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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Feb 20. 2024

이 정도면 힘든 걸 안고 살 만해요?

심리상담, 괜찮음의 스펙트럼

대면으로 접수면접을 하였다. 첫 상담에서 그간의 이슈(교통사고, 성폭행, 가정사, 건강문제, 임용고시 등)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비대면으로 두 번째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 초에 상담사는 내 안부를 먼저 물었고, 나는 건강상태와 현재상태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갔다. 그 이후 상담에서 계속 통증과 임용고시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고, 저번 상담 때 이야기 나왔던 친오빠와의 성폭행 이야기로 인하여 자극받았음을 알렸다.




상담사 : 안부는 물어보았고, 오늘 하시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을까요?


노을 : 음... 지금은 (저를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요?
 

상담사 : 지금은 노을 씨한테 뭐가 제일 중요한데요? 시험이 제일 중요한가요?
 

노을 : 음... 표면적으로는 그런 것 같은데, 그냥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긴 해요. 근데 그것은 불가능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그나마 별로 안 남아 있는 임용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하고 있죠...
 

상담사 :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거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노을 씨는) 그 상황이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화가 나는지, 절망스러운 건지,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네요.
 

노을 : 표현을 해서 나아지는 거면, 간절하게 하고 싶은데,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상담사 : 나아진다라는 게 아픈 게 나아진다예요?
 

노을 : 음... 아니겠죠. 아프지만 괜찮은 것인데, 그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 사실 그게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아픈데 어떻게 괜찮아요? 아픈 건 그렇죠.. 아픈 건 아픈 거지. 근데 아파서 100만큼 화가 나느냐, 30만큼 화가 나느냐 그런 차이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노을 : 화가 줄기는 하나요?
 

상담사 :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왜냐하면 감정들은 반복은 될 수도 있지만, 끝은 있으니까요. 다시 화가 날지언정, 끝은 있고, 다시 속상할지언정, 그 순간의 끝도 있고.
 

노을 : 다시 반복되면 끝이 없는 거 아닌가요?
 

상담사 :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 그런 거는 있는 것 같아요. 풍랑 같은 거랑 해일 같은 것에 대한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잔잔할 수도 있고, 그런 차이는 있지 않나.. 잔잔해도 될 일인데, 그것도 쓰나미면 힘들죠. 지난주에 이야기 나누고 나서는 어떠셨어요?
 

노을 :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상담사 : 어떤 걸 생각하셨던 거죠?
 

노을 : 여파가 좀 길 줄 알았는데, 거의 없었고... (근데)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최근 들어서 악몽을 좀 꾸는데, 악몽의 내용들을 보면 내가 지금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거든요. 그냥 일어나서 약을 먹든, 컨디션이 좀 좋아서 공부를 조금 하든, 깨어 있을 땐 또 괜찮으니까... 이게 괜찮은 건지, 괜찮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 딱 그 정도로 괜찮은 거 아닐까요? 그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 정도의 괜찮음. 하지만 밤에 잠에 들 때까지는 괜찮지 않은, 꿈에는 나올 정도 (괜찮음.)
 

노을 : 그럼 예전보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상담사 : 그치만 지금의 상황 정도가 노을 씨가 마음에 드는 편안함이에요? 이 정도면 (힘든 걸) 안고 살 만해요?
 

노을 : 아닌 것 같아요...
 

상담사 : 무슨 악몽을 꾸시는데요?
 

노을 : 현실에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성폭행을 당하는 꿈을 꿨어요.
 

상담사 : 음... 이 꿈이 원래 있거나, 꿨었던 꿈인 거예요? 아니면 우리가 지난주에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나타난 꿈인 거예요?
 

노을 : 저는 (오빠와의 성폭행 이야기) 하고 나서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사실 오빠와의 접점이나 그 일에 대한 생각을 접할 만한 루트가, 저번 주에 잠깐 얘기했던 그 정도 빼고는 없었거든요.
 

상담사 : 그러면 지금 어쨌거나, 다음 주 주말에 시험을 보아야 하잖아요.
 

노을 : 네
 

상담사 : 이 얘기를 더 하는 게 노을 씨한테 더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세요? 아니면 얘기는 좀 더 미루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세요?
 

노을 : 뭐가 나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못해도 임용 끝나고 얘기하고 싶긴 해요.
 

상담사 : 네. 그럼 그렇게 하는 게 더 맞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내 느낌이 맞을 거거든요. 스스로 느껴지는 그 마음이 맞을 거거든요. 이건 이후로 미루어서, 언젠가는 얘기하면 되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 되겠네요.
 

노을 : 그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상담사 : 혹시 그렇게 지금 얘기를 여기까지 했을 때 걱정되는 거 있으세요?
 

노을 : 괜히 더 생각이 나고, 찝찝할까 봐. '지금 미루는 게 맞는 걸까? 여태까지 미루고 미루고 미뤄왔는데, 지금도 미루는 게 맞는 걸까?' 하는 걱정들
 

상담사 : 어차피 한 주만 더 미룰 거예요. 그래서 (그 생각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거죠. 상상을 좀 잘하시는 편인가요?
 

노을 : 아니요...
 

상담사 : 그러면 사람들마다 생각할 때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사람이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그런데 노을 씨는 어떤 편이세요?
 

노을 : 저는 글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상담사 : 그러면 이것은, 마찬가지로 진짜로 메시지를 쓰는 거예요. 이거는 시험 끝나고 얘기할 거니까, 잠깐만 닫아두는 것. 그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노을 : (근데) 왜 지난주보다 더 긴장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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