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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26. 2023

인지면과 축구단

서산개척단과 '넝마주이' 축구단(7)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서산 인지면에 작은 행사가 열렸다.


http://www.seosantimes.com/m/page/view.php?no=57872



"손웅정 감독의 고향집(산동리)를 방문하여 손 선수와 부친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또 서산개척단 축구단원이었던 장영철 씨를 당시 축구장이 있던 모월3리로 초청하여 과거 어려움 속에서도 개척단축구단 활동으로 전국대회를 누비던 무용담을 듣기도 했다."


이 기사의 장영철 씨는 다름아닌 현재 서산개척단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현수막의 글귀가 눈에 뜨인다.


"전 세계와 함께하는 인지면 체육역사를 뒤돌아보며~ 

인지면체육회 단합대회 및 경기이사회

인지초등학교인정분교 (도비스쿨)"


도비산 마을 사람들에게 서산개척단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 우리가 보는 피해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다. 그렇기에 증언을 들으면서도 당시 피해자가 무의식적으로 노인으로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시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었다. 아홉 살, 열세 살, 열여섯 살 등등. 지금의 아동청소년과도 영양과 교육, 정서적 상태도 다르다. 그래서 피해 증언을 들을 때 의도적으로 머릿속 이미지에 아동청소년의 모습과 상태를 계속해서, 인위적으로 덧씌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온전하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서산개척단과 같은 국가폭력 인권유린 사건에서는 여성과 아동청소년이 주요 피해자다. 그렇기에 성인지적 관점과 연령인지적 관점이 꼭 필요하다.)


인지면 사람들에게 서산개척단은 '우는 애도 울음을 그치는' 무서운 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지만 무섭고 불편하다고 해서 지역 역사에서 빼버리지 않았다. 축구단을 기억하고, 자신이 메운 땅의 권리를 주장해온 사람들에게 지역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내주었다. 그 증거가 '인지면 체육역사'라는 현수막 글귀이다.


우리 지역에도 역사가 있다. 

'전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축구사가 쓰여진다면 '넝마주이 축구단'은 한 챕터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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