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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Sep 25. 2021

당신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선천적 능력과 후천적 포기에 대하여

 한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닌 적이 있었다. 휠체어를 탈 때마다, 불편함이 밀려왔다. 누군가가 휠체어를 가지고 와야 하고, 밀어줘야 하고, 옮겨야 하는 그 시간을 나는 꼼짝없이 답답해했다. 걷고, 뛰고, 자유롭게 움직이던 내 두 다리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괴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었다. 지나가다가 꼭 한 번씩은 쳐다보는, 그리고 그들의 표정들은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신체적인 답답함에 정신적인 불쾌함까지 나를 덮쳤다.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갑작스럽게 상실한 경험, 당연히 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을 말이다. 필자는 이런 것을 ‘일시적 장애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어서 내가 낫기를’

 ‘누군가 나를 도와주기를’

 ‘시간이 얼른 흐르기를’     


 그나마 일시적 장애 경험이 나은 것은 곧 낫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뼈가 부러졌다면, 시간이 지나면 붙을 것이고 그렇다면 다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일시적’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어떤 능력'을 평생 쓰지 못한다면, 막연히 시간이 흐르기를 혹은 항상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기만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평생 어떤 장애를 가지게 된다면, 가장 덜 괴로울지 생각해 보자. 


 당신이 장애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어떤 자유를 포기할 수 있습니까? 신체적 자유? 정신적 자유? 더 구체적으로 묻겠습니다. 시각?, 청각?, 팔? 다리? 혹은 신체 내부 기관? 감정? 기억? 지적 능력?     


 대부분 신체적 장애를 생각하면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를 타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팔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들 모두 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 조현병, 자폐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심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서행동장애, 학습장애, 지적 장애 모두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필자는 크게 두 가지(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를 모두 겪어보았다. 둘 중 무엇이 더 불편할까? 우열이라는 것을 가릴 수 있을까? 어떤 능력을 상실했는가에 따라 이 답변은 달라질 것이다. 

 우울증과 지체장애 중에서 나의 불편함은, 지체장애가 훨씬 심했다. 하지만 괴로움으로 따지자면 우울증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지체장애가 더 큰 삶의 불편함을 가져온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체장애가 없었더라면, 우울증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체장애가 우울증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로 우울증이 신체화장애로, 통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체와 정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인간은 어느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능력도, 신체 전반이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능력인지에 따라, 경험에 따라, 장애의 순서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당신이 어느 것이 더 불편하다고 생각하는지 간에, 당신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그 능력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능력이 가장 잃기 싫은 것이고, 가장 불편해하는 삶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의 기분은 어떠했는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을 포기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매우 불쾌할 것이다. 장애인인 필자 또한 장애가 그렇다고 여긴다. 그래서 ‘당신이 장애인이라면?’이라는 질문이 그렇게 꺼려지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장애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어쩌면 아무것도 포기하기 싫어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당신은 갑자기 포기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장애를 입고 살아갈 수도 있다. 어쩌면 나이를 먹고 나서 신체가 노화돼서 우리 모두는 장애를 가지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포기하고 상실해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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