 차량과 보행자 모두 센느강과 한강에 있는 다리를 건널 수 있다. 하지만 다리를 건널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센느강 다리를 건너는 차량은 많지만 강폭이 좁다보니 보행자들이 차량과 함께 하는 시간은 비교적 짧다. 반면 한강의 경우 다리를 건너는 차량의 개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강폭이 넓다보니 다리를 도보로 건너면 차량의 소음과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하는데, 이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이뿐 아니라 센느강에는 Pont des Arts와 같이 차량이 다니지 않고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가 있다. 반면 한강의 경우 필자가 알기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다리는 없다. 보행자 전용 다리의 존재 유무는 차량으로 인한 불쾌감을 넘어서는 중요한 차이이다. Pont des Arts를 걷다보면 길거리 음악가들도 쉽게 만날 수 있고, 다리 중앙이나 다리 가장자리에 앉아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다리를 건너는 수단이 차량이거나 지하철일 때에는 다리가 '통과'의 의미만을 띤다면, 자전거 또는 도보로 건널 시 다리는 '통과'뿐만 아니라 '멈춤'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다리에 잠시 멈출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다리 위에서의 공연과 같은 다양한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센느강의 다리는 경치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람 친화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센느강과 한강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강 자체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고, 역사가 있는 은은한 멋을 저녁에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센느강이 더 생각이 난다. 파리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다. 



출처

사진 1, 3, 4: 필자 본인이 촬영.

사진 2: http://time.com/4384933/paris-river/

사진 5: http://bike-korea.com/index.php?mid=riding_r&listStyle=viewer&page=26&document_srl=205888

사진 6: http://www.planete-tp.com/en/bridges-of-paris-r52.html

사진 7: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sm=top_hty&fbm=0&ie=utf8&query=%ED%95%9C%EA%B0%95%EB%8B%A4%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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