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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01. 2021

당신은 몇 회 차 인생인가요?

마음 글쓰기 - 단편소설

 2121년, 인간은 시간을 지배하며 살고 있었다. 대단한 발견 속에 살고 있어 그저 마냥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하던 사람들은 점점 ‘시간’의 혼란을 맞닥뜨렸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느낀 지 100년이 되어가자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단점은 이제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 더는 소중해지지 않게 되었다. 시간은 재화가 되지도 않았고, 추억은 가치가 있지 않았다. 인간이 시간의 노예라는 말은 정말 옛말이었다.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 학교에 들어가면 시간여행의 규칙을 처음으로 배운다. 그 첫 세대가 바로 F코드

라 불린다. F코드 아이들은 윗세대들의 경험이 담긴 10가지의 대전제들을 배웠다.     


 1. 시간여행은 누구나, 언제든 가능하며, 과거와 미래 모두 이동할 수 있다.

 2. 시간여행을 하는 도중에 다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시간여행을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다.

 4. 미래로 가는 경우 뛰어넘은 시간은 운명대로 흘러간다.

 5. 과거로 가는 경우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6. 사람의 탄생과 죽음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

 7.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 해도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

 8. 사람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영생을 누릴 수 있다.

 9. 사람의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10. 자신이 없는 과거나 미래로 갈 수는 없다.


 처음에는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시간을 조종하면, 불행한 일들을 모두 없애거나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고는 모두 피할 수 있고, 행복은 연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웬걸, 인간은 정말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운명이라는 것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적어도 그간 100년간의 시간여행을 통해서는 말이다.      


 이제는 시간을 넘어서, 운명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연구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사람으로 등록이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발자국이 기억화되어 문서로 작성된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작가의 손에 의해서 웃고 우는 것이 정해진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힘에 의해 세상이 굴러간다는 생각은 모든 사람의 열정을 꺾었다. 더 이상 노력하는 세상은 없었다. 오히려 세상은 악랄한 살인자들이 극성하게 나타났고, 운명적인 사고들은 방법을 달리할 뿐 계속해서 벌어졌다. 그렇게 우리 세대의 발전은 한동안 더디게 일어났다. 2020년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문명은 쇠퇴하고 있었다. 운명대로 일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나태해진 사람들은 점점 과거로만 갔고, 미래는 점점 과거화되어 갔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가도, 미래로 가도, 자신의 처지나 상황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았다. 잘 살던 사람은 여전히 잘 살았고, 한 번 나사가 빠진 사람은 천천히 나사를 끼워야만 했다. 왜냐하면 행복과 불행에는 총량이 있었다. 자신의 행복 또는 불행을 겪을 만큼 겪은 후에야 그다음 운명이 찾아왔다. 그리고 시간을 지배한다고 인간의 150년 수명이 늘어나지 않았다. 영생을 꿈꿀 수 있게 되었으나,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신체는 두고, 기억만 워프 하는 시간여행은 계속 어린아이로 돌아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저 환생하는 삶을 살 수 있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었다. 몇 회 차 인생인지가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F코드 사람들은 점차 그러한 삶이 지루해졌다. 죽음의 순간은 두려웠으나, 삶은 재미있지 않았다.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3번 이상 반복되자, 지루해져 갔고, 시간여행은 점점 무의미해져 갔다.     


 그러던 중 F코드의 마지막 과학자, 유진이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그녀의 시간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운명을 만든, 첫 번째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이야기다. 사람들의 웃음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만들어준 일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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