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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26. 2023

'사회명랑화' 사업

서산개척단과 '넝마주이' 축구단(5)

어쨌든 박정희 대통령 각하는 무서웠다. 대한의 청소년이라고 쓰고 사실 사회 부적응자로 억울하게 낙인찍힌 피해자들은 맨손으로 도비산 돌을 깨어 나르고 바다를 메웠다. 사람들은 수시로 죽어 나갔고 이름도 없이 묻혔다. 그들이 묻힌 곳은 면산이었다. 


그런데 서산에는 면산이라는 지명이 없다. 당진에는 있다. 그런데 당진의 면산은 도비산에서 지금 차로 달려도 한 시간 걸린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나기 전에는 응암과 당진의 면산을 거쳐 서산으로 들어갔다. 교통로라는 얘기다.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산의 한 주민은 이렇게 증언했다.


"지금 현재 공동묘지 자리가 원래 공동묘지가 아니었다. 전부 개인적인 산이 있었고 거기만 면산이라고 했다. 국가의 땅."


'개인적인 산'이라는 말은 조상 대대로 묘를 쓰는 토지가 다들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면산'은 면의 땅, 즉 인지면 소유의 땅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국유지에 암매장했다는 것.


(산이 드문 서산에서 산이라면 의미가 다르다. 한반도에서 산이라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우뚝한 지형이지만, 서산에서 '산'이라고 하면 약간 봉긋한 정도에 나무가 많은 곳을 이른다. 즉 개간되지 않는 땅이라는 말도 된다.)


언론 등지에서는 서산개척단을 자립자활 갱생의 길을 걷는 건실한 청년들로 홍보했지만 서산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 전국에서 제일 먼저 알지 않았을까.


"이곳에 와서 마음을 잡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러나 "개척단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개척단 사람들 온다고 하면 애들도 울음을 그친다고 했다", "잡혀가면 죽을지도 모르니까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803040013092410


국가가 사고를 치기 시작하면 언론이 따라붙는다. 이 때는 경향신문이 그랬다. 사실상 정부 소유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언론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어이가 없을 때가 있다. 일제 말기의 매일신보는 일본이 얼마나 대단한 승전보를 거두는지 매일(?) 보도했다. 


서산개척단은 사회명랑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사회명랑화'라는 작명은 대체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름 예술적 감각을 갖춘 박정희 대통령 본인의 작명일지도 모른다. 사업의 결과로 누가 명랑해졌을까.


그런데 그러한 참혹한 현장에서도, '대한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명랑해질 방법을 찾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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