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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 Apr 22. 2018

(+) 파리의 공공자전거, 벨리브(velib)

자전거(velo)를 타고 자유롭게(libre) 다니자

외국의 어느 도시를 잠깐 여행하거나 공부 등의 목적으로 정착하게 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교통수단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 당분간 머물면서 어떻게 돌아다닐 것인가를 정하는건 중요하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알아봤던 것도 바로 대중교통이었다.


파리 시내에서는 대중교통(지하철, 버스,트램)을 한 번 타는데 1.9유로 티켓 하나가 필요하다.

10개를 한꺼번에 사면 14.9유로이고, 한 달 또는 일 년 정액권으로 끊으면 대략 한 달에 70-80유로 한다.

만 26세 이하인 학생들의 경우 이마진 에흐(imagine R) 카드를 살 수 있는데, 한 달에 30-40유로만 내면 된다. 사실 이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난 학생이지만 만 26세를 초과하기에 저 카드를 살 수 없었다. 그랬기에 앞으로 파리를 어떻게 다닐지 여러모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선택한 것은 공공 자전거였다.

파리에서는 이를 벨리브(velib)이라 한다. 자전거(velo)와 자유로운(libre)이라는 단어를 합친 말로서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파리를 다니자는 그런 의미이다.

학생의 경우 2016년 기준 20유로 정도만 내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번 자전거를 빌리면 최대 30분 동안 탈 수 있으며, 그 전에 자전거 정거장에 반납하면 된다.

가격도 저렴할 뿐더러 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에 파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1년 정액권을 끊었다.

2016년 8월에 왔을 때 찍었던 벨리브


파리라는 도시가 서울 면적의 1/6밖에 되지 않아서 자전거로 다니기에 편리하다. 게다가 이 자전거 정거장이 참 많아서 여기저기 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좋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 생각보다 자주, 버스나 지하철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다. 특히 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 때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파리의 경우 쓰레기 청소차량이 아침, 저녁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만일 내 앞에 이 청소차량이 있으면 당분간 천천히 가야한다. 사족이지만 신기한 점은, 청소차량이 중간중간마다 서서 쓰레기 처리를 한다고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들이 없었다.


- 걷는 것과 자동차 타는 것의 사이에서 도시를 즐길 수 있다. 파리의 경우 생각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되어있다. 자전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간주되기 때문에 차도 옆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거나 차도와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걸으면서 알게 된 도시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 가령 길 이름을 더 잘 인식하게 되고, 일방통행인지 여부도 잘 알게 된다. 만일 일방통행 도로라 주행할 수 없다면, 자전거에서 내려서 인도를 걸어가면 된다. 워낙 정거장이 많다보니 왠만한 곳에 다 멈출 수 있어서 좋았다. 


- 물론, 건강에도 좋다. 첫 학기에는 수업 시간표가 이상하게 짜여서 오전 수업과 저녁 수업이 있는 날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 집-학교를 왕복 두 번, 편도 네 번을 왔다갔다 했다. 한 번 가는데 4-5km이니 거진 20km이었다. 처음 1주일-2주일 동안에는 엄청 피곤했는데, 나중에 차차 적응되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았다.

- 자전거 대여, 주차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정거장이 많기도 하고, 벨립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실어다 나르지만, 인기가 많은 정거장의 경우 출퇴근 시간 때 자전거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 다른 정거장까지 걸어가서 대여를 해야 했다. 대여보다 더 심각한 건 주차 문제이다.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다른 정거장으로 가서 주차를 해야 했는데, 운이 없는 경우 3-4개 정거장을 돌아다녀도 주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대여/주차 현황을 볼 수 있지만,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꽉 차버린다거나, 모든 자전거가 대여된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다.


- 차도에서 주행해야 하는 경우 무섭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리 운전자들의 경우, 다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서는 서울 못지않게 공격적이지만 자전거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관대한 편인 것 같다. 나도 처음 하루 이틀만 좀 움찔했지 그 이후에는 적응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헬멧이나 형광벨트 등을 착용하는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 자전거 주행도로가 주기적으로 정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길이 움푹 패인 곳도 종종 있다. 앞을 제대로 안 보고 가다보면 사고날 수도 있다. 파리라는 도시가 어떤 곳은 평탄한데 어떤 곳은 경사가 심하다. 이런 경우 엄청 힘들다. 자전거 자체가 무겁기도 하고, 기어를 올려도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 않는 편이라...차라리 끌고 올라가는게 훨씬 편하다. 


그럼에도 작년 2017년 겨울이 오기 전까지 자주 이용했다. 몇몇 자전거 도로들은 정말 예뻐서 더욱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


올해 2018년부터 벨리브 운영회사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작년 12월부터 정거장이 다 문을 닫았고, 올해 1월 말에야 새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 것 같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새로 바뀐 벨리브

가장 큰 변화라면 자전거 종류가 두 가지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초록색 자전거의 경우 이전에 쓰던 일반 자전거와 같다. 그런데 연파랑색 자전거의 경우 전기 자전거(!)이다. 일정 정도 충전을 하면 페달을 열심히 밟지 않아도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덕길이나 경사가 많은 곳에 갈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번 이용해봤는데 사실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갔던 길이 주로 평지거나 약간 경사가 있는 곳이라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정거장이 꽉 차있어도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손잡이 핸들에 있는 줄을 빼 내어서 정거장 아래 쪽에 있는 구멍에 꼽으면 끝이다. 그러다보니 정거장이 꽉 차있어도 왠만하면 주차할 수 있어서 상당히 좋았다.


이외에도 이전 자전거에 비해 좀 더 가벼워졌다. 그러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 한결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이 회사가 올해 새로 시작하다보니 여러 문제들이 있다.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를 대여하려 해도 내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고, 자전거 손잡이에 있는 줄로 주차를 했다가 기계가 이를 인식하지 못해 30분이나 정거장에서 담당 직원과 통화하기도 했다. 앞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당분간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전 벨리브처럼 큰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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