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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May 22. 2023

해일처럼 밀려오는 절망 앞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노래한다

Phil Coulter: 아일랜드, 슬픔, 치유

아일랜드의 작곡가 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필 쿨터(Phil Coulter)의 음악은 화려함과 과장을 모른다. 그의 음악에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듣고 나면 깨끗하게 씻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치유의 힘이 있다. 마치 빗방울을 덤덤히 받던 유리창이 비 그친 뒤 깨끗해진 것처럼.     


#Take Me Home

향수에 젖은 길손의 마음을 담은 듯한 가사, 타향살이에 지친 노동자의 고백과 같은 낭송이 애수를 자아내는 부드러운 아련한 멜로디를 만나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석양이 지는 이 시 이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지난겨울 길고 길었던 밤을 생각합니다
지금 너무도 먼 곳에 있습니다
당장 내일 아침 밀물 때에 떠나려고 합니다     

주여, 나를 고향으로 보내주세요
내가 떠나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오, 나를 고향으로 보내주세요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외국 생활하며 향수병에 젖어있는 가족에게는 결코 들려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주저앉아 펑펑 눈물 쏟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The Star Of The Sea(Roma Downey)

바다에서 익사 사고를 당한 형을 기리기 위해 쓴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른 아일랜드의 영화배우 겸 가수인 로마 다우니는 내가 아일랜드 음악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저녁놀, 아련함, 쓸쓸함, 공허함, 소리 없는 울음. 눈물 없는 슬픔, 해일처럼 밀려오는 절망을 버티려는 실낱같은 희망.

형을 그리워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긴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볼 것을 권한다.      


맑은 저녁 나는 부두에 서서
저 건너편을 바라봅니다
전에도 자주 그러했듯이
아, 별이 되신 형이여
    
나는 오늘도 형이 바다의 별과 함께
천국에 거하기를 신께 기도합니다
부디 깊고 깊은 바다의 품 안에서
평화롭게 잠드소서
형의 생명을 빼앗아 간 바다가
이제는 자유롭게 놓아주기를 기도합니다
     
이제는 형이 바다의 별처럼
캄캄한 밤에 높은 파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뱃사람들의 길을 안내해 주시길 빌어봅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형을 생각했습니다
형이 없는 세상은 더 이상
형과 함께했던 세상이 아닙니다  
   
부디 형의 영혼이 편안히 쉬기를
형의 아이들에게 은총이 있기를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기를
어릴 적 형이 뛰놀던 이곳에서
형의 영혼도 자유롭게 맘껏 뛰놀기를
형의 미소가 바다의 별처럼
천국을 환하게 비춰주기를 기도합니다    

      

#The Shores of The Swilly(Sinead O'conner)

그로부터 몇 년 후 스윌리 호수에 빠져 익사 사고를 당한 여동생을 기리기 위해 쓴 곡이다.  아, 불행은 늘 친구를 데리고 다닌다 하던가...

        

스윌리 호숫가에서 난,
여동생의 시신이
조수에 밀려 올라오는 걸
고통스럽게 지켜보았네

여동생은 숨을 거두었고
난 그 이유를 모른다네
하지만 그 순간 난,
내 일부도 죽었다고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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