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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n 29. 2023

비와 장애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리뉴얼 일지

비가 오는 요즘, 비 내리는 창가를 보면 괜히 눈가가 찌푸려진다. 비가 뭐라고, 고작 비에 기분이 나쁘다.


비가 오는 날이 싫다.


'습해서, 더워서, 물이 묻어서'


이런 이유로 싫어하면 나도 참 좋겠다. 내가 비를 싫어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 자유가 뺏겨서."

왜냐하면,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니까.


오른팔을 다치고 나서부터, 살아가면서 많은 자유를 박탈당했다.


가위질을 하기 어려웠고,

줄넘기를 하지 못했고,

바느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들며 핸드폰을 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비가 오는 날, 내가 우산을 들고 밖에 나갔다는 것은 99.9%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러면, 낯선 장소일 확률도 증가한다. 모르는 곳을 가야 하는 길치에겐 GPS가 있는 핸드폰은 필수템이다. 그런데, 우산을 쓰면 나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손이 없다.            


사소한 불편함으로 보이는 일이다. 이런 불편함쯤은 가져도 생존에 있어 하나 지장 없는 그런 것. 그런데, 너무 사소해서, 이 사소한 것을 내가 못해서 더 슬펐고, 힘들었다.(아,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이제는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우산, 자동차 짱!)


사실,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그냥 이 불편함이 익숙해진 것이지,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비가 올 때마다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어서 더 많은 발명과 기깔나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눈이든, 비든, 황사든 다 막아내는 보호막 하나 만들어서 상용화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을 많이 생겨야 하는데... 과학은 노잼인데...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치지... 이런 생각들 사이에서 그저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친구와 차에서 만난다.


지금은 여기 쓰는 불편함은, 대부분 사소한 불편함이 많을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 큰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어떻게든 하게끔 진짜 죽어라 노력했다. 혼자서도 생존하고, 생활할 수 있게 피나는 노력을 했으니까. 그러니 내가 말하는 불편함은 너무 작고, 사소할 것이다. 아니, 사소하기에 신경 쓰이지 않고, 하찮다고 여길 것이다. 밖에서는 너무나도 커다랗게 보이는 기본권, 이동권, 인권을 이야기하니까. 그것이 안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당신 옆에 있는 어쩌면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큼지막한 것들을 혼자 혹은 여럿이서 뚫고 옆자리에 있는 사람. 큰 이야기는, 무거운 이야기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각 잡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가벼운 이야기부터 서로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피나는 노력을 했든, 안 했든 장애는 원래 그런 것이다. 남들보다 뭔가 조금 못하게 되는데, 못한다고 말하면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쪽팔리거나, 부끄러운 감정까지 들게 만드는 그런 것.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도, 그제야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만드는 것.            


오늘 리뉴얼할 브런치 글은 너로 정했다!

(꼭 저녁에만 바쁘게...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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