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세상이 변한다는 말 있잖아.
근데 그건 그냥 당연한 얘기아냐?
진짜 흥미로운 건
그 변한다는 사실만큼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는 거야
모든게 다 바뀌는데 세상이 계속 바뀐다는
그 원리만은 그대로야
솔직히 그게 어쩌면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진리인데
우리가 부정하는거 아니야?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자꾸 찾으려 하잖아
신념, 관계, 혹은 자기 자신 같은 거
근데 나는 이제 그게 꼭 현명한 태도인지도 모르겠음
지키려는 순간부터 이미 세상과의 호흡이 어긋나기 마련인데
변하지 않겠다는 말은 듣기엔 멋있지
근데 그건 시간이 흐른다는 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랑 다를 게 없어.
나는 이제 무엇을 지킬까보다 어떻게 변할지 고민하는게
똑똑한 사람이라 봐
지키는 건 정체고, 변하는 건 확장인 개념으로
진짜 강한 사람은 자기 모양을 고정시킨 사람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자신을 다시 만들어내는 사람이잖아
물처럼, 얼음이 됐다 수증기가 됐다 형태는 바뀌지만
본질은 그대로 남는 그런거
그게 내가 요즘 역설적이게도 생각하는 변하지 않는 사람의 정의야.
그래서 나는 솔직히 이제 나는 절대 변하지 않아! 라는
말을 듣거나 하는 것이 좋은 의미인가 긴가민가해
그건 자부심이 아니라 현실 부정처럼 느껴진달까
진짜 멋있는 건
자기부정하지 않고
나는 언제든 변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건 불안정함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한거라 봐
자기 믿음이 있으니까 형태를 바꿔도 무너지지 않는 거지
그 믿음의 중심은 고집된 신념이 아니라
변화를 감당할 용기에서 시작된다 봐
결국 세상이란 게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생명체 같은 거잖아
우린 거기서 살아가는 세포 같은 존재고
그 생명체가 진화하는데
혼자만 멈춰있으면 결국 도태되는 거야
철학적인 고집 안에서 장렬히 죽는거지
결국 변하지 않는 건 딱 하나
세상은 계속 주구장창 변할 거라는 사실
그 안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완벽한 확신도 아니고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만 있는거지
이게 요즘 내가 믿는 평형감각이랄까
흔들리지 않게 살려고 발버둥 말고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감각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