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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Feb 25. 2023

그들의 영혼 속에서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연애 세포 예찬

그동안 필요에 따라 청취만 했던 유튜브였다. 기껏해야 나중에 찾아보기 위한 책갈피 같은 용도로 ‘좋아요’만 눌렀던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그것도 온전히!

유튜브에 옹골차게 저항하던 자가 맥없이 무너지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젊은 미소와 그 미소 이면의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낸 배경음악이었다.   


   

#젊은 미소 

피곤한 사회가 만들어 낸 그늘에도 마치 양지바른 곳에 앉은 듯이 그들 앞을 지나는 시간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그들은 소설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는 지극히 가난한 청년을 길에서 본 일이 있다. 모자는 낡고 옷은 다 해져 있었다. 팔꿈치는 구멍이 뚫리고 신발에는 물이 새어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영혼 속에서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ㅡ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Spanish Rose 

Chris Haugen의 기타 연주는 우리를 담담하고, 쓸쓸하고, 때론 애잔한 감정 속으로 몰아넣지만,  그렇다고 환멸이나 절망으로는 데려가지 않는다. 기타 선율에서 벼랑을 기어올라온 사람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탁월한 선곡이다.  

   

갑자기 벼랑 끝에 선 사람은 벼랑이 무섭다.
그러나 벼랑을 기어 올라온 사람에게는
벼랑이 무섭지 않다.
ㅡ 이규경, <벼랑>     


나 또한 벼랑 끝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세상이 아닌 다른 미지의 곳을 찾아 헤매는 슬픈 시선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벼랑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내겐 그 벼랑을 내려갈 힘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제 그 벼랑을 천천히 천천히, 젊은 미소가 건네주는 스페인 장미향을 맡으며 조심조심 내려가려 한다외롭고 쓸쓸한 기타 선율로 적적한 마음을 이겨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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